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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원정승' 독일, 가짜 투톱과 스피드 극대화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이 네덜란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르로이 사네와 세르지 나브리 가짜 투톱을 가동해 스피드를 극대화하며 3-2로 승리했다.

독일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 원정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유로 2020 예선 C조 첫 경기에서 접전 끝에 3-2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평가전을 제외한 공식 대회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조별 리그 2차전 2-1 승리 이후 6경기 만에 승리를 추가한 독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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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1년 사이에 역대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와 한국에게 패해 1승 2패 F조 최하위로 탈락하면서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무려 80년 만에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물론 UEFA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2무 2패 최하위로 A시드에서 B시드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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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2018년 A매치 통산 성적은 4승 3무 6패로 승률 31%에 그쳤다. 1년 단위 6패는 독일 축구 역사상 최다 패에 해당한다.  경기당 승점도 1.15점으로 1964년 이래로 가장 낮았으며, 경기당 팀 득점 역시 1.08골로 1950년 이래로 가장 적었다. 말 그대로 악몽과도 같은 1년을 보낸 독일이었다.

그마저도 평가전을 제외하면 2018년 1년 사이에 공식 대회 성적은 1승 2무 4패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스웨덴전 승리 이후 공식 대회 5경기 무승(2무 3패)의 슬럼프에 빠진 독일이었다. 당연히 13년 동안 대표팀을 장기 집권한 요아힘 뢰브 감독 체제와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독일 현지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몰린 뢰브 감독은 네덜란드 원정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사네와 나브리를 최전방 투톱에 배치하는 3-4-1-2 포메이션을 가동한 것. 레온 고레츠카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가운데 요슈아 킴미히와 토니 크로스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로 나섰고, 니코 슐츠와 틸로 케러가 측면을 책임졌다. 니클라스 쥘레를 중심으로 안토니오 뤼디거와 마티아스 긴터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주장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Germany Starting vs Netherlands

사네와 나브리는 모두 원래 측면 공격수를 수행하는 선수들이다. 이 둘을 최전방 투톱으로 배치해 공격 속도를 극대화하면서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독일의 단점인 득점력 부재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대신 지공 시엔 사네와 나브리가 좌우 측면으로 벌리면서 고레츠카를 전진시켰다. 189cm의 장신을 자랑하는 고레츠카에게 원톱 공격수가 수행해야 하는 제공권 싸움 및 키핑 플레이를 수행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왼쪽 측면엔 측면 공격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공격 특화형 측면 수비수 슐츠를 배치해 사네와 나브리의 역습을 돕는 역할을 맡겼다. 대신 오른쪽 측면엔 중앙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비 특화형 케러를 포진시키면서 밸런스를 유지함과 동시에 상황에 따라 포백으로 전환시켰다(스리백의 왼쪽에 뤼디거를 배치한 것도 뤼디거가 측면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독일의 공격은 사네와 슐츠의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실제 독일의 슈팅 방향 중 36%가 왼쪽 측면에서, 나머지 64%는 중앙에서 이루어졌다. 네덜란드가 63%의 슈팅을 중앙에서 시도했고, 좌우 측면에서 사이좋게 19%의 슈팅을 시도한 것과는 사뭇 대비가 되는 스탯이다.

Germany Shot DirectionsWhoscored

독일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슐츠의 전진 패스를 나브리가 원터치 패스로 내준 걸 사네가 잡고 몰고 가다 다시 땅볼 크로스로 연결한 걸 나브리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14분경, 크로스의 전진 패스를 슐츠가 땅볼 크로스로 연결한 걸 사네가 잡아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25분경과 27분경에 연달아 측면 공격수 라이언 바벨에게 득점 기회가 생겼으나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두 차례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 틈을 타 독일은 34분경,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간 나브리가 뤼디거의 롱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가다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독일은 전반 종료 5분을 남긴 시점에 골을 더 추가할 수 있었으나 나브리의 전진 패스에 이은 사네의 논스톱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했다.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하자 로날드 쿠먼 네덜란드 감독은 만 32세의 베테랑 바벨을 빼고 만 21세 신성 스티븐 베르바인을 교체 출전시키면서 변화를 감행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바벨이 독일의 스피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덴젤 덤프리스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발 빠른 베르바인으로 독일의 왼쪽 측면 공격을 제어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는 주효했다. 베르바인의 투입과 함께 네덜란드의 오른쪽 측면 수비는 안정감을 찾은 데다가 독일의 왼쪽 측면 수비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후반 시작 2분 만에 골을 넣으며 빠른 추격에 나섰다. 코너킥 공격에서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측면으로 빠져나온 걸 네덜란드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가 크로스로 올려주었고, 이를 중앙 수비수 마티스 데 리흐트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어서 후반 18분경,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네덜란드 중앙 미드필더 조르지오 바이날둠이 내준 걸 데파이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급해진 독일은 후반 25분경, 고레츠카를 빼고 패스에 능한 일카이 귄도간을 교체 출전시키며 변화를 감행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나브리 대신 독일 대표팀 필드 플레이어들 중 최고령에 해당하는 마르코 로이스(만 29세)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주효했다. 독일은 경기 종료 직전 귄도간이 수비 두 명 사이로 센스 있는 스루 패스를 찔러준 걸 로이스가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슐츠가 주발이 아닌 오른발 논스톱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경기는 독일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독일은 이 경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네덜란드 원정에서 1996년 4월 24일, 1-0으로 승리한 이후 2무 2패로 승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승리하면서 23년 만에 네덜란드 원정에서 승리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점유율 자체는 46대54로 독일이 근소하게 열세를 보였다. 슈팅 숫자에서도 11대16으로 밀렸다. 평소 독일다운 축구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신 최근 문제로 지적됐던 공격 효율성은 올라갔다. 유효 슈팅은 7대6으로 네덜란드보다 하나 더 많았다. 무엇보다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 비율이 무려 82%에 달했다(네덜란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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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의 수훈갑은 단연 사네이와 나브리 투톱이다. 둘은 사이 좋게 3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독일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사네는 3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고, 5회의 파울을 유도하면서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슐츠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적극적인 측면 공격으로 1골 1도움을 올리며 3-2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게다가 그는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결승골(2-1 승)을 넣은 데 이어 이번에도 종료 직전에 결승골을 넣으며 독일 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불안 요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전엔 독일이 주도했으나 후반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최근 독일은 후반에 무너지는 경향성이 있다. 한국과의 월드컵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도 인저리 타임에만 2실점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UEFA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7실점 중 6실점을 모두 후반전에 내주었다. 특히 프랑스 원정에서 1-0으로 앞서나갔으나 후반에 2실점을 허용하며 역전패(1-2)를 당했고, 네덜란드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5분을 남기고 2실점을 헌납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쳐야 했다(2-2 무).

그럼에도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면 결국 경기 종료 직전 골로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데에 있다. 이에 주장 노이어는 "경기 막판 승리를 안기는 골은 정말 중요했다. 만약 전반전에만 2-0으로 앞서고도 무승부로 끝났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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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했다면 독일의 슬럼프는 한층 더 심해졌을 것이다. 이번 A매치를 앞두고 토마스 뮐러와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 같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진 만큼 충격파는 더 강하게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라이벌 네덜란드를 상대로, 그것도 원정에서 승리하면서 독일은 부진의 늪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어린 선수들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래저래 독일에겐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뢰브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웠다. 하나의 팀으로 경기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았다"

Leroy SaneSquawka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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