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ja NainggolanGetty Images

'1골 3도움' 나잉골란, 돌아온 전사가 칼리아리 돌풍 이끌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칼리아리가 돌아온 영웅 라자 나잉골란의 맹활약에 힘입어 세리에A 무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칼리아리가 사르데나 아레나 홈에서 열린 피오렌티나와의 2019/20 시즌 세리에A 12라운드에서 5-2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세리에A 6위에서 4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칼리아리는 1969/70 시즌 세리에A 깜짝 우승을 차지한 걸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세리에A 하위권에 위치하는 구단이다. 심지어 2014/15 시즌엔 세리에A 18위에 그치며 강등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5/16 시즌 세리에B 우승을 차지하면서 곧바로 세리에A로 돌아온 칼리아리는 승격 첫 해 11위를 차지하면서 중위권을 형성했으나 이후 2시즌 연속 강등권을 전전하다가 15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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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역시 칼리아리는 시즌 첫 2경기에서 승격팀 브레시아와 인테르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3연승을 달리며 상승무드를 탄 칼리아리는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세리에A 무대에 돌풍의 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칼리아리 돌풍의 중심엔 바로 돌아온 영웅 나잉골란이 있다. 나잉골란은 피아첸차 유스 출신으로 2010년 1월, 칼리아리에 입단했다. 이후 그는 4년 동안 칼리아리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비록 팀 성적은 당시에도 하위권이었으나 나잉골란은 많은 세리에A 명문 구단들의 눈길을 끌었고, 결국 그는 2014년 1월 AS 로마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2014년부터 2017/18 시즌까지 로마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세리에A를 대표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군림했다. 다만 그는 술, 담배 및 밤 문화를 즐기는 선수로 정평이 난 데다가, 벨기에 대표팀에서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조금씩 따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뛰어난 실력과는 별개로 2018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인테르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인테르에서 그는 시즌 초반 부상이 있었던 데다가 경기력적인 부분에서도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그래도 로마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나잉골란이었기에 인테르에서 초반 부진에 빠지자 자연스럽게 비판이 쏟아졌다. 다행히 후반기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그의 이름값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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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즌 종료 이후 인테르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안토니오 콩테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팀의 두 문제아인 나잉골란과 마우로 이카르디를 방출시키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나잉골란은 친정팀 칼리아리로, 이카르디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임대를 떠나기에 이르렀다.

이에 나잉골란은 "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춤추러 나가는 걸 좋아한다. 이게 내 약점이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난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내가 할 일들을 늘 해왔다. 이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축구를 향한 결단력과 갈증, 그리고 분노는 사람들이 날 인정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래서 난 사람들이 날 전사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후회는 없다. 내가 경기장 밖에서 잘못한 일을 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나라는 사람의 일부다. 누구도 나에게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진 나잉골란은 칼리아리에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3경기에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이후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칼리아리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중심을 잡아주었기에 칼리아리는 매경기 득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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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피오렌티나전이 가장 대표적인 경기였다. 그는 경기 시작 16분 만에 주앙 페드로의 패스를 센스 있는 원터치 패스로 연결하면서 마르코 로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서 그는 2-0(26분경 코너킥에서 수비수 파비오 파스카네가 헤딩골을 넣었다)으로 앞서고 있는 상태에서 33분경 로그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을 연결했고, 상대 골키퍼가 선방하자 루즈볼을 잡아 땅볼 크로스로 칼리아리 공격수 지오반니 시메오네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에도 칼리아리는 나잉골란을 중심으로 공세에 나섰다. 그는 후반 9분경 상대 패스를 가로채서 그대로 돌파를 감행하다 아웃프런트로 감아 돌아가는 환상적인 스루 패스로 페드로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반 20분경 루카 치가리니의 패스를 받아 파워가 넘치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의 골로 뽑히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이렇듯 나잉골란은 홀로 1골 3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5-2 대승을 이끌었다. 도움 해트트릭은 나잉골란 개인에게 있어 프로 통산 처음 있는 일이다(그는 이전에 총 2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한 적이 있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그의 선수 경력에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나잉골란 "난 인테르가 날 떠나보낸 게 잘못됐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그 곳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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