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축구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안첼로티에 대한 이야기는 한 두번 쯤을 들었을 것이다. 밀란 제너레이션 당시 오렌지 삼총사(마르코 반 바스텐, 루드 굴리트,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함께 스타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그 외 요한 크루이프,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미겔 무뇨스, 프랑크 레이카르트, 펩 과르디올라가 있다).
파르마 유스를 거쳐 로마에 입성해 4번의 코파 이탈리아(이태리 FA컵) 우승과 1번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그는 1987년 밀란으로 이적해 밀란 제너레이션의 일원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2번의 세리에A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2번의 UEFA 슈퍼컵 우승, 그리고 2번의 토요타컵 우승(FIFA 클럽 월드컵의 전신)을 일구어냈다.
밀란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 선수 출신이었던 그는 1992년 은퇴 후 3년간의 지도자 수업 후 1995년 세리에B 팀인 레지나의 지휘봉을 잡았고, 감독 데뷔 시즌에 레지나를 세리에A로 승격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 후 파르마와 유벤투스를 거치며 감독 경력을 쌓아온 그는 2001년 11월, 터키의 명장 파티흐 테림 감독이 시즌 도중 경질되면서 친정팀 밀란에 마침내 복귀했다.
당시 밀란은 한 시대(밀란 제너레이션)가 저물고 암흑기에 돌입해 있었다. 호세 마리와 하비 모레노, 이브라힘 바 등 많은 기대를 얻고 밀란에 입성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패를 맛보았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밀란은 UEFA컵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등 부진기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의 밀란은 말 그대로 안드레이 쉐브첸코 원맨팀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안첼로티의 입성과 함께 밀란은 180도 변모하기 시작했다. 안첼로티는 밀란 지휘봉을 잡자마자 안드레아 피를로를 중심으로 팀을 개혁해 나갔다. 피를로는 시드니 올림픽 시절 이탈리아 대표팀 등번호 10번을 달았을 정도로 촉망받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인테르에서 로베르토 바지오, 유리 조르카예프, 그리고 알바로 레코바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이탈리아 팬들로부터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그를 안첼로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고, 젠나로 가투소에게 수비력이 부족한 피를로를 지원하게 만들면서 피를로를 세계 최고급의 홀딩 미드필더로 성장시켰다. 피를로의 변신은 안첼로티 최대 업적이자 밀란의 성공과 아주리(이탈리아 대표팀 애칭) 성공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또한 유벤투스 시절 함께 했던 필리포 인자기를 고독한 황태자 쉐브첸코의 파트너로 활용하며 공격진의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이듬 해인 2002년 여름, 안첼로티는 인테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클라렌스 쉐도르프를 영입해 밀란의 자랑거리이기도 한 3명의 중원 미드필드 라인(쉐도르프-피를로-가투소)을 구축했다. 플레이메이커 피를로, 싸움꾼 가투소, 그리고 다재다능한 쉐도르프로 이루어진 밀란의 미드필드 라인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클럽 통산 6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3년 여름엔 카카가 클럽에 입성했다. 당시 많은 팬들은 카카가 루이 코스타의 백업 역할을 담당할 거라 예상했지만, 안첼로티는 과감하게 카카를 주전으로 활용했고, 카카는 유럽 무대 첫 시즌을 훌륭하게 치르며 밀란의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섰다. 그리고 이 해 안첼로티는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이기도 한 스쿠테토(세리에A 우승방패)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비록 국내 리그에서만큼은 1번의 세리에A 우승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는 8년간 밀란 감독직을 수행하며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1번의 코파 이탈리아 우승, 2번의 UEFA 수퍼컵 우승, 그리고 1번의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일구면서 많은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그 외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1번과 준결승 진출 1번을 이끌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밀란과 작별을 고할 시기가 다가왔다. 그와 함께 밀란의 영광을 쌓아올렸던 선수들이 하나둘 나이를 먹어가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밀란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06/07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의 영광이 채 마르기도 전에 07/08 시즌 안첼로티의 밀란은 5위와 함께 UEFA컵으로 떨어졌고, 이번 시즌 다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확보에 성공했으나 이제는 밀란과 작별을 고할 시점에 달해있었다. 결국 그는 상호 합의하에 첼시행을 선택했고, 밀란은 이제 파올로 말디니의 은퇴와 안첼로티의 이탈과 동시에 개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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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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