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raf Hakimi Inter GFXGetty/Goal

‘하키미 영입’ 인테르, 확실한 날개 달았다

인테르가 7월 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하키미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고, 이적료는 4,000만 유로(한화 약 539억)이다. 하키미 영입은 인테르에게 있어 마지막 퍼즐조각을 메우는 것과도 같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하키미가 인테르 감독 콘테의 스리백 전술에 최적화된 윙백이라는 데에 있다. 스리백에 있어서 윙백은 중앙 수비수 3명의 보호를 받기에 수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대신 홀로 측면 공격을 전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가 있다. 그러하기에 통상적으로 스리백에서 윙백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은 공격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같은 세리에A 구단 중 스리백을 활용하는 아탈란타의 왼쪽 윙백 로빈 고젠스가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세리에A에서만 9골 6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아탈란타의 측면 공격을 이끌고 있다. 아탈란타 오른쪽 윙백 한스 하테보어는 비록 세리에A에선 골 없이 4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나 발렌시아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4-1 승리를 견인해 8강 진출에 있어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하키미는 공격에 있어선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7/18 시즌, 프리메라 리가 9경기(선발 8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2골을 넣으며 공격형 측면 수비수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줬던 그는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임대로 뛰면서 21경기(선발 19경기)에 출전해 2골 4도움을 올렸다. 단지 그는 수비에서 약점이 있었기에 크게 중용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키미의 잠재력이 제대로 터진 건 이번 시즌 들어서이다. 이는 도르트문트가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한 데에 기인하고 있다. 수비 문제로 인해 시즌 초반엔 측면 미드필더로 종종 출전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스리백 전환과 함께 수비 부담을 덜자 날개단 듯 맹활약을 펼치며 분데스리가 33경기(선발 29경기)에서 5골 10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도움이 세트피스가 아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모두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다. 오픈 플레이에서의 도움만 놓고 보면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한다) 측면 수비수들 중 최다에 해당한다(단순 도움 숫자만 놓고 보면 리버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12도움으로 최다지만 이 중 절반인 6도움이 세트피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단순히 공격포인트가 전부가 아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왼쪽 측면 수비수 알폰소 데이비스와 함께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으로(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순간 속도 2위와 3위가 모두 하키미의 기록이다) 전력질주 횟수는 1,083회로 분데스리가 최다이고, 볼을 가지고 운반한 거리도 6,656미터로 전체 1위다. 

이렇듯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그는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주도했다. 볼 소유 횟수가 2,832회로 도르트문트 선수 중 단연 1위(분데스리가 전체 4위)였다. 패스 횟수는 2,071회로 후방 빌드업의 중심을 잡고 있는 중앙 수비수 마츠 훔멜스(2,280회)에 이어 팀 내 2위(분데스리가 전체 7위)였다. 드리블 횟수 역시 120회로 측면 공격수 제이든 산초(138회)에 이어 팀 내 2위(분데스리가 전체 4위)였다. 도르트문트의 공격은 하키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콘테 스리백에 있어 측면 윙백은 공격적인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콘테는 유벤투스 시절 콰드오 아사모아를 필두로 첼시 시절 빅터 모제스, 그리고 이탈리아 대표팀과 현 인테르에서 안토니오 칸드레바에 이르기까지 측면 미드필더 자원들을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시키면서 상당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하키미에게 전술적으로 최적의 팀이 콘테의 인테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기본적인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수비를 등한시 여기는 건 아니다. 그는 태클 횟수 97회로 팀 내 1위(분데스리가 전체 17위)였다. 수비 스킬 자체가 좋은 게 아닐 따름이지 성실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키미는 이번 시즌 500분 이상을 출전한 분데스리가 선수들 중 유일하게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경기당 3회 이상 볼 터치를 기록했고, 경기당 2회 이상의 드리블 돌파와 2회 이상의 태클을 성공시킨 선수이다. 말 그대로 그는 우측면의 지배자였다.

둘째, 인테르의 약점이 바로 측면 윙백에 있다는 데에 있다. 시즌 시작 시점에서 인테르의 좌우 윙백은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콘테의 지도를 받은 바 있는 아사모아와 칸드레바가 책임졌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30대에 접어들면서 예전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다가 심지어 아사모아는 세리에A 11라운드를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헤르타 베를린에서 2,240만 유로의 이적료로 영입한 발렌티노 라자로와 피오렌티나에서 임대로 영입한 이탈리아 대표팀 왼쪽 측면 수비수 크리스티아노 비라기 역시 실망스럽긴 매한가지였다(결국 라자로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면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임대를 떠났다).

이에 인테르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콘테의 첼시 시절 애제자인 모제스를 임대로 데려왔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테랑 측면 수비수 애슐리 영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인테르의 측면 윙백들 중 기대치에 충족하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영 한 명 밖에 없다. 문제는 영은 30대 중반으로 축구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하키미의 가세는 인테르의 최대 약점을 메우는 영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안 그래도 하키미는 인테르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에서 0-2로 지고 있으면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추격하는 골을 넣은 데 이어 결승골까지 넣으면서 멀티골로 3-2 대역전승을 견인했다. 결국 이 경기 결과가 양 팀의 운명을 바꾸었다(도르트문트는 3승 1무 2패로 16강에 진출한 데 반해 인테르는 2승 1무 3패로 조기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누구보다도 하키미의 공격력을 피부로 느낀 구단이 다름 아닌 인테르인 것이다.

이제 인테르의 다음 영입 타깃은 브레시아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신예 미드필더 산드로 토날리이다. 이는 시즌 초반 반짝이는 활약을 펼쳤던 스테파노 센시가 연이은 장기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 그리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름 야심차게 영입했으나 부진한 모습을 보인 베테랑 수비수 디에고 고딘을 대체할 중앙 수비수 보강을 노리고 있다. 분명한 건 하키미 영입을 통해 가장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한 인테르이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