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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오베르탕, 지는 나니...박지성은?

# 뜨는 오베르탕

그는 첫 등장부터 센세이셔널했다. 맨유 입단 전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10월 27일에 있었던 반슬리와의 칼링컵에서야 비로소 첫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듯 날렵한 움직임과 재치있는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며 올드 트래포드를 찾은 팬들을 흥분시켰다(비록 완벽한 득점 찬스를 날려버리며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오발탄'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얻었지만...).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아직 20살의 어린 오베르탕에게 바로 주전자리를 주기 보다는 후반 교체용으로 활용했다. 장기 부상에서 갓 돌아온 상태이기에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그 첫번째 이유였고, 아직 프리미어 리그에 적응하지 않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는 후반 막판 휘젓기용 조커 카드로 교체 투입되어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나가면서 입지를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베식타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5라운드 경기로, 당시 맨유는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기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에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선물했다.

비록 경기는 0대1로 패했으나, 이 경기에서 그는 가벼운 몸놀림과 위협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스카이 스포츠',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그리고 '골닷컴 인터내셔널' 등 거의 모든 언론사들로부터 팀내 평점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맨유 입단 후 첫 풀타임을 소화해내며 90분 내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냈다.

볼프스부르크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최종전은 바로 오베르탕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경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경기에서 그는 73분경 교체 투입되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마이클 오웬의 2골을 어시스트하며 3대1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오웬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 한 장면에서 그가 선보인 호쾌한 드리블 돌파는 맨유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중에 있었던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프리미어 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처음으로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비록 마무리 부재를 노출하긴 했으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많은 도움을 주며 3대0 승리를 도왔다.

비록 아직 적은 출전 시간만을 기록 중이지만, 그는 짧은 시간동안 영향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서히 맨유에서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적어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의 파트너십에서 라이언 긱스를 제외한 오베르탕보다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맨유에 없다. 그리고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의 자신감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이는 그의 인터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울버햄튼과의 경기가 끝난 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곧 골을 넣을 수 있길 바란다. 기회들이 오고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슛팅을 더 연습해야 하지만 자신은 있다"며 골 사냥을 자신했다.


# 지는 나니


반면 오베르탕의 급성장과 포르투갈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우를 범한 나니는 이제 맨유를 떠나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나니는 시즌 초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득점력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중책과 박지성의 잦은 부상에 힘입어 많은 선발 출전 횟수를 부여받았었다. 특히 위건과의 프리미어 리그 3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왼쪽 윙 주전 자리를 확정짓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는 득점 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고,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면서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하자 결국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선 라이언 긱스를 중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니는 11월 중순에 있었던 A매치 기간동안 포르투갈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칠 때조차 다음 경기 추런을 장담할 수 없기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며 맨유 생활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한편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하지 못할 때는 선수 면전에 대고 어째서 그런 것도 못하냐고 비난한다"며 퍼거슨의 선수 관리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나니의 폭탄 발언이 언론 지상에 흘러 나오자 잉글랜드 언론들은 일제히 나니의 방출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데이빗 베컴과 야프 스탐, 그리고 루드 반 니스텔루이의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퍼거슨이 나니의 발언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언론들의 예상.

물론 퍼거슨 감독은 "나니를 이적시킬 생각이 없다"며 나니 방출설을 부인했지만, 출전 시간을 놓고 보면 분명 더이상 퍼거슨의 팀 구상에는 나니가 없다는 게 명확하다.

나니의 발언이 있은 후 맨유는 무려 8경기를 치르었다. 게다가 이 기간동안 맨유는 선수들(특히 수비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마이클 캐릭과 대런 플래쳐, 심지어 박지성마저 수비수로 쓰는 강수를 던져야 했다. 그리고 대런 깁슨, 대니 웰백, 키코 마케다, 그리고 리치 드 라엣과 같은 유스팀 선수들을 대거 끌어올려 활용하는 등 선수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었다.

하지만 정작 나니는 볼프스부르크와의 챔피언스 리그 최종전을 제외하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심지어 절반에 가까운 4경기에선 벤치에조차 앉지 못했다. 말 그대로 철저히 퍼거슨으로부터 배제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 그러면 박지성은?


박지성은 다소 나니에 비해 사정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맨유 선수단이 줄부상으로 인해 숫자 자체가 부족하기에 박지성과 같은 다재다능한 선수의 역할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선수들이 부상에서 복귀한 후이다. 지금까지 박지성이 이번 시즌 보여준 모습은 오베르탕에 비해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파트너를 이루었기에 박지성의 수비적인 공헌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지만, 발렌시아는 호날두와 같은 득점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즉, 반대편 측면에서도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줄 선수가 필요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애석한 일이지만 현재 맨유에서는 박지성보다 오베르탕이 더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팀 스탯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베르탕의 출전시간은 총 236분으로 90분으로 환산했을 경우 2경기가 간신히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베르탕이 뛰고 있는 동안 맨유는 무려 9골을 넣었다. 이는 오베르탕이 맨유 공격에 상당 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이번 시즌 맨유는 득점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팀의 에이스 웨인 루니가 12골을 넣으며 분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이 지나치게 떨어져 있다(발렌시아 4골, 베르바토프 4골, 플래처 3골, 오웬 2골, 긱스 2골).

그러하기에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과는 달리 좌우 측면 모두에게 공격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잉글랜드 언론들은 맨유가 겨울 이적시장 기간동안 에딘 제코와 다비드 비야와 같은 대형 공격수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 역시 공격적인 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공헌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박지성 역시 나니와 마찬가지로 20살의 신예 미드필더 오베르탕에게 우선 순위를 내어주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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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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