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imiliano Allegri Cristiano Ronaldo Juventus FrosinoneGetty

알레그리의 변칙 전술, 아틀레티코를 잠재우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유벤투스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과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지략을 앞세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0으로 완파하며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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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가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레티코와의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유벤투스는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원정 0-2 패배를 뒤집고 1, 2차 도합 스코어에서 3-2로 앞서며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올라섰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단연 호날두였다. 그는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팀의 3골을 모두 책임졌다. 아틀레티코 상대로만 4번의 해트트릭(특정팀 상대 2위. 최다는 세비야로 5번의 해트트릭) 포함 25골(특정팀 상대 2위. 최다는 세비야로 27골)을 넣으며 킬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호날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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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호날두 개인의 힘으로만 승리한 게 아니였다. 팀 전체적인 경기력에서 유벤투스가 아틀레티코에 완승을 거두었다. 알레그리의 전술적인 역량이 적중하면서 시종일관 아틀레티코를 압도한 유벤투스였다. 실제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는 점유율에서 62대38로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16대5로 3배 이상 많았다. 그마저도 아틀레티코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시도한 슈팅은 단 1회가 전부였고, 심지어 유효 슈팅은 전무했다.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는 변칙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마리오 만주키치와 호날두가 투톱으로 포진했고,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와 주앙 칸셀루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미랄렘 피야니치와 블레즈 마튀이디가 허리 라인을 형성했고,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프리롤처럼 움직였다.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중심으로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엠레 찬이 스리백으로 나섰다.

Juventus Starting vs Atletico MadridBT Sport

아틀레티코전에서 알레그리 전술의 주안점은 크게 두 가지에 있었다. 첫째 스피드를 극대화한 측면 공격에 있었다.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는 좌우 측면으로 크게크게 벌리면서 크로스 공격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반복했다. 이를 통해 평균 연령 29.5세의 아틀레티코 수비진의 느린 발을 집중 공략한 유벤투스였다. 당연히 칸셀루와 스피나촐라가 자주 볼터치를 가져갔고, 베르나르데스키가 자유롭게 좌우 측면을 오가면서 측면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둘째로 스리백을 통해 아틀레티코 공격을 묶었다. 키엘리니와 찬이 맨투맨 방식으로 아틀레티코 투톱 앙투안 그리즈만과 알바로 모라타를 제어했고, 보누치가 커버를 하면서 역습 시엔 장기인 롱패스로 유벤투스 공격의 기점 역할까지 담당했다.

Emre Can vs Alvaro MorataGetty Images

이 두 가지 전술적인 선택은 주효했다.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시도한 슈팅 16회 중 9회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에서 비롯되었고, 2회는 코너킥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외 3회는 프리킥이었고, 1회는 페널티 킥으로 이 역시 베르나르데스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다가 얻어낸 것이었다. 즉 정상적으로 정면에서 공격이 이루어진 건 후반 37분경 교체 출전한 유벤투스 공격수 모이스 킨의 슈팅이 유일했다(역습 과정에서 키엘리니의 롱패스를 상대 수비수 호세 히메네스 머리 맞고 뒤로 흐른 걸 킨이 잡아서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특히 전반전은 사실상 측면에서 공격이 모두 전개되다시피 했다. 실제 유벤투스는 전반전에만 무려 25회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108초마다 한 번씩 크로스를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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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유벤투스의 선제골과 추가골은 모두 측면에서 나온 것이었다. 먼저 26분경, 베르나르데스키가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빠지다가 크로스를 올린 걸 호날두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후반 3분경 칸셀루의 크로스를 호날두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걸 아틀레티코 수문장 얀 오블락이 쳐냈으나 이미 골 라인을 넘어간 상태였기에 비디오 판독(VAR) 결과 추가 골이 인정됐다. 심지어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터져나온 호날두의 페널티 킥 골 역시 베르나르데스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다가 아틀레티코 측면 미드필더 앙헬 코레아에게 파울을 당하면서 얻어낸 것이었다.

공격에서 베르나르데스키(선제골 어시스트와 페널티 킥 유도)와 칸셀루(2번째 골 어시스트), 스피나촐라가 호날두를 지원사격했다면, 수비에선 찬의 역할이 컸다. 그는 변형 스리백에선 최근 2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던 모라타를 꽁꽁 묶었다. 특히 유벤수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공중볼을 획득하면서 아틀레티코의 장기인 제공권을 살린 공격을 제어해주었다. 게다가 후반 22분경엔 알레그리 감독이 스피나촐라를 빼고 파울로 디발라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4-4-2로 전환하자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Juventus Subs vs Atletico Madrid

알레그리는 지난 1차전에서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다 세트피스에서 2실점을 허용하면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당연히 이탈리아 현지에선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심지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역대 최고의 감독 아리고 사키는 "알레그리와 같은 방식의 플레이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안드레아 피를로 같은 유벤투스 전설들 역시 완패한 경기였다면서 친정팀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자연스럽게 알레그리 경질설까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2차전에서 역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이끌어내면서 승부처에 강한 전술가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더 놀라운 점은 아틀레티코에게 단 하나의 코너킥조차 허용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강점인 세트피스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데에 있다. 알레그리의 전술과 중요 경기마다 골을 넣으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한 유벤투스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후보로 거론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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