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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발렌시아는 왜 '명문'인가 [이성모의 어시스트+]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 발렌시아 CF('Club de Futbol')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 3대 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유서깊은 축구팀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는 한국 축구의 기대주 이강인의 소속팀이라는 사실 덕분에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됐지만, 발렌시아라는 클럽의 역사, 영광, 정체성을 제대로 안다면 결코 그들을 '이강인의 팀'이라고만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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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언론, 축구팬들은 서슴없이 발렌시아를 '스페인 명문' 클럽이라고 부르지만, 그래서, 도대체 발렌시아는 왜 '명문'인 것일까. 그들의 홈구장 메스타야, 그리고 파테르나 훈련장 구석구석에 그 이유가 담겨있다.

1. 1940년대 첫 전성기 이후 스페인 축구 대표 클럽...스페인 역대 승점 4위팀

축구에서 어떤 팀이 '명문'이냐를 나누는 기준은 누군가가 특정 기준에 맞춰 정의했다거나 어떤 기준의 '포인트'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팀이 '명문이냐 아니냐'라는 논쟁은 끝없이 존재하고 또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큰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전통', 더 구체적으로는 각 리그의 초창기부터 우승 경력을 통해 장기간 동안 나라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인정받았는가라는 부분이다.

세계에서 축구 리그가 처음 시작된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아스톤 빌라, 뉴캐슬, 에버튼 등의 예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현재의 성적과는 별개로, '풋볼리그'가 처음 시작됐던 19세, 혹은 20세기 초부터 리그 우승을 포함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과거로부터 나라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여겨져왔으며, 그것을 근거로 현재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여전히 '명문'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스페인 라리가의 경우도 그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1919년 창단된 발렌시아는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진행됐던 스페인 내전이 끝난 후인 19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스페인 축구의 강자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1940년대, 발렌시아는 3차례의 라리가 우승, 2차례의 코파델레이 우승을 차지했고 그 후로 장기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코파델레이에서 종종 우승을 차지하며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팀" 중 하나이자 라리가를 대표하는 강호로 여겨져왔다.

발렌시아라는 클럽의 존재는 그들이 남긴 기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아래가 발렌시아의 주요 기록이다.

- 라리가 역대 승점(총합) 4위

: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발렌시아 순

- 라리가 우승 6회

: 위 세 팀과 아슬레틱 빌바오에 이어 5번째 기록

- 코파델레이 우승 8회

: 위에서 언급한 4팀에 이어 5번째 기록

- UEFA컵 우승 1회

- 유로피언컵위너스컵 우승 1회

- 유로피언슈퍼컵 우승 2회

-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회

2. 실바와 이스코, 알바와 가야... 꾸준히 스페인 국가대표팀 배출하는 아카데미

한 팀이 '명문'으로 인정받는 또 다른 조건 중 하나는 뛰어난 '아카데미'다.

EPL의 경우도 리그 내 최다우승팀이자 전통의 명가인 맨유, 리버풀, 아스널 등은 모두 과거로부터 훌륭한 아카데미를 기반으로 끝없이 새로운 스타들과 레전드들을 배출해왔다. 이는 특히 각 클럽에서 키워내는 선수들이 클럽 축구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발렌시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 내 최고의 아카데미 중 하나를 보유한 클럽이며 그들 스스로도 그들이 계속해서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발렌시아의 홈구장, 훈련장 곳곳에 아카데미 출신으로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선수들의 모습이 소개되어있다.

특히 발렌시아의 파테르나 훈련장에는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하는 숙소 입구에 아카데미 출신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사진이 전시되어있어서 매일 그 숙소와 훈련장 사이를 오가는 선수들이 자신도 발렌시아 아카데미를 거쳐 훗날 스페인, 또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세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다비드 실바,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로 각광 받는 이스코, 또 오래전부터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는 뛰어난 레프트백들(알바, 가야 등등)이 모두 발렌시아 아카데미 출신으로 발렌시아는 앞으로도 아카데미 중심의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물론, 현재 한국 축구 최고의 기대주인 이강인 역시 발렌시아가 자랑하는 유소년팀 출신 선수다. 다만, 이 칼럼에서는 발렌시아 클럽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이강인에 대한 내용은 별도의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3. 라리가 '최고'의 경기장 메스타야 스타디움

'명문'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필수적인 조건은 역사, 규모, 그 나름의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홈구장이다. 실제로 축구라는 스포츠가 행해지는 바로 그 장소라는 점, 그래서 선수들과 팬들의 교감이 실제 발생하는 장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홈구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점에 있어서도 발렌시아는 라리가의 다른 어떤 클롭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라리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홈구장들 중 가장 오래된 경기장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은 약 100년 전인 1923년부터 사용된 경기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도 웅장하다. 누구라도 이 경기장을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그 특유의 박쥐 문장과 검은색, 주황색의 조화에 큰 인상을 받을 것이다.

또, 발렌시아 홈구장의 특징중 하나인 북쪽 스탠드는 유럽 축구장들 중 가장 경사가 높은 경기장 중에 하나로 유럽 언론들로부터 가장 특별한 분위기에서 축구를 관전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발렌시아는 지난 2007년부터 시내 중심부에 신구장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해당 프로젝트는 중도에 중단됐고, 이번 발렌시아 방문에서 만난 관계자는 "빠르면 2년 안에 신구장이 완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직접 방문한 메스타야 스타디움은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은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잘 관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4. 구단 창단 100년에 차지한 코파델레이 우승, 그리고 미래

마지막으로, 한 팀을 명문(혹은 빅클럽)이라고 부를 때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은 역시 '우승'이다. 단,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세계 최고의 두 팀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 특성상 두 팀 이외의 팀이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발렌시아 뿐이 아닌 그 어떤 다른 클럽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리그의 특수성 속에서도 발렌시아는 창단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20시즌 바르셀로나를 꺾고 코파델레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그들이 '언제든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라리가의 명문 클럽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이강인 역시 힘을 보냈다는 사실을 한국의 축구팬들은 모두가 목격했고 기억하고 있다.

발렌시아는 앞으로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그들의 자랑인 아카데미에 대한 장기적이고 뿌리 깊은 투자, 그리고 건강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의 1군 팀에 대한 투자. 이번 시즌 페란 토레스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발렌시아 아카데미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앞으로도 계속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발렌시아의 미래 그 한 가운데 이강인도 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뛰고 있는 팀이긴 하나 이강인 만의 팀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뿌리와 매력과 정체성이 그들에게는 있다. 그들의 이런 면모를 알고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축구를 볼 때, 한국 축구팬들은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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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 파테르나 트레이닝센터 =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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