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ling Braut Haaland & Jadon SanchoGetty Images

도르트문트의 무서운 십대들, PSG 무너뜨리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엘링 홀란드를 중심으로 제이든 산초와 조반니 레이나 같은 십대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와의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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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에서 열린 PSG와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도르트문트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PSG는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와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마스 뫼니에르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3번째 옐로 카드를 수집하면서 16강 2차전 출전이 불가하기에 전력 누수 속에서 2차전 홈경기에서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최근 즐겨 쓰는 3-4-2-1 포메이션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홀란드가 최전방에 섰고, 토르강 아자르와 산초가 아래에서 공격을 보조해 주었다. 하파엘 게레이루와 아슈라프 하키미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악셀 비첼과 엠레 찬이 허리 라인을 구성했다. 마츠 훔멜스를 중심으로 단-악셀 자가두와 우카시 피슈첵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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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tmund Starting vs PSG

흥미로운 건 PSG의 포메이션이었다. 원래 PSG는 최근 본인들이 자랑하는 마우로 이카르디와 음바페, 네이마르, 그리고 디 마리아를 동시에 가동하는 4-2-2-2 포메이션을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선 이카르디를 빼고 도르트문트와 똑같은 3-4-2-1을 가동했다. 킬리앙 음바페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고, 네이마르와 앙헬 디 마리아가 이선에서 공격을 보조했다. 라이빈 쿠르자와와 토마스 뫼니에르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마르코 베라티와 이드리사 게예가 허리 라인을 받쳐주었다. 티아구 실바를 중심으로 프레스넬 킴펨베와 마르퀴뇨스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PSG가 도르트문트와 동일한 포메이션을 가동한 건 두 가지 포석에 기인한 것이었다. 첫째, 공격수 한 명을 빼고 수비수 한 명을 추가로 투입해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수비를 강화하면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같은 포메이션끼리 부딪치면 포지션별로 일대일로 대응하게 되기에 선수 개개인의 명성과 경험치에서 앞서는 PSG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이런 식의 거울 전술은 체스와 장기 같은 전술 게임에서도 자주 나오는 방식이다.

PSG Starting vs Dortmund

하지만 정작 도르트문트가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우위를 점했다. 점유율 자체는 53대47로 PSG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도르트문트의 2번째 골이 터져나온 77분경까지 슈팅 숫자에서 도르트문트가 11대6으로 PSG에 2배 가까이 많았다. 강도 높은 압박으로 PSG 선수 개개인을 효과적으로 저지했고, 소유권을 뺏으면 곧바로 장기인 속공을 활용해 상대의 뒷공간을 파고든 도르트문트였다.

도르트문트 공격을 주도한 건 바로 구단이 자랑하는 두 무서운 십대 산초와 홀란드였다. 먼저 14분경, 산초가 역습으로 도르트문트 페널티 박스 근처부터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단독 돌파를 감행하다 중거리 슈팅을 가져간 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어서 27분경, 찬의 전진 패스를 받은 산초가 수비 한 명을 앞에 둔 상태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을 가져간 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다시 34분경, 산초의 전진 패스를 홀란드가 받아서 치고 가다가 왼발 슈팅을 가져간 게 옆그물을 강타했다. 곧바로 1분 뒤에 산초의 크로스를 홀란드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골문을 외면했다. 이대로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초반 도르트문트의 공격이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41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악셀 비첼의 중거리 슈팅을 마지막으로 후반 21분경까지 하키미의 중거리 슈팅이 나올 때까지 25분 가량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것. 이에 루시앵 파브르 감독은 후반 23분경 도르트문트 공격 삼각편대 중 유일하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토르강 아자르를 빼고 이제 만 17세에 불과한 어린 유망주 조반니 레이나를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Dortmund Subs vs PSG

이러한 가운데 도르트문트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레이나 교체 투입되고 1분 만에 엠레 찬의 전진 패스를 홀란드가 내주었고, 하파엘 게레이루가 측면으로 열어준 걸 산초가 전진 패스로 연결했다. 산초의 패스를 받은 아슈라프 하키미의 땅볼 크로스를 게레이루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간 게 상대 수비 맞고 뒤로 흐른 걸 홀란드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가 골을 성공시켰다. 연계 플레이가 예술이었으나 무엇보다도 홀란드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PSG도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PSG는 후반 30분경 킬리앙 음바페가 빠른 스피드로 치고 들어가 도르트문트 수비수 단-악셀 자가두의 태클까지 벗겨낸 후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네이마르가 빈골대에 밀어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도르트문트가 팀 플레이로 선제골을 만들었다면 PSG는 사실상 음바페 개인 능력으로 동점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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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르트문트는 동점골을 허용하고 단 2분 만에 다시 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아나갔다. 수비수 마츠 훔멜스의 전진 패스를 받은 레이나가 돌아서면서 드리블로 치고 가다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홀란드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다급해진 PSG는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4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뒤늦은 공세에 나섰으나 후반 35분경 네이마르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따르면서 그대로 경기는 2-1, 도르트문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단연 홀란드였다. 2000년생으로 이제 만 19세에 불과한 홀란드는 홀로 팀의 2골을 모두 책임지면서 2-1 승리를 견인했다. 이와 함께 홀란드는 음바페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10대의 나이에 챔피언스 리그 10호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챔피언스 리그 데뷔하고 첫 7경기에서 10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챔피언스 리그 개인 통산 데뷔 기준 역대 최단 경기 10호골에 해당한다. 게다가 단일 시즌에 십대 선수가 10골 이상을 기록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생 동갑내기 산초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그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볼터치 79회와 키패스 3회, 그리고 슈팅 2회를 가져가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베라티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현란한 드리블 돌파도 성공시킨 산초이다.

이에 BT 스포르트에 패널로 출연한 오언 하그리브스는 산초에 대해 "그는 네이마르 전성기처럼 플레이한다. 지갑을 열어라. 이 소년은 정말 특별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그리브스는 과거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활약했던 미드필더이다.

도르트문트가 애지중지 키우는 또다른 '신성' 레이나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생인 그는 이미 베르더 브레멘과의 DFB 포칼에서 만 17세 2개월 22일의 나이에 골을 넣으면서 포칼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서 만 17세 3개월 5일의 나이로 PSG와의 경기에 출전하면서 구단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출전 기록을 수립한 그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성공적인 챔피언스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드리블 돌파 2회를 성공시키며 무서운 신예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참고로 종전 도르트문트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출전 기록 보유자는 바로 레이나의 미국 국적 선배 크리스티안 풀리식(만 17세 11개월 27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홀란드와 레이나는 부친이 유명 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것이다. 홀란드는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활약했던 노르웨이 수비수 알프-잉게 홀란드이고, 레이나의 부친은 바로 바이엘 레버쿠젠과 볼프스부르크, 선덜랜드,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활약했던 미국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설 클라우디오 레이나이다. 참고로 클라우디오는 한일 월드컵 당시 미국 대표팀 주장 직을 수행하면서 대회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마저도 조반니 레이나는 도르트문트 톱 유망주가 아니다. 도르트문트가 가장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는 이제 만 15세가 된 2004년생 공격수 유수파 모우코코이다. 아직 프로 데뷔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2019년에 나이키와 1000만 유로(한화 약 128억)에 달하는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초특급 유망주로 꼽히는 그는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 19세 이하 팀에서 공식 대회 25경기에 출전해 33골 9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참고로 레이나는 19세 이하 팀에서 16경기 8골 8도움을 기록했다). 도르트문트는 모우코코를 하루라도 빨리 프로 데뷔 시키기 위해 분데스리가 출전 연령 제한 나이를 만 17세에서 16세로 하향조정하려고 독일 프로축구 연맹(DFL)과 논의 중에 있다.

이렇듯 도르트문트는 십대 선수 둘(홀란드와 산초)이 현재 팀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고, 또 다른 신예 선수(레이나)가 1군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으며, 구단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또 다른 유망주(모우코코)가 유스 팀에서 프로 데뷔 연령 제한이 풀리기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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