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대한축구협회

애국가 부르는 외국인 감독 아시나요?

[골닷컴] 양은희 기자 = 벨 감독은 지난 2월 3일과 9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1, 2차전 시작을 앞두고 한국어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며칠 전부터 맷 로스 코치와 함께 연습했다는 벨 감독은 “한국에 온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서 존중과 배려를 받았다. 그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애국가를 연습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애국가 가사에 깊은 의미가 담긴 것 같다”라고 한 그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며 진심을 드러냈다.

보기 드문 풍경에 대표팀 선수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9일 베트남과의 2차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장슬기는 “1차전 후에 감독님께서 애국가를 부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도 스페인어 연습(※현재 장슬기는 스페인에서 선수 생활 중)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한국 문화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주장 김혜리 역시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감독님의 한국어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만날 때마다 놀랄 정도”라며 벨 감독의 노력과 언어 능력을 칭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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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선임된 외국인 감독이다. 잉글랜드 2부 리그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를 지내다 2019년 10월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선수들에게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한국어 공부로 몸소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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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감독의 노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드러났다. 그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저는 콜린입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 돼 영광입니다”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이후 12월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을 치르며 가진 인터뷰에서도 “안녕하세요, 저는 행복해요”, “경기 전에 조금 긴장했어요” 등의 한국어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어느덧 그의 한국어 인터뷰는 익숙한 장면이 되었다.

단지 일취월장하는 한국어 실력만으로 벨 감독의 능력을 높이 사는 것은 아니다. 이제 부임한 지 4개월이 된 벨 감독은 빠르게 선수들과 믿음을 키우고 있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어’, ‘행복해요’라는 표현을 자주 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교감을 이뤄냈다. 김혜리는 “그렇게 하시는데 우리가 무슨 일이든 못할까 싶다. 선수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 팀 분위기가 무척 좋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E-1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밀려 준우승 한 이후 “일본의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것은 심장에 칼이 꽂히는 아픔”이라고 말한 점은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에서 미얀마를 7-0, 베트남을 3-0으로 꺾으며 조 1위에 올랐다. 오는 3월 6일과 11일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B조 2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올림픽 본선에 나서게 된다.

아직 보완할 점은 많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약체 베트남을 상대로 어이없는 패스 미스가 잦았다. 이날 역대 A매치 최다 골 타이(58골)을 기록하며 차범근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지소연 역시 “전체적으로 답답한 경기였다”라며 아쉬워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호주(7위)와 중국(15위)은 한국(20위, 이상 FIFA 랭킹)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는 팀이다. 남은 기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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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22일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벨 감독은 “올림픽에서 일본을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림픽 출전권을 꼭 따내야 한다”라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여자축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 사상 첫 올림픽 진출까지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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