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Andre ter StegenGetty Images

'PK 선방률 67% 강심장' 테어 슈테겐, 바르사 구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의 선방 덕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바르사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1차전 원정 경기에서 고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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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선 홈팀 도르트문트의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점유율 자체는 바르사가 59대41로 도르트문트에게 앞섰으나 정작 슈팅 숫자에선 13대7로 도르트문트가 바르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유효 슈팅에서 도르트문트가 4대1로 바르사에 크게 우위를 점했다. 심지어 페널티 킥도 있었고, 유효 슈팅으로 포함되지 않은 슈팅 하나는 골대를 강타했다. 바르사는 골과 근접한 장면을 단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한 데 반해 도르트문트는 여러 차례 바르사의 골문을 위협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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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 스탯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경기의 도르트문트의 기대 득점은 페널티 킥을 제외하고도 무려 1.9골에 달했던 데 반해 바르사의 기대 득점은 0.4골에 불과했다. 즉 페널티 킥까지 포함하면 통계상으로는 3-0으로 도르트문트가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경기였다.

Dortmund vs Barcelona xG

하지만 바르사의 골문 앞에는 '수호신' 테어 슈테겐이 버티고 있었다. 테어 슈테겐은 24분경 토르강 아자르의 센스 있는 전진 패스에 이은 도르트문트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의 논스톱 슈팅을 선방해냈다. 로이스가 테어 슈테겐 다리 사이로 슈팅을 가져갔으나 빠르게 다리를 좁히면서 막아낸 것.

테어 슈테겐 선방의 백미는 후반 11분경에 나왔다. 도르트문트가 자랑하는 '신성' 제이든 산초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바르사 오른쪽 측면 수비수 넬손 세메두로부터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페널티 킥을 얻어낸 것. 하지만 테어 슈테겐은 골문 구석으로 낮게 깔려들어가는 로이스의 페널티 킥을 선방한 데 이어 빠른 2차 동작으로 루즈볼을 잡아내면서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골문 쇄도를 사전에 차단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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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테어 슈테겐은 후반 32분경 도르트문트 공격형 미드필더 율리안 브란트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로이스의 논스톱 슈팅을 환상적인 선방으로 저지한 데 이어 빠른 2차 동작으로 로이스의 리바운드 슈팅마저 막아냈다. 로이스 입장에선 독일 대표팀 동료이자 과거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서 함께 뛰었던 테어 슈테겐이 큰 벽과도 같이 느껴졌을 법한 일전이었다.

테어 슈테겐은 이 경기에서도 페널티 킥을 선방하면서 개인 통산 챔피언스 리그 6번의 페널티 킥 중 무려 4번을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축구 통계 전문 업체 'OPTA'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2003/04 시즌 이래로 샤흐타르 주전 골키퍼 안드리 피야토프와 함께 최다 페널티 킥 선방에 해당한다.

참고로 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다 페널티 킥 선방은 바로 스페인이 자랑하는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가 기록한 7회이다. 다만 카시야스는 무려 23회의 페널티 킥 중 7회를 선방한 것으로 선방률은 30.4%이다. 통산적으로 페널티 킥은 30% 선방률이면 준수한 수준이고, 40%가 넘으면 대단한 것에 해당한다. 테어 슈테겐의 66.7%의 선방률은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바르사는 테어 슈테겐의 환상적인 선방쇼 덕에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고전했음에도 질 뻔했던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테어 슈테겐은 최근 마누엘 노이어와 독일 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펼치는 중이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다려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벤치에 있다는 것이 날 미치게 한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는 독일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활약상을 펼치면서 다시금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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