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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해외벤치마킹의 기억 – 브라질 축구협회 [최호영의 축구행정]

[골닷컴]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는 정몽준 전 회장이 견인한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양적인 발전으로 종로구 견지동에 있던 작은 건물에서 1999년 현재 사옥인 신문로의 축구회관으로 옮겨왔고 한국의 모든 스포츠 협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등록 회원수(선수, 심판, 팀, 행정 등)와 사무국의 직원을 포함해 그 규모는 압도적이다. 2019년 8월 1일에는 차기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를 천안에 유치하기로 한 협약을 공식 발표하여, 타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점적인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이런 축구협회의 양적인 팽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부분의 성장도 있어야 했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축구협회의 질적인 부분 개발을 위해 진행했었던 해외 선진 축구협회 벤치마킹 연구조사에 대한 기억을 풀어보기로 한다.

양적인 부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회의 규모와 횟수를 늘리고, 국제대회에 많이 참여하는 등 말 그대로 규모와 양을 확대하면 되는 부분이다. 이는 당연히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데,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게 되면서 축구 산업의 규모가 성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산업에 재정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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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을 가지고, 축구협회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기 시작한다. 2002 월드컵 대표팀을 총괄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정몽준 회장에게 건의하여, 협회내에 기획실이 설치가 되었고 기획 연구 및 부서간 융합 업무를 진행했었다. 그런 와중에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해서, 축구선진국을 지역별로 나누어 그들의 선진적인 컨텐츠를 연구조사해 보기로 했다. 기술과 행정으로 분야를 나누었고,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조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를 통해서 진행하기로 했고, 행정 구조와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조사는 독일과 잉글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해외 선진 축구에 대한 밴치마킹 연구조사는 2년에 걸쳐서 진행되었고, 첫 번째로 남미를 방문하기로 결정한다. 때는 2007년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을 1년 앞둔 2006년이었다.

당시 기획실장이었던 김진국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전무이사가 조사단을 이끌었다. 김진국 전 부회장은 대표선수 시절 키는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기술 축구를 구사한 윙어 출신으로, 독일 다름슈타트와 보름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유망 해외파 선수였다. 이후에 국민은행으로 복귀하여 선수 코치 감독을 역임하고, 국민은행 지점장을 하다, 축구협회 기술위원, 기술위원장, 기획실장, 전무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경기인 출신 행정가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는 직항이 없어 인천에서 미국을 경유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들어가는 장장 20시간 이상의 여정이었다. 연구조사의 목표는 브라질 축구협회를 방문하여 협회의 구조와 그들의 강점인 기술국 업무에 대한 벤치마킹이었다. 이후 지역축구협회를 방문하여 지역 축구 행정을 확인하였고, 아르헨티나로 건너가서 축구협회 및 프로축구단의 축구 행정, 기술 행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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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축구협회 (CBF)

브라질축구협회(이하 CBF)는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 FIFA의 독점적이며 강력한 체계를 이끈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을 배출한 곳으로 그 규모와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리우 데 자네이루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해안 신도시에 위치한 협회 사옥에는 각종 부서들이 자리하고 있고, 사무총장실에 배속된 담당직원(현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부사장)의 안내로 각 부서별 기능과 업무 등에 대해서 설명 듣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당시 조사에서는 우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고, 케이스별 총괄 관리자 및 담당자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세부 내용을 파악하였다.

CBF를 통해 중점적으로 시도했던 조사업무는 기술 업무 중 특히 유소년 개발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1994년 미국월드컵 브라질국가대표팀 우승 멤버 블랑코(Cláudio Ibrahim Vaz Leal Blanco) 부장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브라질축구의 유소년 선수 개발 총괄을 맡고 있었고, 직접 브라질축구의 유소년 개발 정책과 행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큰 땅덩이의 브라질에서 좋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선발하고, 그 선수들을 잘 유지하여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의 성적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였고,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적인 방법을 전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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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각 지역별 축구협회에 우수 자원을 선발하는 지도자를 선임 혹은 파견하고, 지역 축구 리그에 참여하는 프로축구단의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본인이 지도하는 구단의 선수 2명과 같은 리그에 참여하는 타구단의 우수 자원 3명을 추천하도록 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역 협회의 유소년 스카우터가 지역의 유소년 리그를 돌아다니며 선수를 확인하고, 해당지역 리그의 코치들과 미팅 등을 통해, 그 지역의 대표선수 명단을 완성한다. 그렇게 구축된 지역 협회별 대표선수 명단을 CBF가 총괄하고, 지역협회 유소년 스카우터들과 CBF의 유소년 코치가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 또 전국대회 참관 등을 통해 해당 선수들을 확인하여, 최종 포지션별로 5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확보해 국제대회에 참여한다. 지역별로 연령별 대표선수 명단을 만드는 이유중의 하나는, 연1회 지역축구협회 대표가 참여하는 전국대회를 위함이고, 여기에 CBF의 전임지도자들이 청소년대표팀 명단을 완성하기 위해 참관을 하는 것이었다. 브라질의 각 연령별 대표선수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선발되고, 이렇게 걸러진 선수들은 성인대표팀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상당히 높았다. 이후 해당 연구조사 결과는 KFA의 유소년 선발 체계 재구축에 기본 자료로도 활용이 되어, 청소년 대표 선발 행정에 초석이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브라질 축구는 전세계 모든 프로축구에 외국인 선수를 공급하는 제1의 공장이었다. 그런 최고의 프로선수 공급을 담당하는 브라질 프로리그의 구조와 행정체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브라질의 프로리그는 CBF 내부의 경기운영본부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경기운영본부에 성인프로리그 사업부와 유청소년 리그를 관리하는 부서가 별도로 경기운영본부에 소속이 되어 있었고, 협회에서 별도로 리그를 두지 않고, 직접 프로리그를 운영한다는 것이 상당히 독특했다. 근본적으로 협회가 리그를 운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리그의 규모가 커지는 등 필요에 의해 별도로 리그 사무국을 출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다. 이후 칼럼에서 다루겠지만, 한국 축구는 기형적인 구조의 여러 산하 연맹이 있음으로 인하여, 행정의 효율성이 상당히 낮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CBF는 협회가 그런 별도의 조직을 갖추지 않아, 업무가 상당히 효율적으로 운영되었다. 특히 협회가 직접 프로리그를 운영하며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리그 두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경기국의 리그 운영 구조 등을 벤치마킹하고, 브라질 축구센터로 향했다.

#브라질 축구센터 (Granja Comary)

CBF 본부에서 축구센터까지는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테레조폴리스(市)의 그란자 꼬마리(洞)에 위치하고 있어 그란자 꼬마리 축구센터라고 불린다. 센터 건물과 천연잔디 4면에 기타 보조구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센터 내에는 아주 큰 호수가 하나 있는대. 그 주변 경관이 예술이었다.

그란자 꼬마리 센터장에게서도 흥미로운 자료를 전달받았다. CBF에서는 대표팀이 훈련을 하거나 경기를 치르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대별 매뉴얼이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는 커피를 마시고, 경기 후에는 바나나를 먹는 등 이런 세부적인 준비 등에 대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가 있어, 새로운 담당자가 오더라도 매뉴얼에 맞게 관리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2007년에는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이 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어서, 대한민국 U17청소년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브라질에서 하기로 했다. 전지 훈련지를 그란자 꼬마리로 계획하고, 리우 데 자네이로 지역의 유명 클럽들의 U18세 팀들과 평가전을 준비할 수 있게 한 것도 당시 방문에서 결정되었다. 그렇게 CBF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역 축구협회가 하는 업무와 구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상파울로로 향했다.

The CBF's Granja Comary training centre

#상파울로 축구협회

상파울로 축구협회의 회장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브라질 고문 변호사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을 잘 알고 있었고,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주었다. 상파울로 축구협회 회장이 준비한 점심 뷔페는 회장실 옆에 있는 로비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마치 영화 대부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듯했다. 실제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이탈리아계라고 했다. 상파울로 주의 주요 구단 임원들과 주 축구협회 부회장 및 당시 최고 선수였던 호나우두 선수의 에이전트가 식사에 참여를 했는데, 지역의 축구관련 주요 사안들은 그 회합에서 결정되는 듯했다.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회장이 첫 술을 뜨기 전에는 모두 대기하고 있었다.

지역 협회의 행정은 CBF에서 조사했던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유소년 개발 분야는 협회의 지침을 받아 지역 유소년 대회를 조직 관리하고, 지도자들의 구조적인 협조를 통해 CBF가 의도한 방향에 따라 체계적으로 지역 선수를 발굴하고 관리했다. 특히 지역 리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상파울로 주는 지역 기업, 인구, 축구팀이 워낙 많아 자체적으로 협회 운영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타 지역에 비해 지역 유소년 리그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CBF에서도 아마존이라던지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제한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상파울로, 리우 데자네이로 등 주요 도시가 있는 지역협회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나, 외진 곳의 지역축구협회는 효율적인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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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상파울로축구협회의 경기국과 등록실의 업무 현황을 조사하고, 마지막으로 지역 협회의 기념관도 방문할 수 있었다. 축구의 나라 답게 어느 프로축구단이나 지역협회를 가더라도 기념관이 있고, 100년 이상 된 축구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역축구협회 기념관이지만 뜻깊은 축구 전시품이 다양했고, 그 중에 하나는 2002 월드컵때 한국 유니폼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여 유소년 개발 행정 및 경기 운영 조직 구조 등과 관련한 자세한 연구조사를 마치고, 협회에서 선발한 U17세 선수 3명이 뛰고 있는 팔메이라스 구단을 방문하였다. 당시에 담당 지도자로 송경섭 (현 U16 청소년 대표팀 감독, 전 강원FC 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관리했고, 동시에 팔메이라스 훈련에도 참여하여 연수 프로그램을 받았다. 김진국 기획실장이 송경섭 지도자와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며 협회의 첫 번째 해외연구조사는 마무리되었고, 조사단은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하였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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