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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호평하면 '국뽕'? 아닙니다! [이성모의 어시스트+]

(발렌시아 현지 신문 라스 프로빈시아스의 세비야 전 평점. 이강인은 코클랭, 소브리노에 이어 높은 평점을 받았다. 사진=이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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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전에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 보인 이강인.
발렌시아 현지 신문에서도 호평.
이강인 호평하면 ‘국뽕’? 좋은 활약 해도 평가절하하는 ‘역국뽕’에 관하여.

[골닷컴, 스페인 발렌시아] 이성모 칼럼니스트 = 지난 발렌시아 대 세비야의 스페인 라리가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한 후 이강인이 그 사이 이미 발렌시아 홈팬들로부터 어린 유망주의 수준을 넘어 어엿한 1군 선수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 이는, 이날 경기장에 제일 먼저 들어왔던 이강인의 겸연한 태도, 그리고 이날 메스타야 스타디움에 모인 3만 8천여 명의 팬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 등을 종합해 그 현장에서 필자가 느낀 아주 강한 느낌이었다.

이날 이 칼럼이 나간 후 본 칼럼에, 또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다룬 타매체의 기사들에 달린 팬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일부 팬들은 이날 이강인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국뽕’이라고 부르며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그럴까? 이날 이강인의 활약을 높게 평가한 것은 ‘국뽕’에 취한 국내 팬들 혹은 언론들 뿐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경기 다음날, 발렌시아 시내 곳곳의 카페에 놓여있는 현지 신문들을 찾아봤다.

발렌시아에 연고를 둔 프로팀의 이름과 같은 ‘레반테’ 지에서는 발렌시아 대 세비야의 경기에 대한 평가를 두 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었고, 이날 출전한 발렌시아 선수들의 평점도 공개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현지 매체 ‘레반테’가 평가한 이날 평점에서 이강인은 동점골을 기록한 소브리노(7점)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6점을 받았다.(다른 대다수의 선수는 5점 혹은 4점을 받았다.) 해당 매체에서는 "괜찮은 경기를 했고 모두 납득이 가는 플레이를 했다, 막시에게 어시스트가 될만한 기회도 만들었다"며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한 신문의 평가만을 가지고 현지 언론 전체의 분위기인 것처럼 전할 수는 없다. 다른 매체도 찾아봤다. 또 다른 매체 ‘라스 프로빈시아스‘는 이날 전반전에 특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홈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코클랭을 ‘맨오브더매치’(7점)에 선정하고, 동점골 주인공 소브리노에게도 같은 7점을 준 후, 이강인에게 그 다음으로 높은 6점을 줬다. 이 매체에서는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전반전 슈팅 시도 등이 좋았다"라고 간략하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이강인에게 팀에서 세번째로 높은 평가를 준 두 매체는 '국뽕'(한국)에 취해서 이강인에게 후한 평점을 줬단 말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럴리가 없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만큼 오래 사용되어온, 이제는 언론사의 기사나 칼럼에도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국뽕’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한국 팬들이(혹은 언론이) 한국 선수들에게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의 입장에서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치켜세우는 것을 뜻한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국뽕’이라는 것이 딱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케냐의 스타 미드필더 완야마를 취재하는 케냐의 한 매체는 과거 기사에서 토트넘 선수들의 사진에 “완야마와 동료들(손흥민, 케인 등을 모두 포함해)”라고 소개해 트위터상에서 화제가 된 바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도 자국 선수들을 가장 중심적으로 소개하고 그에 포커스를 맞춰 해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그 ‘국뽕’이 지나쳐서 못한 경기를 잘했다고 하고, 잘못을 저질러도 잘했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언론의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고(그것이 컴퓨터처럼 혹은 칼처럼 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잘한 것을 잘했다고 하고, 칭찬할 부분을 칭찬하는 것을 ‘국뽕’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하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옛 레전드, 현재의 스타, 미래를 책임질 재목들을 깎아내리는 일종의 ‘역국뽕(혹은 안티-국뽕)'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의 레전드 혹은 스타 선수를 다른 누구도 아닌 자국의 팬들이 스스로 깎아내리는 모습은, 적어도 필자는 지금까지 접했던 그 어떤 나라의 팬덤에서도 목격한 바가 없다.

이강인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강인은 세비야 전 선발 출전해 68분 동안 자신에게 찾아온 노마크 슈팅 찬스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발렌시아 현지 신문들로부터 팀에서 세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는 좋은 활약을 했다. 현장에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느낀 바를 한 가지만 더하자면, 이날의 이강인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량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호평을 받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는 즉 그가 앞으로 발렌시아에서 얼마든지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스페인 현지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서서히 주전으로서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이강인을 지켜보는 우리의 시각도 좀 더 객관적이고 장기적이었으면 한다. '국뽕'만큼 위험한 것이 '역국뽕'이며, 양자는 모두 마찬가지로 절제되고 지양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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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렌시아 =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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