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Oblak Atletico Madrid 2019-20Getty Images

'골키퍼계의 메시' 오블락, 아틀레티코를 구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호신 얀 오블락의 선방쇼에 힘입어 연장 접전 끝에 극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의 부상 공백을 드러내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아틀레티코가 안필드 원정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아틀레티코는 지난 시즌 16강 탈락을 씻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틀레티코는 1차전 홈에서 리버풀에게 1-0으로 승리했다. 그러하기에 최소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8강 진출이 가능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90분 정규 시간 이내에 8강 진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당연히 리버풀은 시작부터 파상공세에 나섰다. 전반전에만 11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전후반 합치면 26회의 슈팅을 가져갔다. 유효 슈팅도 무려 9회에 달했다. 점유율 역시 7대3으로 아틀레티코를 압도했고, 코너킥에선 13대2로 아틀레티코를 압도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엔 수호신 오블락이 버티고 있었다. 오블락은 정규 시간 90분 사이에 무려 8회의 선방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특히 결정적인 선방만 5회를 기록한 오블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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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블락은 14분경 리버풀 중앙 미드필더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가속도를 붙이면서 치고 들어와서 때린 날카로운 슈팅을 선방해냈다. 이어서 36분경엔 리버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크로스를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시도한 게 발에 맞지 않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당황하지 않고 손끝으로 쳐냈다. 침착성과 뛰어난 판단력은 물론 동물적인 반사신경이 동시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리버풀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그가 있었기에 전반전을 1실점으로 제어할 수 있었던 아틀레티코였다.

후반에도 그의 선방은 빛을 발했다.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되긴 했으나 그는 후반 4분경 체임벌린의 크로스에 이은 리버풀 측면 공격수 사디오 마네의 논스톱 슈팅을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선방해냈다. 이어서 후반 8분경 체임벌린이 다소 먼거리에서 기습적으로 때린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막아냈다. 후반 14분경엔 아놀드의 간접 프리킥을 먼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피르미누가 골문 앞 슈팅을 가져갔으나 손으로 쳐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리버풀 선수들 입장에선 그가 큰 벽 그 자체로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리버풀 선수들의 슈팅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후반 21분경엔 피르미누의 크로스에 이은 리버풀 왼쪽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맞는 불운까지 따랐다. 지나치게 오블락의 선방을 의식하는 인상이 있었다. 결국 이대로 정규 시간 90분까지 1-0 스코어가 유지됐고, 경기는 자연스럽게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한 건 리버풀이었다. 연장 전반 3분경 바이날둠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피르미누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간 게 골대 맞고 나왔으나 이를 재차 피르미누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밀어넣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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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경기는 리버풀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피르미누의 골이 나오고 3분 뒤(연장 전반 6분) 아놀드의 백패스를 아드리안 골키퍼가 걷어낸다는 게 하필이면 아틀레티코 신예 공격수 주앙 펠릭스에게 연결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펠릭스의 패스를 받은 아틀레티코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가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와 함께 아틀레티코가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기세가 오른 아틀레티코는 연장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의 패스를 받은 요렌테가 수비 두 명을 앞에 두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리버풀이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득점에 더해 최소 2골이 더 필요해지는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리버풀은 무리하게 공격에 나섰다. 이를 역으로 이용한 아틀레티코는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 역습 과정에서 요렌테의 스루 패스를 받은 알바로 모라타의 왼발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대로 경기는 아틀레티코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결국 골키퍼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블락은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총 9회의 슈팅을 선방했다. 게다가 빠른 판단력으로 리버풀의 숱한 크로스들을 펀칭으로 걷어내는 모습들을 연출했다.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면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의 부상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아드리안은 실점 장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리버풀 팬들 입장에선 알리송이 부상만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장면이었다.

이미 리버풀은 2017/18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의 연이은 실수로 1-3 패배를 당하면서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것이 리버풀이 2018년 여름, 7250만 유로(한화 약 988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알리송을 영입한 이유였다. 그 어떤 팀보다도 골키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아틀레티코는 오블락의 영웅적인 활약 덕에 디펜딩 챔피언을 꺾고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오블락이 버티고 있는 이상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그 어떤 팀을 상대하더라도 최소 패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말마따나 그는 아틀레티코의 리오넬 메시이다.

시메오네 "바르셀로나에 메시가 있다면 우리에겐 오블락이 있다. 그가 우리를 구해냈다. 메시가 앞에서 골을 넣으면서 팀에 승리를 가져온다면 오블락도 후방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아틀레티코 팬들은 그의 이런 경기력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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