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n Gerrard Rangers 2018-19Getty Images

안필드 기적 끝까지 못 본 제라드 "긴장돼서..."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약 14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을 직접 쓴 스티븐 제라드(38)도 운동장 위가 아닌 관중석에서 리버풀을 바라보는 심정은 여느 팬의 마음과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리버풀은 지난 8일(한국시각)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 홈 경기에서 기적적인 4-0 대승을 거두며 1, 2차전 합계 4-3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안필드를 찾은 관중수는 5만5212명이다. 이 중에는 불과 4년 전까지 리버풀의 전설적인 주장으로 맹활약한 제라드가 있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현재 제라드는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5일 하이버니안과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치른 후 고향 리버풀로 돌아와 딸과 함께 안필드를 찾아 바르셀로나전을 관전했다. 경기 도중 TV 화면에 잡힌 그는 초조함에 떨면서 안절부절하는 표정을 내비치며 전 선수, 혹은 현 감독이 아닌 팬이 돼 친정팀의 승리를 염원했다. 제라드는 리버풀이 역전에 성공하는 네 번째 골을 터뜨린 후에는 아예 더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조차 TV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승부가 뒤집힌 후 그가 더는 긴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제라드는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안필드 앉아서 긴장을 절제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4-0이 된 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일곱 살짜리 딸이 함께 있었다. 딸이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게 내가 경기장을 떠나며 지인들에게 댄 핑계였다. 그러나 사실 내가 긴장을 너무 많이 했던 게 경기장을 떠난 진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제라드는 "혹시라도 쿠티뉴, 수아레스, 혹은 메시가 나의 가슴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나는 그대로 경기장을 떠났다. 처음에 1-0이 됐을 때는 '한 골만 더 넣으면 진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경기가 계속되며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선수인지를 다시 깨달았다. 차마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없었다.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제라드는 "내가 이날 본 안필드의 분위기는 과거 현역 시절 경험한 것과 비교해도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한편 제라드는 지난 2005년 리버풀이 쓴 이스탄불의 기적을 쓴 주인공이다. 리버풀은 AC밀란을 상대한 2004/05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상대에 전반전 세 골을 헌납하고도 후반 제라드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블라디미르 스미체르, 사비 알론소가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리버풀은 승부차기 끝에 밀란을 꺾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