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병규 기자 = 22세 이하(이하 U-22) 한국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대구FC 트리오(김대원, 정승원, 정태욱)에 조광래 대표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 선수 모두 조광래 대표가 직접 대구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15일 오전, 조광래 대표는 전화기 넘어 “아침부터 축구 공부하고 있었습니다”로 안부를 전했다. 젊은 친구들 못지않게 최신 축구 트렌드는 물론 유럽축구까지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조광래 대표는 여전히 축구에 빠져 산다.
최근 열린 우즈베키스탄 U-22 대표팀과 평가전에 관해 운을 떼자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특히 U-22 대표팀에 뽑힌 대구 소속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본인이 발탁하여 대구로 데려온 까닭에 세 선수의 성장이 뿌듯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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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대표는 과거부터 어린 선수 육성으로 유명했다. 안양과 FC서울 감독 시절 이청용, 고명진, 고요한을 발굴했고 경남FC 시절엔 윤빛가람, 이용래, 김주영 등을 성장시켰다. 지난 2014년 대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시민구단 실정에 맞게 구단을 운영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탓에 수시로 중, 고등학교와 대학 리그를 탐방하며 유망주를 관찰한다. 요즘도 조광래 대표는 현장을 다니며 옥석 가리기에 한창이다.
당시 눈에 띈 선수가 바로 김대원(보인고)과 정승원(안동고)이었다. 조광래 대표는 그때를 회상하며 “대원이는 고등학교때 이미 공격수로서 재능이 보였다. 백패스가 아니라 전진패스와 슛으로 어떻게든 전방으로 이끌어 나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평가전에서도 보았듯, 당시에도 드리블과 슈팅이 날카로웠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프로에서 통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발탁 이유를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정승원 역시 마찬가지다. 조광래 대표는 “키가 왜소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움직임이 좋아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측면에서 재능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두 선수를 프로에 데뷔시킨 후 꾸준히 관찰했다. 감독과 코치진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보완점을 찾았고 꾸준한 2군 경기 투입으로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김대원과 정승원은 지난 8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2군 생활을 함께 버텼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과 2017년 조금씩 1군에서 기회를 늘렸지만 ‘특별함’이 보이지 않았다. 조광래 대표는 “이쯤이면 터질 때가 되었는데 뚜렷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회상했다. 그래서 조광래 대표는 두 선수에게 “K리그2에서 기회를 얻어 성장해 와라”며 임대를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조광래 대표의 밀당이었다. 그는 “사실 임대 보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자극이 필요했다”며 애증이 담긴 일화를 공개했다.
이어 조광래 대표는 “두 선수에게 매력적인 임대 조건을 내민 구단이 없자 그때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때가 2018 시즌을 앞둔 시기였다. 두 선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을까? 2018 시즌부터 맹활약하였고 그해 FA컵 우승에 일조하였다.
정태욱의 이적도 조광래 대표의 끈질긴 분석 끝에 성사되었다. 그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정태욱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태욱의 아시안게임과 프로(제주) 출전횟수가 적었다. 전력강화부에서 확신하지 못하자 아시안게임 종료 후 김학범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장단점을 물어봤다. 이후 구단 회의에서 분석자료를 통해 수시로 설득하며 정우재와 트레이드에 성공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았다. 당시 대구에서 맹활약했던 정우재와의 트레이드에 팬들의 원성이 거셌다. 그러나 정태욱은 단번에 실력으로 비난을 잠재웠다. 특히 올 시즌 중앙 수비수 홍정운이 빠진 자리를 완벽히 메우며 자신의 영입이 신의 한수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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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대표는 “홍정운의 빈 자리를 놓고 안드레 감독과 많은 토의를 했다. 여러 선수를 기용해보았지만 태욱이가 제일 잘 해냈다. 큰 키의 장점은 물론 발기술이 좋아 제격이었다”고 했다. 이어 “본인 의지도 강했다. 처음 시도하는 포지션임에도 ‘할 수 있다’는 다짐으로 훈련에 성실히 매진했다. 안드레 감독이 내게 찾아와 항상 칭찬했다”며 흡족해하였다. 소속팀에서의 경험 덕분에 정태욱은 U-22 대표팀에서도 스리백의 중심에서 수비 라인을 리드하고 최후방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세 선수의 활약을 지켜본 조광래 대표는 끝으로 “이번 평가전에서 매우 잘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성인 대표팀에 들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