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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황희찬에게 최고의 행선지인 3가지 이유

라이프치히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고, 등번호는 첼시로 이적한 前 간판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달았던 11번이다. 이적료는 독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500만 유로로 추정되고 있다.

황희찬에게 있어 라이프치히는 최적의 행선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총 3가지 이유에 기인하고 있다.


1. 적응이 용이하다

황희찬의 전 소속팀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형제 구단이나 마찬가지다. 두 구단 모두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 레드 불의 지원을 받고 있고, 동일한 축구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 단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철학을 만들어낸 랄프 랑닉은 축구단 기본 운영 방침을 '3K'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3K'란 'Kapital(자본), Konzept(컨셉), Kompetenz(능숙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그는 이 3가지가 적절하게 혼합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자본을 바탕으로 하나의 공통된 컨셉 하에서 능숙도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기본적으로 4-2-2-2 포메이션 하에 압박과 속공을 극대화했다(다만 지난 시즌부터 스리백을 번갈아 가면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라이프치히 전술의 기본 골자는 4-2-2-2이다). 두 구단이 같은 포메이션과 전술 틀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수히 많은 잘츠부르크 선수들이 라이프치히에서도 성공가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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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재까지 18명의 선수들이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바 있다(황희찬이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곧바로 넘어온 19번째 선수이다). 현 라이프치히 플레이메이커 케빈 캄플 역시 잘츠부르크에서 스타덤에 올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쳐 라이프치히로 이적해왔다. 만 21세의 젊은 수비형 미드필더 타일러 아담스는 또 다른 레드 불 산하인 뉴욕 레드 불스 출신이다. 

현재 라이프치히 1군엔 캄플 포함 주전 골키퍼 페테르 굴라치, 핵심 수비수 다요트 우파메카노,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첼 자비처, 살림꾼 콘라드 라이머, 재능 있는 중앙 미드필더 아마두 아이다라, 공격형 미드필더 하네스 볼프가 잘츠부르크 출신이다. 이 중 캄플과 자비처, 그리고 골키퍼인 굴라치를 제외하면 전원 황희찬과 잘츠부르크에서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이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같은 게르만 문화권으로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언어적인 측면이나 환경적인 측면은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엇비슷하다. 게다가 황희찬은 비록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차출 및 부상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긴 했으나 2018/19 시즌 당시 함부르크에서 임대로 뛴 경험도 있다. 이래저래 황희찬 입장에선 그라운드 안팎으로 적응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2. 공격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나겔스만

차세대 스타 감독으로 유명한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은 공격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가 손댄 공격수들은 하나같이 커리어 하이를 경험했다.

먼저 호펜하임 감독 시절 그는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를 비롯해 산드로 바그너, 마크 우트, 조엘링톤, 이샤크 벨포딜 같은 공격수들을 성장시키며 공격수 육성에 있어 유난히 뛰어난 역량을 과시했다. 심지어 한물 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아담 찰라이마저도 나겔스만 밑에선 준수한 득점력을 자랑했다. 그의 지도에 힘입어 바그너와 우트는 독일 대표팀에 승선했고, 크라마리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전경기에 출전하면서 준우승에 기여했다. 조엘링톤은 뉴캐슬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의 선수로 등극했다.

라이프치히 간판 공격수 티모 베르너 역시 나겔스만의 지도 하에서 분데스리가에서만 28골을 넣으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파트리크 쉬크는 지난 2시즌 동안 AS 로마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22경기에 출전해 10골 2도움을 올리면서 두 자릿수 득점과 함께 부활에 성공했다.

이는 나겔스만이 공격 전술을 디테일하게 잘 짜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게다가 공격수들 제각각의 개성과 장점을 극대화한다. 그러하기에 나겔스만 밑에서 대박을 친 공격수들이 나겔스만의 품을 떠나면 이전만한 모습을 못 보여주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황희찬 역시도 바그너와 우트, 크라마리치, 조엘링톤, 벨포딜, 쉬크, 그리고 베르너처럼 나겔스만의 지도를 받으면서 한층 더 좋은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3. 주전 경쟁이 수월하다

라이프치히는 기본적으로 투톱 전술을 즐겨 사용한다. 나겔스만 부임 이후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분데스리가 34경기 중 4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투톱 전술을 활용했다. 즉 투톱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라이프치히 투톱 중 한 명은 타게터 역할을 담당한다. 이 역할을 두고 쉬크와 유수프 포울센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쉬크와 포울센이 돌아가면서 제공권 싸움을 해주고 키핑을 하면 베르너가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면서 빠른 스피드로 파고 들어 직접 골 사냥에 나서는 형태였다.

이런 가운데 베르너가 첼시로 이적했다. 베르너의 백업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물론 장-케뱅 오귀스탱이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임대 복귀하지만 그는 임대 당시에도 완전 이적옵션이 추가되어 있었던 라이프치히 입장에선 사실상 전력 외 선수였다. 아데몰라 루크먼 역시 나름 1,800만 유로라는 거액을 들여 에버턴에서 영입했으나 2019/20 시즌 공식 대회 13경기 377분(경기당 29분) 출전해 공격포인트는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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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라이프치히가 황희찬 외에 다른 공격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FFP룰 문제에 더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라이프치히는 2,900만 유로의 이적료로 쉬크를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음에도 이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현재 로마와 쉬크 이적료를 놓고 새로 협상 중에 있다).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해 라이프치히는 루크먼과 에밀 포르스베리, 볼프, 우파메카노, 오귀스탱 같은 선수들 이적을 추진 중에 있다.

게다가 황희찬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포울센보다는 아직 영입이 확정되지 않은 쉬크가 더 좋은 공격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은 독일 현지 언론들은 물론 라이프치히 구단에서도 올라운드 공격수로 분류하고 있다. 베르너와 비교하면 득점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더 다재다능한 측면이 있다. 2019/20 시즌 황희찬은 잘츠부르크에서 공식 대회 40경기에 출전해 16골 22도움(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선 11골 13도움)을 올리면서 골보다 더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 90분당 도움으로는 경기당 0.74도움으로 오스트리아 리그 1위다. 이타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울센은 제공권이 뛰어나고 버티는 힘이 좋지만 득점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선수이다.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4시즌을 뛰면서 두 자릿수 골을 넣은 시즌은 2018/19 시즌(15골)이 전부이다. 그 외엔 매번 시즌 5골에 그쳤다. 반면 쉬크는 포울센보다 제공권 능력이나 버티는 힘은 떨어지지만 득점력에선 앞선다. 즉 황희찬과의 궁합은 쉬크가 더 나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쉬크 완전 영입에 실패한다면 황희찬은 지금까지보다 더 직접적으로 골 사냥에 나서야 한다. 


# 결론

물론 라이프치히 이적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베르너를 대신해 라이프치히로 이적해온 만큼 전임자와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보다 더 직접적으로 골 사냥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라이프치히 이적은 여러모로 황희찬 입장에선 실보다 득이 많다. 챔피언스 리그 본선 출전이라는 보너스도 따라온다(잘츠부르크의 경우 예선을 거쳐야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나갈 수 있다). 유능한 감독 밑에서 성공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더 좋은 미래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선수 명단

로만 발너(2012년 1월)
게오르그 타이글(2014년 1월)
슈테판 히어랜더(2014년 여름)
토마스 대네(2014년 여름)
요르디 레이나(2015년 1월)
호드네이(2015년 1월)
마르첼 자비처(2015년 여름)
슈테판 일잔커(2015년 여름)
페테르 굴라치(2015년 여름)
마시모 브루노(2015년 여름)
닐스 콰슈너(2015년 여름)
나비 케이타(2016년 여름)
베르나르두(2016년 여름)
벤노 슈미츠(2016년 여름)
다요트 우파메카노(2017년 1월)
콘라드 라이머(2017년 여름)
아마두 아이다라(2019년 1월)
하네스 볼프(2019년 여름)
황희찬(2020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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