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포항] 박병규 기자 = 포항 스틸러스의 ‘일류 형’ 다웠다. 그는 지난 시즌 K리그 데뷔 후 총 4차례의 멀티골을 기록한 바 있다. 만일 욕심만 부렸다면 K리그에서 더 일찍 첫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언제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었다.
일류첸코는 지난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광주FC와 23라운드 대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팽팽하던 전반 35분 선제골로 흐름을 가져왔고 후반 5분 팔로세비치의 추가골로 팀이 2-0으로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광주에게 이내 3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하였지만 일류첸코가 후반 25분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팔로세비치의 재역전골이 터졌고 후반 43분 일류첸코가 쐐기골을 터트리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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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K리그에서 데뷔한 후 약 1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일류첸코는 경기 후 “굉장히 기쁘다. 사실 전반전에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골 찬스도 충분히 만들었고 선제골도 넣었다.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오면서도 선수들끼리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며 칭찬했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후반에 공간을 내주고 역전까지 허용했다. 다행히 역전 이후 다시 선수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승리하였지만 중간에 집중력을 잃은 것은 아쉽다”며 냉철하게 아쉬웠던 부분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해트트릭은 기뻤다. 그는 “K리그에서 첫 해트트릭이다. 정말 기쁘다. 이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을 달려왔고 기다려왔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기쁘다는 말 외에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공교롭게도 지난 22라운드에서 절친 팔로세비치가 프로 데뷔 후 첫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팔로세비치의 좋은 기운이 그대로 이어졌는지 묻자 일류첸코는 “그가 좋은 에너지를 준 것은 아니다. 대신 팔로는 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축구에서나 외적으로도 나와 좋은 친구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축구는 그때그때 다르다. 이전 경기는 팔로의 날이었고 오늘은 저의 날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공격 파트너 송민규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털어 놓았다. 평소 송민규는 경기 전 일류첸코에게 자신의 여러 축구화 중 경기에 나설 축구화를 선택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일류첸코는 신중히 신발을 골라주었고 송민규는 좋은 기운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이번 광주전에서는 달랐다. 일류첸코는 “우선 민규가 제 축구화를 골라준 적은 없었다”며 익살스럽게 웃은 뒤 “오늘은 민규가 축구화를 골라 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아서 사실 놀랐다. 아마 지난번에 골을 넣지 못해서 나를 믿지 않는 것 같다. 다음에 지켜보겠다”며 크게 웃었다.
유독 이번 라운드에선 해트트릭 기록자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K리그1 기준으로 23라운드에서만 타가트, 무고사, 일류첸코 등 3명이 나왔다. 마지막 주인공이 된 일류첸코는 올 시즌 K리그 6번째 해트트릭의 사나이가 되었다.
박병규그러나 일류첸코의 K리그 첫 해트트릭 기록은 사실 더 일찍 달성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한 차례의 멀티골, 올 시즌 3차례의 멀티골을 터트렸다. 욕심만 부렸다면 일찍 달성하였거나 혹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달성할 수 있었으나 그는 매번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 여겼다. 당장의 광주전만 보더라도 후반 21분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자신보다 전담 키커인 팔로세비치에게 공을 건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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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첸코는 “진심으로 해트트릭의 이른 달성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타이틀 욕심은) 제 스타일도 아니다. 공격수로 출전해서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맞지만 항상 팀이 승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득점왕 같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 목표를 둔 적도 없다. 오히려 그런 욕심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가면 더 잘 안되었다. 항상 팀이 우선이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광주전 승리로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포항의 목표는 리그 3위 유지와 팀 득점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포항은 현재 46득점을 기록하여 47득점으로 1위를 달리는 울산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에 관해 그는 “아직 4경기가 남았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팀 득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우선 리그 3위에 목표를 맞추어서 집중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다”며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기념비적인 매치볼을 챙긴 후 웃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닷컴 박병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