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박종우 프리킥득점한국프로축구연맹

[GOAL 인터뷰] 시즌 ‘첫 골’이 팀을 구한 ‘결승골’… 박종우 “찰나의 순간이 보였다”

[골닷컴] 박병규 기자 = “지난 시즌 승격 전쟁은 현재의 강등 전쟁에 비해 전쟁도 아니네요. 부담감은 지금이 더 큽니다” 

부산 아이파크의 박종우는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의 24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2분 그림 같은 프리킥골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5년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한 부산은 첫 시즌 만에 강등의 어둠이 드리우며 순위도 최하위로 쳐졌다. 이로 인해 승격을 이끌었던 조덕제 감독이 사임하였고 남은 파이널 라운드 B에서 매 경기 살얼음판 같은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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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이었지만 하나로 똘똘 뭉친 부산은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잔류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헌신적인 수비와 날카로운 프리킥 결승골로 팀의 승리를 도운 박종우가 ‘골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박종우는 “경기를 준비하기 이전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감독님이 사임을 하셨고 모든 책임을 짊어지시고 떠나셨다. 선수, 구단 모두 분위기가 쳐진 것도 사실이었다. 대신 이기형 코치님이 모든 부진의 책임은 본인을 포함한 개인 모두가 짊어 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낭떠러지 앞에 있으니 더욱 준비를 잘하자고 이야기하였던 것이 팀원을 하나로 뭉치게 된 계기였다”며 그동안의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서울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들어선 박종우는 어느 때 보다 무거워진 완장의 무게를 실감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 무게감은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 입장에선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아 주어야 했고 쓴소리도 해야 했다. 다행히 모두가 잘 따라와 주었다. 좋은 소리, 안 좋은 소리를 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웠는데 이해해주어서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    

박종우 부산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은 전반 16분 만에 이규성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흐름을 가져왔고 박종우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다. 특히 팽팽했던 접전에서 더욱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찬스는 오직 세트피스였다. 부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자 박종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키커로 나섰다. 

그는 “연습을 많이 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반드시 결정지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정석대로 오른쪽 구석을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이 벽을 세울 때 키가 큰 오스마르, 박주영을 오른쪽으로 세웠다. 그래서 벽을 넘기기가 힘들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도전하려 했다. 그리고 볼을 가져다 놓고 디딤발을 체크하고 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왼쪽 벽에 공간이 보였다. 그래서 그곳으로 변경하였고 원하던 방향으로 정확히 갔다. 골키퍼도 역동작에 걸리며 득점이 만들어졌다”며 득점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리그 기준 박종우의 시즌 첫 골이었다. 가장 중요했던 순간 결정지어서 의미가 더 컸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로 공격포인트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저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니다. 득점의 의미보다 팀에 승점 3점을 안길 수 있었던 것에 더 기뻤고 소중했다. 만일 다른 선수가 넣었더라도 제가 득점한 것처럼 좋아했을 것이다”며 팀을 우선시 여겼다. 

부산 최필수 골키퍼한국프로축구연맹

박종우는 최후방에서 선방쇼를 펼친 최필수의 노고도 있지 않았다. 경기 MOM은 박종우가 받았지만 공식 기자회견장에는 최필수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서운하지 않았는지 묻자 “절대 아니다. 제가 골을 넣어서 MOM을 받은 것 같은데 선방쇼를 펼친 필수가 받는 것이 맞았다. 정말 잘해주었다”며 칭찬했다. 

부산은 이전보다 수비에 더 집중하였다. 이기형 감독 대행 역시 공격에 무게를 둔 팀의 컬러를 수비 쪽으로 바꾸는데 치중했다고 했다. 박종우 역시 김정현과 함께 두터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후반에는 스리백으로 변형하여 중앙 수비수 역할까지 맡았다. 그 과정에서 몸을 던진 수비로 중요한 실점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그는 “경기를 준비할 때 수비에 치중한 것은 맞다. 코치님이 분석을 통해 허리라인과 수비에서 실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더 탄탄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후반에 변형한 스리백도 미리 준비한 과정이었는지 묻자 “당연하다. 우린 포백과 스리백을 모두 준비했다. 서울을 분석했을 때 내려선 수비나 스리백으로 나선 팀에 약한 모습이 있었다고 미팅 때 이야기해 주셨다. 경기 중 언제 스리백으로 돌아서느냐는 타이밍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2가지 전술을 모두 준비하였고 후반 시작과 함께 두텁게 내려섰다”고 설명했다. 

부산 박종우한국프로축구연맹

박종우는 경기 전과 경기 후 경쟁 팀들의 결과에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비화도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강원과 성남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성남이 숫자가 부족함에도 골을 넣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워밍업을 하러 올라갔는데 모두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저 역시도 비장하게 몸을 풀었고 동료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워밍업 후 경기를 준비할 때 강원이 역전승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서야 선수들도 마음을 놓았고 무조건 이기자고 크게 다짐했다. 그것이 더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기 후 부산을 내려오면서도 모두가 인천-수원전을 숨죽이면서 보고 있었다. 다행히 인천이 패하면서 저희가 가장 원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져 기뻐했다”고 했다. 

해외를 거쳐 지난 시즌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박종우는 부산이 간절히 바라던 승격에 일조했다. 상위권을 유지해야 했던 승격의 도전 과정과 강등의 불안함이 존재하는 지금의 순간 중 어느 것이 더 어렵고 부담되었는지 묻자 “작년에는 승격 도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 강등 경쟁을 겪어보니 지난해에는 힘든 것도 아니었다. 정말 매 경기가 피가 말린다. 상상도 하기 싫은 현실이 있기에 짓누르는 부담과 걱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 박종우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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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두 번의 강등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이다. 팀 내에서도 강등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싫을 것이다. 우리가 승격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팬들의 바램이 있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시는 K리그2로 가기 싫을 것이며 부산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남은 3경기에서 어떻게 든 아등바등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하나가 되어서 투지 있게 싸우고 싶다. 한 명, 한 명이 모이면 큰 힘이 되고 간절함이 모이면 운도 함께 따른다”며 잔류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부산은 오는 18일(일) 수원전을 시작으로 인천, 성남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수원전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다. 박종우는 “우선 마지막 홈 경기이기에 중요한 순간이다. 비록 무관중으로 팬들은 안 계시지만 TV를 통해 시청하시는 팬들에게 홈 경기 마지막 선물을 안기고 싶다. 나머지 경기들도 죽기 살기로 뛸 예정이다. 그러면 잔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다짐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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