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애지중지 키우는 2000년생 유스 출신 선수 칼럼 허드슨-오도이와 필 포든이 2018/19 시즌 사이좋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선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잉글랜드에도 봄이 오는가? 2000년대생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프로 무대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잉글랜드 2000년대생들이 황금세대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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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2000년대생들이 어떤 선수들인가? 바로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 준우승(우승은 스페인)에 이어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잉글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 평가받던 선수들이다. 당시 17세 이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로는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포든, 오도이를 비롯해 에밀 스미스 로우(아스널)와 리안 브루스터(리버풀), 앙헬 고메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모건 깁스-화이트(울버햄튼 원더러스), 조나단 판초(모나코)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산초는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 대회 MVP(골든 플레이어)의 영예를 얻었다. 이어서 포든이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 MVP(골든 볼)를 수상했고, 브루스터가 2017년 월드컵 득점왕에 올랐다(참고로 산초는 소속팀 도르트문트의 요청으로 인해 조별 리그 3경기만 소화한 채 독일로 돌아갔다).
2000년대생들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다름 아닌 라이언 세세뇽이다. 풀럼 소속으로 레이튼 오리엔트(2016년 8월 9일)와의 리그 컵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6년 8월 20일, 카디프 시티와의 경기에서 만 16세 95일의 나이에 골을 넣으면서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 역대 최연소 득점자라는 영예를 얻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데뷔 시즌(2016/17)에 챔피언십 올해의 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그는 2017/18 시즌, 챔피언십에서 16골 8도움을 올리며 풀럼의 EPL 승격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활약상에 힘입어 그는 챔피언십 올해의 팀 2연패는 물론 역대 최연소 챔피언십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며 역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심지어 챔피언십 소속임에도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이변을 연출했다(수상자는 맨시티 측면 공격수 르로이 사네).
이렇듯 그는 동년배들보다 먼저 앞서나갔기에 다른 2000년대생들보다 먼저 2017년 3월에 19세 이하 대표팀에 올라있었다. 이것이 그가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과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에 결장한 이유였다.
Getty하지만 세세뇽이 2018/19 시즌, 한 단계 높은 리그인 EPL에서 고전하는 사이에 산초가 치고 나갔다.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 MVP에 선정되면서 주가를 높인 산초는 2017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 유스팀을 떠나 도르트문트에 입단했다. 도르트문트는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에겐 나름 거액에 해당하는 800만 유로(한화 약 102억)의 이적료를 지불했고, 등번호 7번을 부여하면서 1군에 등록하는 이례적인 대우를 통해 산초 영입을 성사시켰다.
2017년 10월 21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분데스리가 9라운드에서 교체 출전하면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8년 1월 19일, 헤르타 베를린과의 18라운드에서 도움을 올리며 프로 첫 공격 포인트를 개시했다. 이어서 2018년 4월 21일,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31라운드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프로 첫 골을 기록한 산초였다.
이렇듯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에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나가면서 프로 무대 적응도를 높여나간 그는 2018/19 시즌,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측면 공격수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 6경기에 교체 출전하면서 1골 5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한 그는 쟁쟁한 도르트문트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떠올랐다. 선발로 도약한 이후에도 꾸준히 맹활약을 펼치면서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모두 경쟁력을 입증한 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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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는 이제 만 19세를 갓 넘겼으나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3도움을 올리며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가 이에 해당한다) 선수들 중 최다 도움을 달리고 있다(2위는 리오넬 메시 12도움). 게다가 지난 2월 9일, 호펜하임과의 경기에선 만 18세 321일의 나이에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8호골 기록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현재 9호골을 기록 중인 그는 조만간 최연소 10호골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이러한 활약상을 인정받아 그는 2018년 10월 12일, 크로아티아와의 UEFA 네이션스 리그 경기를 통해 2000년대생들 중에선 가장 먼저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에 승선해 A매치 데뷔전을 가지는 영예를 얻었다. 이미 A매치 4경기에 출전해 2도움을 올리면서 대표팀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다져나갔다. 잉글랜드 2000년대생 황금세대의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선수가 다름 아닌 산초인 셈이다.
Squawka Football산초의 바통을 오도이와 포든이 이어받고 있다. 이들은 산초와 함께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 준우승과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의 주역들이었다. 이들은 그 동안 각종 컵 대회(FA컵과 리그 컵)와 유럽 대항전(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을 통해 이미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EPL에서도 교체 출전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받은 선수들이었다.
오도이는 이번 시즌 공식 대회 20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포든은 24경기에 출전해 6골 2도움을 각각 기록했다. 이미 오도이는 지난 3월, 성인 대표팀에 승선해 체코(22일)와의 경기에선 교체 출전을 통해 잉글랜드 역대 최연소 A매치 승이라는 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선발 데뷔전이었던 몬테네그로(25일)와의 경기에선 첫 도움을 올렸다.
이렇듯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둘 모두 EPL에선 줄곧 교체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4일 새벽, EPL 32라운드 경기를 통해 오도이와 포든이 동시에 감격적인 EPL 선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먼저 오도이는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32분경, 측면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로 첼시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4회를 기록했다. 연신 측면에서 화려한 발재간에 이은 정교한 크로스로 동료들에게 슈팅 찬스들을 제공해준 오도이이다.
실제 그는 측면 공격수로는 상당히 높은 92.3%의 패스 성공률에 더해 7회의 크로스 중 3회를 동료들에게 정확하게 배달했다. 통상적으로 크로스는 성공률이 30%만 되도 상당히 높은 편에 해당하기에 그가 기록한 42.9% 성공률은 수준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포든은 오도이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포든의 활약상도 오도이 못잖았다. 이 경기에서 포든은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5회의 슈팅과 3회의 키패스, 그리고 2회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하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기인 패스 역시 92.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사실 적어도 1골은 넣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50분경과 70분경에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강력한 왼발 슈팅을 가져갔으나 모두 카디프 골키퍼 닐 에더리지의 환상적인 선방에 막혔다. 66분경에 시도한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쉽게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그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웃으면서 "내가 슈팅할 때마다 매번 막아냈다. 그게 그의 역할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의 선방은 대단했다. 아무래도 그가 나에게 감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렇듯 둘은 상당히 성공적인 EPL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이 정도의 활약상을 보인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다. 이에 맨시티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포든은 어리지만 모든 걸 할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그의 경기력이 마음에 든다.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현재 포든은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케빈 데 브라위너, 일카이 귄도간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어 기회를 잡기 쉽지 않지만 이는 하나의 과정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맨시티에 있어 중요한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오도이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은 첼시 베테랑 공격수 지루 역시 "난 그가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그는 단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이제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펩과 지루의 말마따나 이제 오도이와 포든의 시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