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징야 조광래 에드가Daegu FC

대구와 함께 웃는 세징야-에드가, 3년 재계약의 힘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요즘 K리그 대세는 대구FC다. 지난해 조현우의 스타 등극과 FA컵 우승으로 끓기 시작한 열기를 축구전용구장 ‘DGB대구은행 파크’ 입성을 통해 폭발시켰다. K리그1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멋진 경기력으로 연일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브라질 출신의 특급 외국인 선수 세징야와 에드가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맹활약하며 FA컵 우승의 주역이 된 두 선수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타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는 새로운 보강을 제쳐 두고 두 선수의 재계약에 전념했고, 결국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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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인데 전력 보강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보면 대구의 선택이 맞다. 지난해 자리를 잡은 3-4-1-2 포메이션은 핵심인 세징야, 에드가가 남아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 멜버른 시티를 원정에서 완파한 데 이어 홈에서 중국의 거함 광저우 헝다까지 3-1로 꺾었다. 그 2경기에서 세징야는 1골 3도움, 에드가는 3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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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4년차를 맞는 세징야는 2017시즌부터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위력적인 킥 능력 뿐만 아니라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까지 한층 올라갔다. 지난해 여름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임대 온 에드가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대구의 대반전의 기폭제가 됐다. 

기량이 검증된 두 선수를 향한 국내외 러브콜은 치열했다. 세징야의 경우 국내 2개 기업 구단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오퍼가 왔다. 브라질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엘리트인 에드가 역시 다시 해외 클럽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는 재계약으로 두 선수를 잡았다. 일반적인 시민구단의 케이스와는 다르다. 몸값을 감당할 수 없고, 구단 운영 자금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선수들, 특히 외국인 선수의 경우 미련 없이 보내고 이적료를 챙기는 게 일반적이다.

재계약도 대단하지만 그 기간이 3년의 장기 계약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2년 이하의 재계약이 관행적이다. 이적시킬 기간을 버는 동시에 기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교체하기 위해서다. 웬만한 신뢰 없이는 3년 단위의 계약은 어렵다. 최근 K리그에서는 전북의 로페즈가 유일하게 장기 계약을 맺었다. 

대구가 시민구단의 현실을 딛고 세징야, 에드가와 3년 재계약을 한 것은 장기적으로 함께 가겠다는 의지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구단 필요에 따라 보내는 게 아니라 정말 대구FC의 가족이라는 신뢰를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대구가 제시한 재계약 조건은 보상할 수 있는 금액 면에서 국내외 러브콜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 격차를 메운 것은 진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었다. 30대에 접어 든 두 선수의 중요한 고민을 공유한 것이다. 

세징야의 경우 선수 이후의 지도자 인생을 약속했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세징야가 대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반 경상도 남자다. 은퇴 이후에도 브라질이 아닌 대구에서 살고 싶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안드레 감독처럼 여기서 지도자 생활을 하게끔 돕겠다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세징야의 아내인 아니에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아니에리는 유소년 지도 자격증을 갖고 있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원정을 가거나 전지훈련을 가면 아무래도 심심할 거다. 일이 있으면 좀 좋지 않겠나 싶었다. 우리 유소년 팀과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 걸 제안했다. 세징야와 아내가 좋아하더라”라고 소개했다. 구단은 조만간 아니에리와도 계약서를 쓸 예정이다.

에드가에겐 마음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줬다. 특급 유망주였던 에드가는 FC포르투에 입단하는 등 큰 기대를 모았지만 선수 생활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유럽, 브라질, 중동을 오갔고 지난해에는 태국의 부리람으로 옮기며 선수로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부리람에서도 감독과 성향이 맞지 않아 퇴출 위기에 몰렸고, 그 타이밍에 대구가 부리람으로부터 연봉을 보조 받는 형태로 임대 영입한 상황이었다.

대구에서 부활에 성공한 에드가는 선택지가 많았지만 그때 조광래 대표는 “또 함부로 이적했다가 떠돌이 신세가 될 거냐? 이제 가족도 생각해 한 곳에 길게 정착하자”고 말했다. 에드가 역시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지만 대구와 한국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창 아들이 성장하는 시기인데 아내를 비롯한 가족도 제약이 적고, 치안이 좋은 대구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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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는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게약 해지를 원한 부리람과 결별하고 임대 신분이 아닌 완전한 대구 선수가 됐다. 당초 2년 계약을 예상했던 에드가는 3년 계약을 하자는 조광래 대표이사의 제안에 싱글벙글했다는 후문이다. 87년생인 그도 대구에서 멋지게 은퇴하겠다는 각오를 굳혔다. 

외국인 선수와 파격적인 장기 계약을 한 조광래 대표이사는 “선수 팔아 먹고 사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 팬들이 좋아하고, 축구와 일에 대한 태도가 좋은 외국인 선수는 오래 데려가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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