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Inbeom HwangVancouver Whitecaps FC

MLS가 황인범 패스를 도움으로 기록한 이유는?

[골닷컴, 미국 뉴욕] 한만성 기자 = 분명히 우리가 생각하는 '어시스트(도움)'는 아니었다. 그러나 북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공식 기록지는 황인범(22)의 패스를 도움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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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차세대 미드필더로 떠오른 황인범은 지난 3~4일(이하 한국시각) 이틀에 걸쳐 막을 올린 2019년 MLS 시즌을 앞두고 대전 시티즌을 떠나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했다. 리그 개막을 약 2주 앞두고 새 팀에 합류한 황인범은 지난 3일 밴쿠버가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를 상대한 개막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공격포인트(1도움)까지 기록했다.

밴쿠버는 홈구장 BC플레이스에서 창단 2년 차에 불과한 미네소타에 2-3 석패를 당했다. 그러나 황인범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마크 도스 산토스 밴쿠버 감독은 물론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도 합격점을 받았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황인범은 근육 경련이 일어났는데도 계속 뛰었다. 그에게 긍정적인 부분을 매우 많이 봤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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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범의 패스가 어시스트인 이유, MLS 로컬 룰 '세컨드 어시스트'

단, 국내 K리그나 유럽 축구에 익숙한 일반 팬들에게는 이날 81분 황인범의 패스가 왜 도움으로 기록됐는지를 두고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인범은 밴쿠버가 1-3으로 뒤진 81분 왼쪽 측면에서 요르디 레이나(25)가 짧게 건넨 코너킥을 받아 중앙 부근에서 기다리던 PC(24)에게 간결한 패스로 연결했다. 이후 PC가 문전으로 뛰워준 패스를 도닐 헨리(25)가 머리로 마무리했다.

이 득점 상황을 보면 도움 기록은 황인범이 아닌 문전으로 로빙 패스를 연결해 헨리의 헤딩슛을 도운 PC에게 가는 게 맞다. 그러나 MLS 공식 기록을 살펴 보면 이날 헨리의 골을 도운 선수는 황인범과 PC로 등록됐다. 헨리가 기록한 골 하나를 도운 선수가 두 명으로 기록된 셈이다. 즉, 황인범은 MLS 무대에 데뷔한 경기부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처럼 MLS는 전 세계 대다수 리그와는 달리 도움 기록을 더 광범위하게 집계한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도움 기록의 기준은 득점자에게 패스를 연결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MLS는 득점자의 골을 도운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한 '세컨드 어시스트'까지 도움으로 집계한다. 이는 아이스하키에서 유래된 도움 기록 집계 방식이다.

# MLS가 '세컨드 어시스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러한 도움 기록 집계 방식은 일반 축구 기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질적일 수 있지만, MLS가 '세컨드 어시스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에도 일리는 있다. MLS는 축구에서 골 기회가 창출되는 상황을 통계로 분석하려면 득점자에게 패스를 연결한 선수뿐만이 아니라 이에 앞선 상황을 만들어낸 '세컨드 어시스트'의 주인공에게도 가치를 부여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2선과 3선을 오가며 직접적인 득점 기회보다는 수비 진영에서부터 팀 공격의 흐름을 만드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살림꾼이다. 즉, MLS의 관대한 도움 집계 방식은 그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기록은 MLS를 발판으로 유럽 진출을 노리는 그가 개인 기록을 통해 자신을 어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황인범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닷컴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MLS는 ‘세컨드 어시스트’도 기록이 된다고 들었다"며, "오기 전에 밴쿠버 화이트캡스 기록을 보니가 다들 어시스트가 되게 많더라. 그래서 나도 ‘10~15개 정도를 목표로 세워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외국인 선수로 왔다. 결과를 가져오는 선수가 돼야 한다"며 공격 포인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 황인범이 밴쿠버 교민들에게 보낸 공개 편지

프로 데뷔 후 첫 해외 진출을 경험 중인 황인범은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특히 그는 개막전을 앞둔 이달 초 캐나다 밴쿠버의 한국 이민자들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며 '팬심 잡기'에 나섰다. 대개 한국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면 구단이 그를 내세워 '광고 효과'를 누린 적은 많지만, 선수가 직접 현지 교민들에게 편지를 쓴 사례는 흔치 않았다.

황인범은 지난 1일부터 '밴쿠버 조선일보'를 통해 자신이 팬들에게 보낸 편지로 현지 교민들을 BC플레이스로 불러모으고 있다. 그는 이 편지를 통해 "모든 한국 분들이 '저 선수가 바로 한국인이야'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그림"이라며,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이 필요하고,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더 큰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범 Inbeom HwangWoosang Lee / Vancouver Chosun Ilbo

이뿐만 아니라 황인범은 경기장 안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팀의 패배 속에서도 밴쿠버 팬들의 마음을 잡았다.

황인범은 밴쿠버가 2-3으로 뒤진 추가시간 상대 수비진이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는 과정에서 팀 동료 중 누구도 공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자 혼자 공격 진영 이곳저곳을 누비며 전방 압박을 가했다. 그는 사력을 다해 수비하는 와중에도 펄쩍펄쩍 뛰며 지쳐 있는 팀 동료들에게 "Go! Go!"라고 외치는 소리가 관중 2만7837명의 함성 속에서도 현지 TV 중계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를 본 밴쿠버 팬들은 경기 후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그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fan favorite)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 시애틀 사운더스 수비수 김기희, 개막전 풀타임 맹활약

황인범보다 1년 일찍 MLS에 진출한 김기희 또한 개막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지난 시즌 다진 팀 내 입지를 그대로 이어갔다.

김기희는 시애틀이 3일 신생팀 FC 신시내티를 상대한 홈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4-1 대승을 도왔다. 그는 미국 대표팀 수비수 채트 마셜(34)과 함께 시애틀의 중앙 수비진을 구축했다. 김기희와 마셜이 지킨 수비라인의 앞에서 보호막 역할을 한 수비형 미드필더는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 대표로 활약한 구스타프 스벤손(32)이었다.

김기희 Kim KeeheeSeattle Sounders

이날 김기희는 나이지리아 23세 이하 대표팀 출신 공격수 파넨도 아디(25)를 선봉에 세운 신시내티를 상대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선발 출전(총 출전 31경기)하며 시애틀의 확고한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김기희는 올 시즌에도 홈 팬 3만9011명 앞에 선 개막전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약을 펼쳤다.

시애틀은 김기희가 풀타임 활약한 이날 경기에서 구단이 2009년 MLS에 가입한 후 홈구장 센추리링크 필드에서 100번째 승리를 따내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Seattle Sounders

# MLS WEEK 1 경기 결과

같은 날 LA 갤럭시와 시카고 파이어의 경기는 유럽에서 온 두 '월드 스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갤럭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 시카고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4)를 선발 출전시켰다. 지난 2016/17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짧게나마 팀동료로 함께 활약한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 웃은 건 이브라히모비치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80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갤럭시를 개막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올 시즌 개막 전부터 "MLS의 모든 득점 기록을 내가 갈아치우겠다"고 선언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 DC 유나이티드 공격수 웨인 루니(33)는 지난 시즌 우승팀 아틀란타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풀타임 출전하며 팀의 2-1 승리를 도왔다. 최근 스포르팅 CP에서 올랜도 SC로 이적하며 MLS에 입성한 루이스 나니(32)는 뉴욕 시티 FC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20분간 활약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몬트리올 임팩트 수비수 바카리 사냐(36)는 산호세 어스퀘익스 원정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필라델피아 1-3 토론토
올랜도 2-2 뉴욕 시티 FC (나니 데뷔전)
콜럼버스 1-1 뉴욕 레드불스
댈러스 1-1 뉴잉글랜드
휴스턴 1-1 솔트 레이크
콜로라도 3-3 포틀랜드
밴쿠버 2-3 미네소타 (황인범 풀타임, 1도움)
LA 갤럭시 2-1 시카고 (즐라탄 결승골)
시애틀 4-1 신시내티 (김기희 풀타임)
산호세 1-2 몬트리올
DC 유나이티드 2-0 아틀란타 (루니 풀타임)
LAFC 2-1 캔자스 시티

# MLS WEEK 2 경기 일정 (한국시각)

*10일 일요일
시카고 - 올랜도 (슈바인슈타이거, 나니)
뉴잉글랜드 - 콜럼버스
댈러스 - LA 갤럭시 (즐라탄)
휴스턴 - 몬트리올
솔트 레이크 - 밴쿠버 (황인범)
산호세 - 미네소타
시애틀 - 콜로라도 (김기희)

*11일 월요일
캔자스 시티 - 필라델피아
뉴욕 시티 FC - DC 유나이티드 (루니)
아틀란타 - 신시내티

이미지=Vancouver Whitecaps, Seattle Sounders, 이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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