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lu Lukaku Inter 2019-20Getty

'9경기 연속 골 신기록' 루카쿠, 완전체에 다가서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로멜루 루카쿠가 바이엘 레버쿠젠 상대로 피지컬 능력을 백분 살린 플레이로 선제골에 관여했고, 결승골까지 넣으면서 인테르를 유로파 리그 준결승전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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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르가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메르쿠르 슈필-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2019/20 시즌 유로파 리그 8강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인테르는 헤타페와의 16강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다. 루카쿠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투톱으로 나섰고,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와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 니콜로 바렐라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애슐리 영과 다닐로 담브로시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스테판 데 브라이를 중심으로 바스토니와 디에고 고딘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Inter Starting vs Leverkusenhttps://www.buildlineup.com/

레버쿠젠은 독일 구단답게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감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점유율에서 63대37로 크게 앞선 레버쿠젠이었다. 하지만 정작 인테르가 레버쿠젠의 전방 압박 속에서도 롱패스 위주의 효과적인 역습을 바탕으로 정작 슈팅 숫자에선 18대9로 레버쿠젠보다 정확하게 2배 더 많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엔 바로 루카쿠가 있었다. 수비 진영에서의 롱패스를 루카쿠가 피지컬 능력을 백분 살린 등지는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반면 레버쿠젠 중앙 수비수 에드몬드 탑소바는 루카쿠와의 몸싸움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테르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14분경 데 브라이의 롱패스를 측면에서 받아낸 라우타로가 센스있는 힐패스를 연결했고, 영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패스를 공급한 걸 루카쿠가 탑소바를 등진 상태에서 받아낸 후 몸싸움으로 뿌리치고 슈팅을 가져갔다. 커버를 들어온 레버쿠젠 왼쪽 측면 수비수 데일리 싱크라벤이 루카쿠의 슈팅을 태클로 걷어냈으나 바렐라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루카쿠의 슈팅이 선제골의 발판으로 작용한 것.

이어서 20분경, 갈리아르디니가 측면으로 내준 패스를 영이 받아서 치고 들어가다가 전진 패스를 공급해주었고, 이를 이번에도 수비수 등진 상태에서 받아낸 루카쿠가 돌아서면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루카쿠의 등지는 플레이가 연달아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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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3분경, 루카쿠는 하프 라인 부근 수비수 등진 상태에서 영의 롱패스를 원터치 패스로 연결해 주고선 곧바로 돌아서서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달려 들어갔고, 브로조비치의 리턴 패스를 받아선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득점 찬스가 무산되고 말았다.

레버쿠젠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레버쿠젠은 곧바로 1분 뒤(24분), 에이스 카이 하베르츠가 골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실점에도 흔들리지 않고 인테르는 루카쿠 중심의 공격을 전개하면서 효과적으로 레버쿠젠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이로 인해 레버쿠젠은 수비 진영에서부터 무너지다 보니 마음놓고 공격에 나설 수 없었다. 도리어 후반 중반부부터는 레버쿠젠 선수들이 지치면서 중원에 자주 공간이 발생했고, 이를 교체 출전한 인테르 공격형 미드필더 에릭센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대로 경기는 인테르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와 함께 2009/10 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에 유럽 대항전 준결승에 오른 인테르이다. 

이 경기에서 루카쿠는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6회의 슈팅을 기록했다. 공중볼 획득 횟수도 4회로 가장 많았다. 공중볼 경합 승률은 무려 66.7%에 달했다. 볼경합 승률도 53.3%였다. 반면 탑소바는 볼경합 승률이 40%에 불과했고, 심지어 공중볼 경합 승률은 37.5%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루카쿠는 이 경기에서 50회의 볼터치로 인테르 선수들 중 브로조비치(61회) 다음으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최전방 공격수는 골키퍼 다음으로 볼터치가 적게 가져가는 편에 속한다. 실제 루카쿠의 시즌 평균 볼터치 횟수는 32.9회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루카쿠는 그 동안 190cm의 큰 키에 100kg에 육박하는 당당한 신체 조건을 자랑함에도 몸싸움을 기피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당연히 키핑과 공중볼에 약점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강팀과의 경기에서 잠수를 타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루카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2017/18 시즌과 2018/19 시즌, 빅6(맨유와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을 지칭하는 표현) 상대로 20경기에서 단 1골(첼시전) 밖에 넣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테르에서도 전반기만 하더라도 174cm 단신인 라우타로가 주로 키핑을 하면서 궂은 일을 해주고, 루카쿠는 침투해서 골을 노리는 형태였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라우타로의 주가를 높이는 데 일조하게 됐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루카쿠의 등지는 플레이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즌이 중단된 사이 그는 이 부분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서야 마침내 축복받은 신체조건을 백분 활용하게 된 루카쿠이다.

한편 이미 2014/15 시즌 당시 에버턴 소속으로 유로파 리그 5경기 연속 골을 넣었던 루카쿠는 레버쿠젠전 골로 인테르에서도 4경기 연속 골을 추가하면서 9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그는 뉴캐슬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8경기 연속 골)를 넘어 유로파 리그(전신 UEFA컵 포함) 역대 최다 경기 연속 골 신기록을 수립했다. 몸을 쓰기 시작한 루카쿠는 이전보다 더 막기 어려운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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