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애지중지 키우는 유스 출신 보석 필 포든이 시즌 재개 이후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면서 신무기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포든의 기세가 무섭다. 연신 공격포인트를 올리면서 절정에 오른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시즌 재개 후 4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면서 4골 2도움을 올리고 있는 포든이다. 이는 시즌 재개 기준 EPL 전체 득점 1위에 해당한다.
포든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유스 출신 재능이다. 원래 제이든 산초(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브라힘 디아스(현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맨시티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3인방의 중심에 위치했던 선수가 바로 포든이었다. 심지어 그는 산초가 맨시티를 떠나는 데에 있어 작게나마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17년 5월에 있었던 UEFA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에서 산초는 포든과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참가해 우승을 견인하면서 대회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곧바로 여름에 있었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 유스 팀 선수들 중 포든만 데리고 갔다. 산초 입장에선 자존심이 다소 상할 법한 일이었다. 이에 산초는 향수병을 이유로 훈련에 불참했고, 끝내 도르트문트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과르디올라 감독 기준에선 볼을 예쁘게 차고 패스 능력이 출중한 포든이 산초보다 더 입맛에 맞는 선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맨시티를 떠난 산초는 도르트문트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승승장구했다.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에도 승선해 라힘 스털링, 마커스 래쉬포드와 함께 측면 공격을 이끌고 있다. 분데스리가 최정상급 측면 공격수이자 유럽의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이 모두 러브콜을 보내는 차세대 스타로 자리잡은 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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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포든은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 베르나르두 실바와 같은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2017/18 시즌엔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5경기 교체로 43분 출전이 전부였다. 지난 시즌 역시 EPL에선 13경기 중 선발 출전은 3경기였고, 총 출전 시간은 327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출전 경기 수 자체는 더 늘어났으나 여전히 선발 출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즌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포든은 맨시티가 소화한 EPL 28경기 중 13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마저도 선발 출전은 3경기가 전부였다. 총 출전 시간 역시 354분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대비 출전 경기 수와 시간에서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팀내 입지 자체는 백업 선수였다고 봐야 한다.
비록 EPL에선 중용받지 못했으나 포든은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최종전(이미 맨시티는 16강 진출은 물론 C조 1위까지 확정지은 상태였기에 백업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과 리그컵, 그리고 FA컵 등을 통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본인의 가치를 입증해 나가고 있었다.
실제 그는 12월 11일부터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EPL에선 7경기 1도움이 전부였으나 공식 대회를 모두 합치면 13경기 2골 6도움을 올린 포든이었다. 특히 프로 데뷔 이래로 FA컵 6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올리면서 경기당 하나가 넘는 공격포인트(골+도움)을 자랑한 포든이다. 당연히 맨시티 팬들 사이에선 포든을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3달 만에 시즌이 재개되자 포든의 영향력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재개 후 맨시티가 치른 공식 대회 5경기 중 4경기에 출전한 것. 이 중 선발 출전은 2경기였다. 출전 시간 역시 220분으로 맨시티가 소화한 전체 시간 대비 61%의 출전 시간 비율을 차지한 것. 코로나 휴식기 이전 그의 맨시티 팀 전체 시간 대비 출전 시간 비율이 14%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시즌 재개 후 첫 경기였던 아스널과의 EPL 경기에서 65분경에 교체 출전해 종료 직전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번리와의 EPL 30라운드에선 선발 출전해 22분경과 63분경에 골을 넣은 후 79분경에 르로이 사네로 교체됐다. 포든 개인에게 있어선 EPL 첫 멀티골이었다(공식 대회로 따지면 2018/19 시즌 뉴포트 카운티와의 FA컵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바 있다).
첼시와의 31라운드에서 그는 로테이션 차원에서 휴식을 취했고, 맨시티는 시즌 재개 후 첫 패배(1-2)를 당했다. 이어진 뉴캐슬과의 FA컵 8강전에 그는 64분경에 교체 출전해 68분경에 라힘 스털링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준결승 진출(2-0 승)에 기여했다. 3일 새벽에 열린 리버풀과의 EPL 32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한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골 1도움과 함께 4-0 대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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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포든은 유스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면서도 도리어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프로 무대에선 힘든 경쟁을 펼쳐와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경쟁을 이어나갔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맨시티 팬들은 끝까지 남아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 아직 만 20세 35일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EPL 우승을 확정지은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친 것(EPL 기준 리버풀 상대로 골과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들 중에선 최연소의 나이다).
무엇보다도 포든의 포지션 선배격에 해당하는 다비드 실바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시티를 떠난다. 자연스럽게 포든이 맨시티 황금기의 주역이었던 실바의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 원래 그는 주로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으나 시즌 재개 이후 측면 공격수까지 포지션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 역시 실바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실바 역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돌아가면서 수행했다). 그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