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rbruckenGetty Images

'4부 리가 최초 포칼 준결승' 자르브뤼켄, 기적을 노래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자르브뤼켄이 분데스리가 구단 포르투나 뒤셀도르프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꺾고 4부 리그(레기오날리가)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DFB 포칼(독일 FA컵)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컵 대회에서 기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칼레의 기적'이다. 칼레의 기적은 1999/2000 시즌 프랑스 4부 리그 구단 칼레가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결승전에 올랐던 걸 지칭하는 것이다. 당시 칼레는 결승전에서 낭트에게 1-2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으나 인구 8만의 작은 항구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로만 구성된 칼레가 결승까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컵 대회에서 하부 리그 팀들이 1부 리그 팀을 탈락시키는 이변을 연출하면 항상 '칼레의 기적'이라는 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독일 FA컵에 해당하는 포칼에서 또 하나의 이변이 연출됐다. 바로 4부 리가 구단 자르브뤼켄이 분데스리가 구단 뒤셀도르프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꺾고 포칼 준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것.

독일 축구는 3부 리가를 기준으로 프로와 세미프로로 나뉜다. 즉 4부 리가 소속인 자르브뤼켄은 프로가 아닌 세미 프로에 해당한다. 프로냐 세미 프로냐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익과 스폰서 및 팀 운영 기조 자체가 격을 달리하게 된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르브뤼켄은 31분경 최전방 공격수 길리안 유르처의 가로채기에 이은 패스를 미드필더 키안츠 프로스가 받아선 빠른 속도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다가 상대 수비 두 명을 유인한 후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측면 미드필더 토비아스 예니케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4부 리그팀 상대로 예상 외의 일격을 얻어맞자 뒤셀도르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주장 아담 보드젝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케난 카라만을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73분경엔 측면 미드필더 에릭 토미 대신 공격수 스티븐 스크르치브스키를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뒤셀도르프의 파상공세에도 자르브뤼켄은 골키퍼 다니엘 바츠의 선방쇼에 힘입어 경기 막판까지 무실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경기 종료 7분을 남긴 시점엔 뒤셀도르프 간판 공격수 로우벤 헤닝스의 페널티킥까지 선방해낸 바츠였다.

다급해진 뒤셀도르프는 경기 종료 직전 플로리안 카스텐마이어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주효했다. 정규 시간 90분이 끝난 시점에 얻어낸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미드필더 케빈 슈퇴거의 크로스를 카스텐마이어 골키퍼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중앙 수비수 마티아스 '잔카' 요르겐센이 헤딩 슈팅으로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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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역시 뒤셀도르프의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뒤셀도르프의 숱한 슈팅들은 자르브뤼켄 선수들의 육탄 방어와 바츠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대로 연장전은 추가 골 없이 끝났고,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자르브뤼켄이 선축에 나섰으나 첫번째 키커 스티븐 첼너의 슈팅이 뒤셀도르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뒤셀도르프 첫번째 키커 칸 아이한이 골을 넣으면서 리드를 잡아나갔다. 양 팀의 두 번째 키커들이 사이좋게 골을 넣은 가운데 뒤셀도르프의 3번째 키커 카라만의 슈팅을 바츠 골키퍼가 선방하면서 다시 승부차기 스코어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자르브뤼켄은 다시 4번째 키커로 나선 팀 골레이의 슈팅이 카스텐마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뒤셀도르프 4번째 키커 스크르치브스키가 차분하게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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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브뤼켄의 5번째 키커 크리스토퍼 쇼르히가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뒤셀도르프 마지막 키커로 슈퇴거가 나섰다. 절체절명의 순간 바츠가 선방하면서 팀을 구해냈다. 다시 자르브뤼켄 6번째 키커 슈테판 안드리스트가 실축을 하는 우를 범하면서 뒤셀도르프가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바츠가 마티아스 침머만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자르브뤼켄은 탈락 위기에서 살아나는 데 성공했다.

양 팀의 7번째 키커와 8번째 키커, 그리고 9번째 키커가 연달아 골을 넣은 가운데 자르브뤼켄 10번째 키커 마리오 뮐러가 다시 골을 성공시켰다. 뒤셀도르프 10번째 키커 잔카가 골을 넣는다면 양 팀 모두 골키퍼가 11번째 키커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츠가 잔카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자르브뤼켄이 승부차기 스코어 7-6으로 승리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단연 바츠 골키퍼였다. 뒤셀도르프는 자르브뤼켄 상대로 무려 36회의 슈팅을 쏟아냈다. 이 중 유효 슈팅만 16회에 달했다. 하지만 바츠 골키퍼는 페널티 킥 포함 15회의 슈팅을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승부차기에서도 4개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기적의 사나이로 등극한 바츠이다. 참고로 승부차기 페널티 킥 4개 선방 역시 포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63년, 분데스리가가 설립되면서 처음 프로 리그가 독일 무대에 들어선 이래로 56 시즌 동안 4부 리가 팀이 분데스리가 팀을 상대로 승리한 건 총 19경기가 있었다. 이 중 8강까지 진출한 건 2000/01 시즌 마그데부르크와 2011/12 시즌 홀슈타인 킬에 이어 자르브뤼켄이 3번째였다. 하지만 이 중 준결승전까지 올라간 건 자브뤼켄이 유일하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4부 리가 팀이 단일 시즌에 분데스리가 팀을 두 차례나 꺾은 건 2000/01 시즌 마그데부르크와 이번 시즌 자르브뤼켄, 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마그데부르크는 1라운드에서 쾰른을 꺾은 데 이어 2라운드에서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승부차기 끝에 꺾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자르브뤼켄은 2라운드에서 쾰른을 꺾은 데 이어 8강에서 뒤셀도르프를 꺾었다.

현재 자르브뤼켄과 바이에른이 포칼 준결승에 오른 가운데 바이엘 레버쿠젠과 우니온 베를린 경기의 승자, 그리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베르더 브레멘 경기의 승자가 결승 진출을 놓고 오는 4월 21일과 22일에 격돌할 예정이다.

준결승 대진은 3월 8일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자르브뤼켄을 제외하고는 남은 팀들이 모두 분데스리가 팀들인 만큼 만약 자르브뤼켄이 결승에 오르게 된다면 4부 리가 구단 최초 포칼 결승 진출은 물론 단일 시즌 분데스리가 3개팀을 꺾은 팀으로 등극하게 된다. 자르브뤼켄의 돌풍에 많은 독일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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