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울산] 박병규 기자 = 울산 현대의 수비수 정승현이 4년 만에 첫 멀티골로 뒤늦게 K리그 복귀골을 신고했다. 그는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였지만 자만심보다 진중한 각오로 남은 경기에 집중하여 울산의 리그 우승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울산은 지난 2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상주 상무와의 24라운드 맞대결에서 4-1 대승을 기록했다. 울산은 전반 3분 만에 상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일격을 맞았지만 정승현이 전반에만 2골을 터트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비욘존슨이 2골을 더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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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1분과 36분, 5분 만에 2골을 기록한 정승현은 경기 후 “정말 힘든 경기였다. 선제 실점 후 위기 상황이었지만 멀티골을 넣고 역전하여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기뻤다”며 쉽지 않은 경기였음을 밝혔다.
선제 실점은 매끄럽게 클리어링을 하지 못한 불투이스의 실책도 있었다. 그러나 정승현의 역전골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에 불투이스가 고마워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불투이스가 고마워하기보다 제가 2골을 넣어서 질투하는 것 같았다”며 웃으며 농담했다. 이후 “실점 상황에서 막으려고 노력하다가 운이 좋지 않아서 굴절되었다”며 동료를 감쌌다.
상주의 거센 공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울산은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후반 38분 조현우마저 상주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정승현은 “상주가 투톱으로 왔다. 오세훈과 이근호가 공중볼과 결정력이 좋다고 판단했다. 측면 크로스 후 클리어링에 대한 위치를 파악하였고 우선 공중볼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던 것이 추가 실점이 없었던 비결이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울산 유스 출신인 정승현은 2015년 입단한 후 3시즌 간 49경기에 출전하며 서서히 성장했다. 2017년에는 J리그에 진출하여 3시즌간 맹활약하였는데 특히 가시마 앤틀러스에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다만 J리그에서도 단 2골만 넣으며 득점을 많이 하는 수비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멀티골이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정승현은 K리그 기준으로 지난 2016년 5월 21일 수원 삼성전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올 시즌 울산 복귀 후 첫 골이자 프로 생애 첫 멀티골을 터트린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목표(우승)에만 집중했다. 특히 울산 팬들이 홈 경기장에 내건 쓴소리를 보며 더욱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15년 만에 리그 정상을 노리는 울산은 최근에 1승 3무 1패를 거두며 5점 차였던 선두를 전북에게 따라 잡혔다. 지난 시즌의 아픔을 기억한 팬들은 현수막으로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본 정승현은 “선수들이 동기 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위기의 순간이라 생각하고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한 번 겪었기에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강하게 다짐했다.
박병규우승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도 라이벌 전북 현대의 결과에 매 라운드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울산의 경기가 먼저 열렸고 다음날 전북과 포항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승 경쟁자 전북과 영원한 맞수 포항과의 승부예측을 묻자 “포항과 라이벌을 떠나 감독님과 모든 선수가 포항이 전북을 이기길 바라고 있다. 진심으로 포항을 응원하고 있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싸우면 정이 든다는 옛말처럼 놀랍게도 라이벌 포항이 전북을 잡아주며 울산을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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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정승현은 울산의 승리 후 단체 사진에서 매번 웃긴 포즈와 표정으로 ‘씬스틸러’가 되었다. 이에 관해 웃으며 “제 와이프가 굉장히 좋아한다. 승리했을 때마다 혼자 했다. 다른 팀원들도 나를 이제 포기한 듯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저 혼자 즐기고 있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한편 오는 10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U-23 대표팀 간의 2020 하나은행컵 이벤트 매치가 열린다. A대표팀 소속으로 나서게 된 정승현은 “저희보다 젊은 선수들이고 K리그에서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닷컴 박병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