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특징 중 하나는 점유율 축구를 펼치는 팀들이 조별리그를 더 쉽게 통과했다는 것이다. 스리백과 역습과 같은 변수에 좌우되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과는 다르다.
하지만 패스 횟수가 더 많고 볼 점유율이 더 높은 팀의 16강 진출 확률이 대체로 높았단 뜻이지, 반드시 승리를 가져갔단 얘기는 아니다.
우루과이를 보라. 1일 포르투갈과 월드컵 16강전에서 30%대 점유율(39%-61%)로도 2-1로 승리했다. 바꿔 말하면 포르투갈은 6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1-2로 패했다. 우루과이는 패스 횟수(266회-584회)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패스 성공률(70%-84%)도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공을 소지한 시간은 우루과이가 22분, 포르투갈이 35분으로 13분 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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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가른 건 결국 디테일이었다. 우루과이는 대다수 시간 동안 상대에게 공을 내준 상황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6개의 슈팅 중 3개를 골문으로 보냈고, 그 3개의 유효슛으로 2골을 만들었다. 포르투갈은 3배가 넘는 20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나, 유효슛은 5개에 불과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쏜 6개의 슈팅 중 골문을 위협한 공은 1개뿐이었다.
우루과이 선수들은 포르투갈의 슈팅 중 40%에 해당하는 8개를 몸으로 막았다. 태클(19회-10회) 클리어링(34회-17회) 기록에서 보듯 수비 집중력도 더 좋았다.
우루과이의 컨셉은 확실히 조별리그와 달랐다. 조별리그 3경기의 평균 점유율은 53.3%였다. 사우디전을 제외하고 이집트, 러시아전에선 점유율이 앞섰다. 하지만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전에는 다른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듯한데,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오스카르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은 “내가 과거에 머물던 이탈리아에선 점유율 축구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공의 점유가 득점 기회로 직결된다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공을 소유하지 않고도 상대를 괴롭힐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과거 경험과 직관을 토대로 이날도 의도에 의한 비점유율 축구를 펼쳤다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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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린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 대회에서 우리보다 볼 점유율이 낮은 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했다”고 덧붙였다. 타바레스 감독은 다시 한번 토너먼트에서 ‘공을 주고 결과를 챙기는’ 전략을 활용했다. 수비 조직력과 수비수들의 개인 능력 그리고 전방 투톱의 개인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타바레스 감독은 전략 전술뿐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경기 전, 피치로 나가는 길에 주장 디에고 고딘이 하는 팀 토크를 들었다. 그가 말하길, ‘우린 아버지, 어머니, 우리의 이웃사촌들을 대표해 뛰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면 승리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오랜 기간 함께 하며 개발한 우리만의 특별한 무기”라고 말했다.
기세 오른 우루과이는 8강에서 킬리앙 음바페가 이끄는 프랑스를 상대한다.
사진=게티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