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egaard Arsenal 2021Getty

'3골 기점' 외데고르, 아스널에 결핍된 창의성 채워주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로 영입한 마르틴 외데고르가 웨스트 햄전에서 3골에 있어 기점이 되는 패스를 공급하면서 패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아스널이 런던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웨스트 햄과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29라운드에서 3-3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아스널은 먼저 3실점을 허용하고도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패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최근 즐겨 사용하고 있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외데고르를 중심으로 '주포'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부카요 사카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그라니트 자카와 토마스 파티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키어런 티어니와 칼럼 체임버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다비드 루이스와 파블로 마리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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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웨스트 햄이 장신 미드필더 토마스 수체크의 제공권을 백분 살리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먼저 8분경 웨스트 햄 왼쪽 측면 미드필더 사이드 벤라흐마의 크로스를 올린 걸 수체크가 몸을 날려 헤딩 슈팅을 시도했으나 머리를 스치면서 지나쳤다. 이어서 9분경 웨스트 햄 최전방 공격수 미하일 안토니오의 크로스를 다시 한 번 수체크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번엔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수체크의 연이은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은 웨스트 햄이 15분경,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안토니오의 측면 돌파에 이은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가며 골을 넣었다.

기세가 오른 웨스트 햄은 아스널 선수들이 이른 시간 실점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곧바로 1분 뒤에 안토니오가 프리킥을 얻어내자 린가드가 빠르게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받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제로드 보웬이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어서 웨스트 햄은 32분경 블라디미르 쿠팔의 크로스를 안토니오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걸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수체크가 방향만 바꾸는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3골 차로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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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경기는 웨스트 햄의 쉬운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아스널엔 외데고르가 있었다. 외데고르는 23분경과 37분경에 두 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침체된 아스널의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다(이 시점까지 아스널의 슈팅은 외데고르가 시도한 2회가 전부였다).

결국 외데고르의 패스에서 아스널의 골이 터져나왔다. 38분경, 외데고르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찔러준 패스를 체임버스가 크로스로 올린 걸 라카제트가 잡아서 슈팅을 가져간 게 수체크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이대로 전반전은 웨스트 햄의 3-1 리드로 마무리됐다.

아스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라카제트의 골키퍼 키 넘기는 슈팅을 웨스트 햄 수비수 이사 디오프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몸을 날려 걷어내면서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어서 후반 7분(52분)경, 외데고르의 센스 있는 터닝 동작에 이은 패스를 라카제트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라카제트의 연이은 슈팅으로 흐름을 가져온 아스널은 다시 한 번 후반 16분(61분)경 또다시 상대 자책골로 추격에 성공했다. 외데고르가 사카의 패스를 받아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웨스트 햄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은 상태에서 측면으로 찔러준 패스를 체임버스가 크로스로 올린 걸 웨스트 햄 수비수 크레익 도슨이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넣는 우를 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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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햄도 골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후반 20분(65분)경 보웬의 슈팅과 안토니오의 슈팅이 연달아 티어니의 몸을 날린 태클에 저지됐다. 후반 31분경엔 벤라흐마의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먼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오던 안토니오가 슬라이딩 슈팅을 연결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아스널은 사카와 자카를 빼고 측면 미드필더 니콜라스 페페와 공격형 미드필더 에밀 스미스 로우를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어서 후반 36분경엔 부진했던 오바메양을 빼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를 교체 출전시키며 공격에 변화를 모색했다.

아스널은 경기 종료 9분(81분)을 남기고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며 3골 차로 지고 있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외데고르가 파티의 패스를 받아 스루 패스를 찔러준 걸 페페의 크로스를 라카제트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아스널은 곧바로 2분 뒤(83분), 이번엔 외데고르가 왼쪽 측면으로 내준 걸 티어니의 크로스가 수비 맞고 뒤로 흐른 걸 페페가 잡아서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는 외데고르의 환상적인 스루 패스에 이은 페페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대로 경기는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비록 팀은 승리하지 못했으나 외데고르가 빛난 경기였다. 외데고르는 웨스트 햄을 상대로 환상적인 전진 패스들을 연달아 찔러주면서 3골의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역시 4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심지어 크로스 시도 횟수조차 9회로 최다였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3.4%로 선발 출전 선수들 중 단연 가장 높은 수치였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4회의 드리블 돌파에 더해 페널티 박스 진입 횟수도 무려 16회를 기록했다. 슈팅도 라카제트 다음으로 많은 3회를 시도하며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볼 터치 역시 95회로 파티(105회) 다음으로 많았다.

아스널의 공격은 모두 외데고르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실제 아스널이 이 경기에서 시도한 16번의 슈팅 중 13번에 외데고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팀 공격 지분의 8할을 책임지면서 중원과 공격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전임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이 구단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아스널에게 있어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아스널은 전반기 내내 중원과 공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약점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아스널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외데고르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로 영입하면서 팀에 창의성을 더해주었다.

외데고르는 초반 적응기를 가졌으나 지난 3월 11일, 올림피아코스와의 유로파 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스널 데뷔골을 선제골로 기록하며 3-1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서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PL 1호골을 동점골로 넣으며 2-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번엔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3골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제공하면서 선발 출전한 3경기에서 모두 맹활약을 펼쳤다.

아스널은 외데고르가 45분 이상 출전한 PL 6경기에서 13골을 넣으며 경기당 2.17골을 넣고 있다. 반면 그 외 PL 23경기에서 27골에 그치며 경기당 1.18골에 그치고 있다. 1골 가까이 격차를 드러내면서 외데고르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아스널이다.

이것이 아스널이 외데고르 완전 영입 내지는 정 안 된다면 1시즌이라도 더 임대를 연장하려고 하는 이유이다. 아스널 감독 미켈 아르테타 역시 웨스트 햄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그는 경기를 읽는 능력이 있다. 다른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을 대 그는 우리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었다. 난 재능있고 창의성이 있는 선수들을 사랑한다. 우리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데고르는 현재 우리에게 그 동안 가지고 있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데고르는 아스널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퍼즐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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