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 임대생 다니 세바요스가 프리미어 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2도움으로 번리전 2-1 승리를 견인하면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홈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아스널이 번리와의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홈경기에서 2-1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뉴캐슬과의 개막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나름 산뜻한 시즌 출발을 알렸다.
번리전은 선발 라인업이 나온 시점부터 아스널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세바요스와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것. 당연히 팬들의 이목은 이 두 선수들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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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성공적이었다. 비록 루이스는 동료 수비수들과의 호흡 문제로 실점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긴 했으나 장기인 정교한 롱패스로 공격진에게 직접적으로 패스를 전달하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게다가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7회의 걷어내기와 2회의 슈팅 차단을 기록하면서 아스널 수비에 있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루이스보다 더 대박은 바로 세바요스였다. 그는 마치 아스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뛴 선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주변 동료들과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아스널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라이스 넬슨과 원투 패스를 주고 받다가 정교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이 경기 첫 슈팅을 기록했다(이는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겨나갔다). 이어서 12분경 정교한 코너킥으로 아스널 공격수 알렉산드레 라카제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장기인 볼 다루는 기술은 명불허전이었다. 화려한 발재간을 바탕으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드리블을 성공시킨 세바요스였다. 심지어 드리블 돌파 성공률은 100%였다. 특히 29분경엔 상대 선수 3명에게 에워싸였음에도 마치 팽이처럼 뱅글뱅글 도는 장면으로 압박을 풀어내면서 파울을 얻어내는 장관을 연출했다. 33분경에도 상대 페널티 박스 안 수비 밀집 구역에서 양발 드리블로 번리 수비수들을 유인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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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세바요스가 현란한 기술들로 안정적이게 소유권을 유지하자 자연스럽게 아스널 동료 선수들의 패스도 그에게로 집중됐다. 당연히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97회의 볼 터치와 70회의 패스를 가져갔다. 파울을 얻어낸 횟수 역시 3회로 최다였다. 이에 더해 크로스는 5회로 아스널 선수들 중에선 최다였다(번리까지 포함하면 요한 구드문드손이 9회로 최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단순히 터치와 패스 숫자만 많이 가져간 게 아니다. 그는 무려 90%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고,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패스를 기록하면서 찬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즉 양과 질을 동시에 잡은 세바요스였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보여줬다는 데에 있다. 그는 양 팀 선수들 가장 많은 19회의 경합을 기록했다. 경합 성공률은 47.4%로 높은 건 아니었으나 그가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다. 태클 역시 2회로 아스널 선수들 중에선 미드필더 파트너 마테오 귀엥두지와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했다.
이 과정에서 세바요스의 두 번째 도움이 터져나왔다. 1-1 동점 상황에서 그는 후반 17분경, 강한 압박으로 상대 패스를 차단했고, 이를 받은 아스널 '주포'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단독 돌파를 감행하다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수비 스킬 자체가 뛰어난 건 아니었다. 대신 성실하게 뛰면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냈다. 실제 그의 이번 경기 활동량은 10.71km로 아스널 선수들 중 동료 미드필더 조 윌록(11.17km) 다음으로 많았다. 세바요스는 82분을 소화한 데 반해 윌록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즉 분당 활동량에 있어선 세바요스(130.6m)로 윌록(124.1m)에 앞선 셈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경기당 평균 스피드에 있어 7.59km/h로 전체 1위를 달렸다. 즉 지속적으로 빠르게 뛰면서 많은 활동량을 커버한 세바요스였던 것이다.
당연히 세바요스는 이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통계를 바탕으로 평점을 책정하는 'Whoscored' 역시 세바요스에게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 8.28점을 부여했다. 세바요스가 82분경 루카스 토레이라로 교체되자 에미레이츠 홈구장을 가득 메운 아스널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아스널이 자랑하는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은 패스 능력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탈압박과 수비 가담에 있어선 아쉬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강팀과의 경기에서 약하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세바요스는 뛰어난 탈압박과 성실한 수비 가담을 보여주었다. 여러모로 前 아스널 플레이메이커이자 세바요스의 스페인 대표팀 선배기도 한 산티 카솔라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에 번리전이 끝나자 '풋볼 런던'은 "세바요스가 카솔라의 후계자임을 입증해냈고, 아스널 팬들은 첫 눈에 그와 사랑에 빠졌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영국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더 선'도 "아스널이 여름에 영입한 세바요스는 카솔라의 이탈 이후 아스널이 필요로 했던 모든 걸 가지고 있다"의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골닷컴 영문판의 아스널 전담 기자 찰스 왓츠 또한 "슈퍼 세바요스! 아스널이 마침내 카솔라 대체자를 찾았다"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아스널은 카솔라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2016/17 시즌부터 4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3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스널은 1999/2000 시즌부터 2016/17 시즌까지 18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챔피언스 리그 단골 손님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적어도 아스널 내에서 카솔라는 단순히 뛰어난 선수 한 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선수였다.
이렇듯 아스널이 카솔라가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 부침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멀어지자 팬들은 카솔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연히 아스널 팬들은 세바요스가 카솔라의 공백을 메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번리전에서 세바요스의 활약상에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이다.
물론 단 한 경기 만으로 평가하는 건 다소 이른 부분이 있다. 카솔라는 그 누구보다도 기복 없이 꾸준하게 평균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였다. 반면 세바요스는 아직 어린 선수다 보니 이전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도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바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선 발전이 필요하다.
사실 세바요스에게 있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임대 영입이라는 데에 있다. 즉 그가 아무리 좋은 활약을 펼치더라도 원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의 이적 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않는 이상 2019/20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을 떠날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세바요스는 번리전 2도움에 힘입어 아스널 선수로는 전설적인 중앙 미드필더 레이 팔러와 현 아스널 측면 미드필더 헨리크 미키타리얀에 이어 3번째로 EPL 선발 데뷔전에서 멀티 도움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그가 데뷔전만한 활약상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면 아스널의 챔피언스 리그 복귀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