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병규 기자 = 잉글랜드의 간판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19년 전 오늘, 자국을 2002 한일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프리킥 결승골을 회상했다. 그는 바로 어제의 일 같다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2001년 10월 6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트. 2002 한일 월드컵을 향한 유럽 지역 월드컵 예선 9조에서 잉글랜드와 그리스가 맞붙었다. 당시 후반 막판까지 잉글랜드는 그리스에게 1-2로 패하며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만일 그리스에 패한다면 잉글랜드는 조 2위로 떨어져 월드컵 직행 티켓을 놓치고 험난한 플레이오프 일정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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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시간, 잉글랜드에게 마지막 프리킥 찬스가 찾아왔다. 거리는 약 40m, 키커는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그의 마지막 킥에 자국의 월드컵 티켓이 달려있었다. 이미 5분 전 비슷한 위치에서의 프리킥은 실패였다. 경기장은 고요했고 베컴이 킥을 찼다. 그 순간, 골키퍼가 그저 바라만 볼 정도로 공이 구석으로 꽂히며 그물을 출렁였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졌다. 이 동점골로 잉글랜드는 한일 월드컵행을 확정 지었다.
시간이 흘러도 이 골은 베컴에게 잊혀 지지 않는 듯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방송 인터뷰를 게재한 베컴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몇 시간 동안 다양한 프리킥을 연습하던 일화 등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경기 당일의 일화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아마도 경기 전에 12~13번의 연습을 하였고 8~9번을 실패했다. 그 상태에서 경기에 돌입했다. 우린 패하고 있었고 걱정 가득한 팬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프리킥을 차기 위해 뒤로 물러설 때 경기장은 고요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베컴은 “내 생에 최고의 날이었다. 여전히 수많은 카메라 앵글의 장면들을 즐겨본다. 그중 키커 방향에서 궤적이 정확하게 잡힌 영상을 가장 좋아한다”며 웃으며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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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은 팀의 월드컵 본선 직행을 떠나 베컴 개인에게도 잊을 수 없는 골이다. 이유인 즉, 베컴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포클랜드 전쟁(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간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영유권을 둘러싼 전쟁)’으로 악연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맞붙었다. 당시 그는 디에고 시메오네(현 AT마드리드 감독)에게 걸려 넘어진 후 누워있는 상태에서 시메오네의 다리를 가격해 곧장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에 수적 열세에 놓인 잉글랜드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영국 전역에서 베컴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소속팀 맨유에서는 영웅이었지만 대표팀에서는 이 사건과 비판이 언제나 꼬리를 물고 다녔다.
그러나 이 그리스전 동점골로 돌아섰던 팬들의 민심을 완전히 돌려놓았다. 다행히 2002 한일월드컵 F조에서 다시 만난 아르헨티나전에서 만회 기회를 잡았다. 전 토트넘 감독 포체티노의 태클에 마이클 오언이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베컴이 침착히 성공시키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번호를 강렬히 펼쳐 보이는 세레머니로 울분을 토해냈다.
사진 =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