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 GnabryGOAL

'100% 완벽 그 자체' 그나브리, 토트넘을 요리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에른 뮌헨 측면 공격수 세르주 그나브리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경기력을 자랑하면서 토트넘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바이에른이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차전 원정 경기에서 7-2으로 승리했다. 7골이나 넣으면서 대승을 거둔 만큼 바이에른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자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단연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다름 아닌 그나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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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나브리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드리블로 치고 가다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문을 위협했다. 비록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긴 했으나 이 경기에서 그나브리의 슈팅 감각이 심상치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나브리의 슈팅 이후 홈팀 토트넘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바이에른 공략에 나섰다. 먼저 5분경 중앙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의 스루 패스를 손흥민이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각도를 좁히고 나온 바이에른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다리를 쭉 뻗어 선방했다. 또 다시 10분경, 이번에도 은돔벨레의 전진 패스를 손흥민이 다소 각도가 없는 지점이었음에도 과감하게 감아차기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노이어에게 저지됐다. 곧바로 1분 뒤, 이번엔 무사 시소코의 전진 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먼포스트로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가져가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3번의 좋은 슈팅 끝에 마침내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노이어의 벽을 뚫은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역시 저력이 있었다. 15분경 바이에른은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패스를 토트넘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걷어낸 걸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요슈아 킴미히가 잡아선 은돔벨레를 제치고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바이에른은 전반 종료 직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그나브리가 최종적으로 볼터치를 가져간 걸 레반도프스키가 잡아선 환상적인 터닝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2-1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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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은 그나브리의 본격적인 쇼가 펼쳐졌다. 후반 8분경, 벤자맹 파바르의 패스를 받은 그나브리는 빠른 순간 가속도로 토트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세르지 오리에의 태클을 제치고 들어가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접는 동작으로 또 다른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더베이렐트까지 제친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어서 다시 2분 뒤(후반 10분), 톨리소가 토트넘 수비형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에게 가로채기를 성공시키고선 패스를 내준 걸 그나브리는 정교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4-1이 되면서 3골 차의 리드를 잡게 된 바이에른이었다.

그나브리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한 토트넘은 곧바로 후반 16분경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 대니 로즈가 파울을 당하면서 페널티 킥을 얻어냈고, 이를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골을 넣으면서 바이에른 추격에 나섰다. 케인의 골이 나오자 토트넘은 후반 19분경 은돔벨레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26분경엔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 대신 루카스 모우라, 그리고 후반 36분경엔 수비형 미드필더 윙크스 대신 측면 공격수 에릭 라멜라를 차례대로 투입하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홈에서 무승부라도 만들겠다는 포석이었다.

공격적인 전술 변화와 함께 토트넘은 후반 16분경부터 35분경까지 20분 사이에 6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바이에른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후반 20분경, 골대 상단으로 향한 에릭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노이어의 선방에 막히는 등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토트넘이었다.

도리어 바이에른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공격적으로 올라온 토트넘의 뒷공간을 효과적인 역습으로 공략하면서 대참사를 이끌어냈다. 먼저 후반 38분경, 바이에른 후방 플레이메이커 티아고 알칸타라의 환상적인 롱패스를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간 그나브리가 받아선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어서 후반 41분경 바이에른 공격형 미드필더 필리페 쿠티뉴의 센스 있는 원터치 패스를 레반도프스키가 정교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톨리소의 패스를 그나브리가 잡고 돌아서면서 로즈를 앞에 두고선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7-2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에서 그나브리는 4골을 넣으면서 독일 선수로는 2012년 3월, 당시 바이에른 공격수였던 마리오 고메스(바젤전 4골)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 경기 4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게다가 리오넬 메시에 이어 두 번째로 잉글랜드 팀 상대로 한 경기 4골을 넣은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나브리였다.

공교롭게도 메시는 2010년 4월, 그나브리의 친정팀 아스널을 상대로 4골을 기록했고, 그나브리는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 라이벌 토트넘을 상대로 4골을 넣었다. 이에 그나브리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아스널 팬들도 함께 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라고 밝혔고, 인스타그램에 '북런던은 빨강(주석: 아스널과 바이에른의 고유색)이다!'라는 글까지 적었다.

Serge Gnabry

비단 4골 1도움이 전부가 아니다. 이 경기에서 그나브리는 슈팅 5회를 모두 유효 슈팅으로 가자가는 괴력을 과시했다. 드리블 돌파 역시 3회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토트넘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파울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가 얻어낸 파울 횟수도 4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그 외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는 2회였고, 패스 성공률은 82.9%로 공격수 포지션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치에 해당했다. 시그니쳐처럼 쓰고 있는 요리사 세레모니(NBA 스타 제임스 하든이 원조이지만 그나브리 역시 이를 골을 넣을 때면 활용하고 있다)에 걸맞게 토트넘을 요리하는 모습을 연출한 그나브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공격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는 이 경기에서 강도 높은 압박으로 토트넘을 괴롭히면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태클을 기록한 데 이어 소유권 획득도 5회였고, 가로채기 1회와 걷어내기 1회를 성공시키면서 수비적으로도 높은 공헌도를 자랑했다. 적어도 토트넘전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활약상을 펼친 그나브리이다. 말 그래도 오늘은 그나브리가 북런던을 지배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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