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문수 기자 = 유벤투스 사령탑 안드레아 피를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첫 시즌은 어떨까?
놀라지 말자. 피를로가 평가한 자신의 지도자 첫 시즌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이었다. 누군가는 소수점이 어딨는지 찾을 수도 있겠지만 피를로 스스로는 자신의 첫 시즌을 평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본 매체(골닷컴) '글로벌 에디션'에 따르면 피를로는 "감독이라면 모두가 매일매일 그들의 가치를 입증하고 싶어할 것이다. 축구란 어려서부터 내게 꿈이었다. 그래서 늘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까지 치른 올 시즌에 대해 나 자신에게 10점 중 6점을 줄 것이다. 더 많은 걸 해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일차적으로 감독이 책임을 지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축구란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여러 이유로 완전히 구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열망이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피를로 자신의 평가는 6점이다. 평균치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정말 피를로 유벤투스는 보통 이상의 성과물을 내놨을까?
18승 8무 4패. 지금까지 유벤투스의 성적표다. 순위는 3위다. 선두 인테르와의 승점 차는 12점이다. 8경기 남은 상황에서 뒤집기란 쉽지 않다. 참고로 인테르는 후반기 경기에서 11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콘테와 알레그리를 거쳐 실패한 시즌으로 불렸던 지난 시즌 사리 감독 체제와 비교해보겠다. 사리호 최종 성적은 26승 5무 7패였다. 승점은 83점이고, 1위였다. 2위 인테르와의 승점 차는 1점이었다. 다만 유벤투스의 경우 우승 확정 이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위해 주축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을 줬다. 16강에서 떨어진 게 문제지만.
30라운드 기준으로 현재 피를로 유벤투스는 승점 62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리 감독의 유벤투스는 24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승점 75점이다.
승리한 경기는 6경기가 줄었고, 무승부 경기는 5경기가 늘었다. 그나마 패한 경기는 두 경기만 늘어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30라운드 기준 세리에A 선두 인테르의 승점이 74점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시즌 사리 감독 체제의 성적만 냈어도 우승 경쟁을 이어갔을지 모른다. 게다가 사리의 유벤투스는 인테르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피를로는 이미 한 차례 패했고, 37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선수로서 피를로는 분명 레전드였다. 로베르토 바죠가 그랬듯 그냥 이탈리아 전설이다.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상징하는 '레지스타'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래서 선수 피를로는 축구사에서 꾸준히 기억될만한 레전드다.
특히 유벤투스 팬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존재다. 라이벌 팀에서 건너와 유벤투스 연속 우승에 시발점과 같은 역할을 해냈다.
다만 감독으로서는 물음표다. 지단과 과르디올라처럼 정상급 미드필더에서 친정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성과를 내길 기대했지만, 보여준 게 미미하다. 아니 없다고 봐도 된다. 미드필더 피를로는 창의적이었다.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같은 패스는 물론 세트피스에서도 날카로운 킥력이 돋보인 말 그대로 천재 미드필더였다.
감독 피를로는 고구마에 가깝다. 뭘 하려고 하는데, 무색무취하다. 오히려 답답하다. 후방에서부터 이어진 패스 플레이 그리고 높은 점유율과 압박 축구를 지향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무엇보다 천재 미드필더가 이끄는 중원이 휑하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사용했지만, 포백이 더 안정적이다. 다시 말해 뭘 안 건드는 게 피를로 유벤투스 최상의 전력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진 =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