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인천축구전용구장] 서호정 기자 =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에서 격돌한 인천축구전용구장. 전반 35분 터진 이창민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에 의한 득점에 경기장을 메운 1만8천여 인천 관중은 상대팀인 것도 잊고 탄성을 내뱉었다.
페널티박스 정면 오른쪽에서 이창민이 오른발로 때린 공은 무회전 슈팅으로 날아갔다. 발등을 맞고 떠오르던 공은 인천 골문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궤적을 그렸다. 인천의 골키퍼 정산이 가까스로 손을 대 봤지만 이미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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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여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이창민의 귀중한 복귀골이었다. 또한 속죄의 골이었다.
지난해 11월 이창민의 본인의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운전 미숙으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부딪혔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탑승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창민 본인도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씻을 수 없는 잘못이었다.
이후 부상 회복에 전념하며 자숙에 돌입한 이창민은 유가족과 부상자를 만나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 사망자 유가족, 부상자 1명과 합의를 마쳤고, 나머지 부상자 1명과도 합의가 막바지에 이르며 이창민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제주 선수단을 책임지는 조성환 감독은 이창민에 대해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칫 경솔한 언행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창민의 복귀를 준비시키면서도 가급적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었다. 사고와 관련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진심 어린 사과로 용서를 받으며 큰 실마리가 풀렸다. 유가족과 부상자는 미래가 밝은 젊은 선수가 잘못을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조성환 감독은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며 이창민의 개막전 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천전 선발 명단에 이창민을 넣은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선수 본인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유가족 분들의 걱정과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 이창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서도 많은 것을 해야 한다. 팬들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기 초반 부담감에 눌린 듯 경기에 녹아들지 못하던 이창민은 전반 33분 멋진 패스를 연결하며 몸을 풀린 모습이었다. 그리고 2분 뒤 서서히 풀려가던 제주의 공격에 멋진 슛 한방으로 결실을 안겨줬다.
K리그 최고의 중거리 슈팅 전문가답게 이날 이창민은 4개의 슛을 날렸다. 그 중 3개가 유효슈팅으로 이어지며 인천 골키퍼 정산을 정신 없게 만들었다. 골이 된 무회전 중거리 슈팅은 그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창민은 득점 후 스스로를 누르며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손을 들고 기쁨을 표했지만 이내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걸 지켜보는 조성환 감독도 고개를 숙이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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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이창민은 골이 들어간 뒤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 데 대해 “다시는 경기장에서 못 들어갈 거라 생각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해서 울컥하고 벅찼던 기분이었다. 그 순간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운동장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다. (지난 5개월 동안) 부상도 있었고, 운동장에서 운동을 못한다는 것에 축구 선수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돌아봤다.
축구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이자, 한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날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죄송함과 감사함 말고는 다른 생각이 안 든다. 이제 누구보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게으름 피지 말고 매 순간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를 한 것과 별도로 경기장 밖에서는 봉사활동도 준비 중이다. 이창민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천천히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진심을 담아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