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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크리그림] 윤빛가람을 보며 프리킥을 말한다

[골닷컴]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 남자 권총 50m 결승전. 대한민국의 진종오는 20발 중 19발째 격발로 1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한 발. 진종오는 고개를 숙인 채 집중한 뒤 총을 들어 겨냥했다. 정지화면 같은 그림 속에서 총구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탕. 올림픽 3연패 금자탑이 완성되었다. 경기장을 짓눌렀던 긴장감은 진종오의 스무 번째 총성과 동시에 성취감으로 돌변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스포츠가 우리를 사로잡는 마법이다.

2021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는 83분까지 0-0으로 정체되었다. 양 팀 선수들이 더비답게 집중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울산의 김인성이 페널티박스 라인 바로 앞에서 프리킥을 획득했다. 윤빛가람이 키커로 나섰다. 포항의 벽은 윤빛가람의 슛 방향을 막았고, 울산의 벽은 포항 골키퍼 강현무의 시선을 차단했다. 긴장의 순간이 지나고 윤빛가람이 오른발에 강한 힘을 실어 볼을 밀어 때렸다. 오른쪽으로 골인.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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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직접 프리킥은 축구의 속성에 역행하는 플레이다. 이벤트의 전 과정이 정지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필드골을 생각해보자. 공격팀은 계속 이동하는 패스와 움직임으로 볼을 전방으로 운반해 마지막 슛으로 마무리한다. 수비팀은 상황에 맞춰 반응한다. 공격수들에겐 다음 플레이를 고심의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초 단위도 사치다. 각자 선수가 0.1초, 0.5초 만에 판단을 내린 플레이가 오차 없이 연결된 결과가 득점이다. 관중은 득점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기 때문에 긴장감과 기대감도 상황 전개와 비례해 등락한다.

직접 프리킥은 그런 사전 과정이 없다. ‘데드볼’이란 속칭처럼 볼은 한 지점에 정지한다. 인플레이 상황으로 전환될 때까지 수비자는 볼에서 반경 9.15m(10야드) 안에 접근할 수 없다. 키커는 골대까지 거리와 각도, 수비벽과 골키퍼의 위치를 아무런 방해 없이 계산하고 고민할 수 있다. 발등으로 찰지, 인스텝으로 감을지, 인사이드로 때릴지를 선택할 여유도 누린다. 숨이 멈춘 상태다. 그린의 라이, 거리, 세기, 방향을 계산하는 골퍼의 노력 같다. 물론 골프에서는 방해자가 없지만.

윤빛가람은 “오늘은 벽이 너무 가까워서 벽을 넘기기 힘들 것 같아 앞으로 밀어 때렸다”라고 설명한다.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을 치밀한 궁리다. 이렇게 정적인 준비 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골문을 직접 노리는 프리킥은 비(非)축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 움직이면서 공격 과정을 만들어가는 종목 속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슛이 골대에 도달하는 시간은 1초 이하다. 진종오의 총알이 과녁까지 이동하는 시간보다 길긴 하겠지만, 축구적 개념에서 직접 프리킥 슛은 분명히 이례적인 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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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해안 더비처럼 경기 막판에 발생하는 프리킥 상황에서는 극적 긴장감이 배가된다. 울산 홈 관중은 킥오프 휘슬을 들은 순간부터 83분 동안 0-0 스코어를 감내했다. 득점, 궁극적으로는 승리를 원하는 욕구가 83분에 걸쳐 마음 안에서 응축된 셈이다. 간절한 심리에서 해방되는 과정은 볼이 윤빛가람의 오른발에서 포항 쪽 골망에 꽂히는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화산 폭발처럼 윤빛가람의 프리킥 득점 순간 울산 팬들의 환희가 한꺼번에 터진다. 고농축인 만큼 뜨겁고 진하다. 

경기 막판에 이루어지는 프리킥은 영화 속 결투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 서부시대 두 총잡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신이 대표적이다. 모래바람이 불고, 입에 문 성냥개비와 빛나는 눈동자. 양쪽 모두 공격자라는 차이가 있지만, 행위의 결과가 치명적이라는 교집합이 형성된다. 영화 <트로이>에서는 헥토르(에릭 바나)와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다. 축구의 직접 프리킥에서도 팀과 분리된 단 한 명의 테크닉으로 승부 전체가 판가름 나곤 한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의 “반 끗 차이로 졌다”라는 말처럼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다. 축구는 원래 달랑 한 골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종목이다.

유로2004 B조 1차전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후반 추가시간 두 개의 데드볼(프리킥, 페널티킥)로 승부를 뒤집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88분 프리킥을 스페인 골문 톱코너에 꽂아 해트트릭 달성과 함께 극적인 3-3 무승부를 연출했다. 동해안 더비 현장에서 윤빛가람의 프리킥 득점을 목격한 울산 팬들이 느꼈을 카타르시스다.

글, 그림 =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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