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재개한 분데스리가가 홈팀 승률이 16.6%까지 추락하면서 홈코트 어드밴티지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에선 홈 코트 어드밴티지라는 말이 있다. 홈에서 경기를 하는 팀이 이점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야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들은 플레이오프를 치를 시 정규 시즌 성적이 더 좋은 팀에게 홈에서 더 많은 경기를 먼저 치를 수 있도록(시즌 성적이 더 좋은 팀에 한해 5선 3선승제의 경우 홈에서 3경기를, 7선 4선승제의 경우 홈에서 4경기를 치르는 형식) 홈 코트 어드밴티지를 부여해준다.
홈 이점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홈 팬들의 응원이 있다. 선수도 사람이다 보니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나기 마련이다(반면 원정팀의 경우 야유 속에서 침착성을 잃으면서 무너지는 경우들이 있다). 환경 적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특히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국가 대항전의 경우 장거리 여행과 시차 적응 및 외국 음식 적응 문제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설령 같은 지역 팀들끼리의 맞대결이더라도 매일같이 훈련하던 경기장 그라운드 상태에 익숙한 홈팀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더 유리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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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분데스리가 역대 성적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가 처음 시작한 1963/64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총 17,078경기가 치러졌는데 이 중 홈팀은 8,666승을 올리면서 승률 5할(50.7%)을 넘겼다. 무승부는 4,388경기로 25.7%였고, 원정팀이 승리한 건 4,024경기로 가장 낮은 수치인 승률 23.6%에 그쳤다. 단 한 시즌도 원정팀이 홈팀보다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한 시즌이 없을 정도이다.
그나마 원정팀이 가장 선전했던 시즌은 2010/11 시즌으로 당시 원정팀은 102승을 거두면서 33.3%의 승률을 자랑했다(하지만 그 때조차도 홈팀 승률은 46.1%였고, 무승부가 20.6%에 불과했다). 참고로 홈팀 승률이 가장 떨어졌건 시즌은 1990/91 시즌이었다(홈팀 승률 40.2%, 무승부 34.6%, 원정팀 승률 25.2%).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25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224경기에서 홈팀 기준 97승 49무 78패를 기록하면서 홈팀 승률은 43.3%에 무승부 21.9%, 원정팀 승률 34.8%를 기록 중에 있었다. 그 어떤 시즌보다도 원정팀들이 선전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홈팀이 더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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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2달 가량 시즌이 중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분데스리가는 유럽 빅리그들 중에선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 형태로 시즌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시즌 재개 후 분데스리가의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응원이 사라지면서 홈코트 어드밴티지까지 덩달아 사라지고 있다. 이는 성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26, 27라운드 18경기에서 홈팀은 단 3승에 그치면서 16.6%라는 처참한 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원정팀은 10승을 올리면서 55.6%에 달하는 승률을 자랑했다(무승부는 5무로 27.8%).
그렇다고 해서 원정팀들의 전력이 홈팀들보다 딱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다. 18경기 중 맞대결 당시 홈팀 성적이 더 좋았던 경기들이 절반이 넘는 11경기에 달했다. 그럼에도 성적이 더 높은 팀들이 홈에서 성적이 더 낮은 팀들을 상대로 3승 4무 4패에 그치면서 홈팀 승률의 저하에 크게 기여했다.
26라운드에선 분데스리가 우승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던 RB 라이프치히(괄호 안은 맞대결 당시 성적으로 3위)가 홈에서 프라이부르크(8위)에게 고전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고, 호펜하임(9위)은 헤르타 베를린(13위)에게 홈에서 0-3 대패를 당했다. 쾰른(10위)은 마인츠 상대로 일찌감치 2골을 넣으면서 쉽게 홈 승리를 추가하는 듯싶었으나 경기 종료 30분을 남기고 2실점을 허용하면서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홈팀 기준 26라운드 성적은 1승 3무 5패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어진 27라운드에서도 프라이부르크(7위)가 홈에서 강등권 팀인 베르더 브레멘(17위)에게 0-1로 패하면서 발목을 잡혔고, 샬케(8위)는 홈에서 아우크스부르크(14위)에게 0-3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는 바이엘 레버쿠젠에게 홈에서 1-3으로 패하면서 3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반면 묀헨글라드바흐를 잡은 레버쿠젠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로 올라섰다). 쾰른(10위)은 강등권팀인 포르투나 뒤셀도르프(16위)에게 0-2로 완패를 당할 위기에 직면했으나 경기 막판 연달아 골(88분과 90+1분 추가 시간)을 넣으며 간신히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그나마 헤르타와 바이에른이 홈에서 대승을 거두어준 덕에 27라운드 홈팀 성적은 2승 2무 5패로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물론 아직 무관중 경기로 2라운드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표본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더 시즌이 치러진다면 다시 홈팀들이 힘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쾰른(홈에서만 2경기)과 레버쿠젠(원정에서만 2경기)을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2라운드 동안 홈-원정 경기를 동시에 소화했고, 18경기 중 맞대결 당시 홈팀 성적이 더 좋았던 경기가 60%가 넘는 11경기에 달한다는 걸 고려하면 무관중 경기가 홈 코트 어드밴티지가 사라지는 데에 있어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 시즌 재개 후 분데스 26-27 라운드 당시 홈-원정 팀 순위
26라운드
도르트문트(2위) 4-0 샬케(6위)
라이프치히(3위) 1-1 프라이부르크(8위)
호펜하임(9위) 0-3 헤르타(13위)
뒤셀도르프(16위) 0-0 파더보른(18위)
아우크스부르크(14위) 1-2 볼프스부르크(7위)
프랑크푸르트(12위) 1-3 묀헨글라드바흐(4위)
쾰른(10위) 2-2 마인츠(15위)
우니온(11위) 0-2 바이에른(1위)
브레멘(17위) 1-4 레버쿠젠(5위)
27라운드
헤르타(11위) 4-0 우니온(12위)
묀헨글라드바흐(3위) 1-3 레버쿠젠(5위)
볼프스부르크(6위) 0-2 도르트문트(2위)
프라이부르크(7위) 0-1 브레멘(17위)
파더보른(18위) 1-1 호펜하임(9위)
바이에른(1위) 5-2 프랑크푸르트(13위)
샬케(8위) 0-3 아우크스부르크(14위)
마인츠(15위) 0-5 라이프치히(4위)
쾰른(10위) 2-2 뒤셀도르프(16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