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월드컵경기장] 서호정 기자 = 흰색 유니폼을 입고 전주성에 선 김민재는 어색했다. 수비 상황에서도 실수와 판단 미스가 나왔다. 지난 2년 간 전북 현대,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줬던 괴물 같은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속팀 베이징 궈안이 갖고 있는 수비 문제가 심각했고, 그 부담을 온전히 짊어졌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에 나섰다. 지난 겨울 베이징으로 이적한 그는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부터 전소속팀과 만났다. 경기 전 전북 팬들은 김민재의 이름이 소개될 때 박수를 보내며 그의 방문을 환영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등번호 3번의 녹색 유니폼이 아닌 등번호 2번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김민재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수비했다. 경기 하루 전 최종 훈련 때 “동국이 형이 보고 싶다. 경기 내내 붙어 다니며 수비하겠다”며 말했던 것처럼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이동국을 저지하는 것이 1차 역할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할수록 그가 커버해야 하는 범위와 수비해야 하는 선수가 늘어났다. 수비 불안이 가장 큰 단점인 베이징은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무장한 전북의 닥공에 곳곳이 구멍 났다. 그 구멍을 메우러 동분서주해야 하는 건 김민재였다.
지난 시즌 베이징은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세드릭 바캄부, 조나탄 바캄부, 헤나투 아우구투스 등 특급 외국인을 앞세워 FA컵 우승엔 성공했지만 리그에서는 무실점 경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리그 개막전에서 우한 주얼에 1-0으로 승리하기까지 공식전 9경기 연속 무실점이 없었다.
베이징이 김민재를 파격적인 이적료와 연봉으로 영입한 배경이다. 자국 수비수 보강이 어려워지자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수비수를 데려온 것. 그럼에도 김민재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슈미트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뛰는 베테랑 공격수 위다바오를 센터백으로 세우는 파격적인 포지션 변신을 시도했다. 공격진에는 바캄부와 새로 영입한 국가대표팀 공격수 장위닝 등이 있는 만큼 불안한 뒤를 위다바오의 경험으로 메우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과 2선의 로페즈, 한교원, 이승기가 계속되는 스위칭으로 베이징을 혼란스럽게 했다. 김민재는 중앙과 좌우를 커버하는 사이 벌어진 틈을 전북이 놓치지 않았다. 문제는 위다바오와 두 측면 수비수가 김민재를 거의 돕지 못했다. 조선족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츠쫑궈(지충국)가 적극적으로 가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교원의 선제골 장면에서도 너무 쉽게 수비가 뚫렸다. 츠쫑궈와 김민재가 마지막에 달려왔지만 한교원의 페인팅과 빠른 마무리에 당했다. 박스 안에는 많은 베이징 선수가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이동국, 로페즈는 김민재가 접근하면 간결한 플레이로 연결하고 빈 공간으로 움직였다. 전반에 너무 많이 뛴 김민재는 후반 초반부터 지친 모습이었다. 판단력도 흐트러졌다. 적극적으로 치고 나와 공격으로 연결하려는 특유의 플레이를 하려다 오히려 차단돼 두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민재가 과감히 공을 치고 나가는 장면은 전북에서도 많이 보여 준 모습이다. 그 의욕이 과해 실수도 있었지만 전북에서는 최보경, 홍정호 등이 실수를 커버해줬다. 하지만 베이징에는 그럴 선수가 없었다. 김민재의 패턴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압박으로 끊어낸 뒤 결정적인 패스를 준 로페즈의 영리함도 빛났지만, 베이징의 상황이 김민재의 실수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김신욱의 교체 투입은 김민재에게 절망과 다름없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베이징 수비가 강한 압박을 받는다는 걸 알고 이동국, 김신욱을 동시에 세워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세번째 골 장면에서 김신욱이 지친 김민재를 제공권에서 압도하며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전주성 방문에서 김민재는 처절한 극한직업에 놓였음을 보여줬다. 전반 이동국의 결정적 찬스를 막거나 로페즈와의 경합에서 이기는 등 몇몇 장면이 있었음에도 3실점을 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전북 팬들이 경기 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이동국 등 옛 동료들이 김민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경기 후 김민재는 “너무 힘들었다. 전북 선수들의 능력을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모르고 온 건 아니다. 이겨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뼈아픈 패배와 실수를 뒤로 하고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