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hettino Klopp Champions League 2018-19Getty

피르미누 교체한 클롭 웃고, 케인 고집한 포체티노 울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간판 공격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리버풀이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토트넘에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양 팀은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두 팀 모두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와 해리 케인(토트넘)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돌아와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게다가 해당 선수는 부상 여파를 드러내면서 경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전반전, 케인과 피르미누의 볼터치는 11회가 전부였다. 이는 리버풀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10회) 다음으로 적은 수치였다. 소유권을 뺏긴 횟수 역시 4회로 동일했다.

둘의 평행 이론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둘은 피르미누가 교체된 시점까지 단 하나의 슈팅조차 없었다. 드리블 돌파도 전무했다. 그나마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에서 피르미누가 1회를 기록했을 뿐, 케인은 그마저도 없었다. 두 선수 모두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는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리버풀과 토트넘의 차이는 있었다. 바로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은 58분경, 피르미누를 빼고 디보크 오리기를 넣으면서 교체를 단행했다. 반면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케인에게 풀타임을 선사하면서 그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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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피르미누 대신 교체 출전한 오리기는 1-0으로 아슬아슬하게 리드를 잡아가고 있었던 87분경,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리버풀 중앙 수비수 조엘 마팁의 패스를 받아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오리기는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도 부상으로 결장한 피르미누를 대신해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79분경 팀의 4번째 골을 넣으며 리버풀의 결승 진출을 견인한 바 있다. 당시 리버풀은 1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0-3으로 패했었기에 4골이 필요했다. 이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한 선수가 다름 아닌 오리기였다. 이번에도 그는 결승전의 피날레를 책임졌다.

사실 오리기는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 그리고 피르미누 같은 쟁쟁한 리버풀 공격 스리톱에 막혀 제한적인 출전 시간 만을 기록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217분을 소화하면서 3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클롭의 신뢰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준 오리기이다.

이에 반해 케인은 정규 시간이 끝난 시점까지도 공격 면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추가 시간에 접어들어서야 처음으로 키패스(90+2분)를 기록했고, 2회의 드리블 돌파(90분 & 90+1분. 이 중 1회만 성공했다)와 첫 슈팅(90+3분)을 시도했다. 그마저도 이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슈팅이었다.

물론 포체티노가 케인을 섣불리 빼지 않은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다. 게다가 결승전이 있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결승전 출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토트넘이 잉글랜드 구단인 이상 대표팀 주장 케인을 빼는 건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만약 케인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았다가 패했다면 포체티노를 향한 비판이 잉글랜드 전역을 뒤덮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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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감독의 몫이다. 설령 선발 출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정규 시간 내내 공격에 있어 그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면 뺄 만한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포체티노는 끝까지 케인을 믿었고, 그는 이에 화답하지 못했다.

토트넘이 65분경, 또 다른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를 교체 투입한 이후 공격이 살아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토트넘은 72분경까지 슈팅 6회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유효 슈팅이 없었으나, 72분 이후부터 총 10회의 슈팅을 시도해 8회의 유효 슈팅을 가져갔다. 모우라 개인 역시 2회의 슈팅을 시도해 1회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모우라가 선발 출전해 휘저으면서 리버풀 수비진을 괴롭히다가 승부처에 케인이 들어와서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다. 그게 부상에서 갓 돌아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케인에게도 부담이 덜했을 것이 분명하다.

클롭 역시 피르미누를 빼는 건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리버풀이 1-0으로 이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즉 피르미누를 빼더라도 오리기가 아닌 수비 투입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오리기는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에 선발 출전한 걸 제외하면 챔피언스 리그 출전 시간은 도합 83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리버풀 팀내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선수였다.

이미 클롭은 감독으로 처음 참가했던 컵 대회 2011/12 시즌 DFB 포칼 결승전에서 우승한 이후 무려 6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리버풀에서도 3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챔피언스 리그에선 2012/13 시즌(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과 지난 시즌(리버풀 소속) 연달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컵대회만이 아닌 분데스리가에선 도합 2회의 준우승이 있었고,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조차 역대 3번째로 높은 승점(97점)을 올리고도 맨체스터 시티(승점 98점)에 밀려 준우승에 그치는 불운을 맞이했다. 이렇듯 지겨울 정도로 준우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클롭인 만큼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클롭은 피르미누를 빼고 오리기를 투입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리고 교체되어 나가는 피르미누가 실망하지 않게 어깨를 감싸안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리기 역시 골을 넣으며 클롭의 믿음에 화답했다.

결국 남는 건 결과이다. 우승을 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리버풀에서도 공개적으로 출전 시간에 불만을 토로한 알베르토 모레노 같은 선수들이 있었으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같이 세상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수 선발 및 교체 권한은 감독이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찬사를 받거나 책임을 지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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