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gen Klinsmann Hertha Berlin 2019-20Getty Images

헤르타, 클린스만과 관계 정리에 나서다... 이사회 임원도 OUT!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헤르타 베를린 구단 측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독단적으로 감독직 사임을 발표한 위르겐 클린스만과 관계 정리에 나섰다. 이제 클린스만은 헤르타 이사회 임원 직도 수행하지 못할 예정이다.

클린스만이 지난 12일, 급작스럽게 사임을 결정했다. 구단과 아무런 상의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임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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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이스북에 남긴 사임 이유에 대해 "구단 내부적인 신뢰가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감독으로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도 없고,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라고 밝혔다. 간접적으로 구단 보드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감독의 역할과 관련해 미하엘 프리츠 단장과 견해 차이가 발생했다. 난 잉글랜드식 모델에 더 익숙하다. 난 독일처럼 경기 때 단장이 감독 옆에 앉아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주심과 대화하고 하는 것이 불편할 따름이다"라며 사임 이유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실제 독일은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도 단장이 권한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시합이 있을 때도 감독 옆에 앉아서 함께 경기를 관전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독일식 전통에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다만 클린스만은 이미 바이에른 뮌헨 감독 직을 수행한 적도 있고, 독일식 구단 문화를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식 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시즌까지만 임시 감독 직을 수행한 이후 헤르타 이사회 임원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가 헤르타 측에 궁극적으로 요청한 건 기술이사 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르타 입장에서 당장 중요한 건 클린스만의 사임 이유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그가 급작스럽게 감독 직을 사임하면서 독일 현지 언론들에선 '클린스만 혼돈(Klinsmann-Chaos)'이라고 칭할 정도로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는 데에 있다. 헤르타 선수들도 연신 충격을 표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헤르타 최대 투자자 라스 빈트호르스트와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 그리고 미하엘 프리츠 단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먼저 클린스만으로부터 사임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프리츠는 이와 관련해 "클린스만 부임 당시 그와 어떻게 감독으로 협력할 것인가와 관련해 명확히 합의를 했다. 하지만 올해 초에 감독의 역할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다소간의 견해 차가 발생했다. 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내가 벤치에 앉는 문제와 관련해 그는 단 한 번도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전술 권한 및 선수 교체 권한은 당연히 감독이 가지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클럽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 그렇게 했던 일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게겐바우어 회장 역시 "최근 일어난 일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클린스만은 본인의 결정으로 헤르타를 떠나면서 이제 당연히 우리 공동의 프로젝트에서도 떠나게 됐다. 물론 클린스만의 사임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외부에서 보기엔 우리에게 큰 혼돈이 일어난 인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수습 중에 있다. 프리츠 단장 이하 실무진들이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또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지면서 가장 많은 답변을 해야 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최대 주주 빈트호르스트였다. 클린스만이 헤르타에 오게 된 계기도 빈트호르스트가 헤르타 주식을 49.9% 매입하면서 이사회 임원으로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즉 클린스만은 빈트호르스트의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는 클린스만을 헤르타 이사회 임원으로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우리는 스포츠적으로 조언을 해줄 여러 후보들을 찾고 있었고, 이 중 한 명이 클린스만이었다. 그는 축구계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통하고 있고, 많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기에 최종적으로 그를 선택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냐고 한다면 이는 답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의 단편적인 행동은 분명 용납될 수 없지만 내가 그를 완전히 잘못 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첫 몇 주 동안 매우 열정적으로 일했고, 그의 이름값 덕에 새로운 스포서십 계약에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감독직을 사임하면서 이는 없었던 일이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클린스만의 감독 사임 소동과 관련해 "그는 나에게 용서를 구했고, 난 그가 본인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10대 아이와도 같았다. 어른들의 비즈니스에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라고 지적하면서 "그가 임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사회 임명이 정지된 상태였기에 그는 아직 이사회에 속해있지 않다. 당연히 그의 이사회 임명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그가 구단과 아무런 협의 없이 떠났기에 이제 더이상 그와의 협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우리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라며 클린스만과 결별을 공식적으로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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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에 더해 "이제 우리는 이사회 네 자리 중 두 자리에 대한 임명을 새롭게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회 임원 선임에 있어 스포츠적인 능력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클린스만이 능력은 있었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추가적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우리는 더 발전해야 한다. 물론 이번 시즌의 목표는 분데스리가 잔류지만 다음 시즌 목표는 다르다. 유럽 무대 진출이다. 장기적으로 헤르타는 유럽 무대 진출권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언제나 큰 목표를 세워야 하고, 이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본 것이기에 지금 단기적인 모습에서 전체 계획 및 전략을 뒤흔들지는 못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분명한 건 클린스만의 편이었던 빈트호르스트마저도 이제 등을 돌리면서 관계를 정리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클린스만은 더이상 헤르타에 이사회 임원직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클린스만은 스위스로 떠나는 모습이 독일 언론에 포착됐다(클린스만의 아들인 조너선이 스위스 구단 상 갈렌에서 뛰고 있다). 선수 시절 독일을 대표하는 축구 영웅답지 않은 쓸쓸한 모습으로 헤르타를 떠나게 된 클린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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