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헤르타 베를린의 신예 에이스 마테우스 쿠냐가 현란한 드리블 돌파로 무승부를 이끌어내면서 친정팀 RB 라이프치히의 발목을 잡았다.
헤르타가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28라운드 홈경기에서 강호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헤르타는 지난 27라운드 우니온 베를린전에서 가동했던 것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베테랑 공격수 베다드 이비세비치가 원톱에 섰고, 블라디미르 다리다를 중심으로 마테우스 쿠냐와 도디 루케바키오가 좌우로 배치되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마르코 그루이치와 페르 셸브레드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형성했고, 마르빈 플라텐하르트와 페터 페카릭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요르단 토루나리가와 데드릭 보야타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4-0 대승을 거둔 베를린 더비에서의 좋았던 경기력과 흐름을 이어나가겠다는 포석이었다.

헤르타는 경기 시작 9분 만에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빈 플라텐하르트의 코너킥을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코 그루이치가 헤딩으로 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헤르타의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헤르타는 선제골을 넣고 곧바로 2분 뒤에 어시스트를 기록한 플라텐하르트가 부상을 당해 막시밀리안 미텔슈태트로 교체되는 불운이 발생했다. 게다가 라이프치히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헤르타는 결국 24분경, 코너킥 수비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루카스 클로스터만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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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자체는 라이프치히의 주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63분경까지 라이프치히가 점유율에서 63대37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래도 헤르타는 쿠냐의 드리블을 살린 역습으로 라이프치히의 배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쿠냐는 기본적으로 왼쪽 측면에 위치하긴 했으나 프리롤처럼 위치를 가리지 않고 현란한 드리블을 구사하면서 라이프치히 수비 라인을 흔들어놓았다. 쿠냐의 활약 덕에 정작 슈팅 숫자에선 8대8로 동률을 이룰 수 있었던 헤르타였다.
이는 그의 개인 기록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쿠냐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그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파울 밖에 없어 보일 정도였다. 실제 그는 파울을 얻어낸 횟수 역시 4회로 가장 많았다.
이 과정에서 쿠냐는 후반 4분경, 라이프치히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첼 할슈텐베르크에게 파울을 얻어내면서 첫번째 옐로 카드를 유도해냈다. 이어서 다시 후반 18분경 쿠냐가 드리블 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할슈텐베르크가 거친 태클로 파울을 범하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헤르타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강했다. 할슈텐베르크의 퇴장으로 선수 숫자가 한 명 부족했음에도 라이프치히는 후반 18분부터 23분까지 5분 사이에 슈팅을 3회를 가져가면서 헤르타의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공격수 파트릭 쉬크의 중거리 슈팅을 헤르타 골키퍼 루네 야르슈타인이 잡다가 뒤로 흘리는 실수를 범하면서 헤르타는 라이프치히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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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라이프치히의 수비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헤르타는 후반 10분경부터 후반 37분경까지 단 한 번의 슈팅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는 라이프치히의 2-1 승리로 막을 내리는 듯싶었다.
다급해진 헤르타는 후반 26분경 공격형 미드필더 다리다 대신 공격수 크시슈포트 피옹테크를, 지친 루케바키오 대신 자바이로 딜로순을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어서 후반 33분경 미드필더 셸브레드와 베테랑 공격수 이비세비치를 빼고 미드필더 아르네 마이어와 신예 공격수 제식 은간캄을 투입하면서 연달아 공격 쪽에 변화를 가져온 헤르타였다. 그럼에도 라이프치히 수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헤르타를 구해낸 건 바로 쿠냐였다. 이미 후반 27분경 현란한 양발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들어갔다가 마지막 순간 클로스터만에게 저지된 바 있는 쿠냐는 후반 35분경, 또 다시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감행해 라이프치히 미드필더 아데몰라 루크먼의 파울을 유도해냈다. 쿠냐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피옹테크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이대로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쿠냐는 만 21세 브라질 공격수로 원래 라이프치히 소속이었다. 2018년 여름, 라이프치히에 입단해 슈퍼 조커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엔 이미 티모 베르너와 유수프 포울센이 버티고 있었던 데다가 2019년 여름, 파트릭 쉬크까지 새로 팀에 가세하면서 그의 출전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그는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1,800만 유로(한화 약 246억)의 이적료와 함께 헤르타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1월 20일부터 2월 10일까지 올림픽 남미 지역 예선에 참가해 5골을 넣으면서 득점왕과 동시에 브라질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견인한 그는 대표팀에서 얻어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헤르타에서도 연신 맹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헤르타 데뷔전이었던 파더보른과의 22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2분경, 상대 자책골을 유도해내며 2-1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서 24라운드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전을 시작으로 27라운드 우니온 베를린과의 경기까지 4경기 연속 골을 넣으면서 떠오르는 에이스로 군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라이프치히전에선 비록 연속 골 행진에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상대 퇴장을 이끌어냈고, 동점골이 된 중요한 페널티 킥까지 얻어내면서 친정팀 라이프치히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 경기가 열린 날이 그의 21번째 생일(5월 27일생)이었기에 한층 기쁨을 더할 수 있었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분데스리가 35경기에 출전했으나 단 2골에 그쳤다. 주로 교체 출전하다 보니 출전 시간 부족으로 골을 기록하기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복이 심한 모습으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헤르타에서 프리롤로 마음껏 돌파를 감행하면서 7경기에서 4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시절 그의 경기당 드리블 돌파 0.6회에 불과했으나 족쇄를 풀어낸 헤르타에선 경기당 무려 4회의 드리블 돌파를 자랑하고 있다.
헤르타 역시 쿠냐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쿠냐가 가세하기 이전이었던 21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헤르타는 6승 5무 10패 승점 23점으로 14위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쿠냐가 출전하면서부터 7경기에서 3승 3무 1패로 승점 12점을 추가하면서 10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더 놀라운 건 21라운드까지 헤르타의 팀 득점은 25골로 경기당 1.2골에 불과했으나 이후 7경기에서 16골을 몰아넣으며 경기당 2.3골을 넣고 있다는 데에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시즌이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된 26라운드를 기준으로 3경기에서 9득점을 올리면서 해당 기간 최다 득점을 올리고 있는 헤르타이다(2위는 바이에른 뮌헨 8득점). 쿠냐라는 확실한 신예 에이스의 등장이 헤르타의 공격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