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조용히 사라진 선수들. 혹은 큰 기대를 받고도 이를 채우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춘 선수들까지. 그래서 준비했다.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소식은 접하기 힘든 선수들. 축구계 슈가맨들을 재조명하겠다
[골닷컴] 박문수 기자 = 금발 머리, 왕성한 활동량 그리고 동유럽 출신 유벤티노.
여기까지만 보면, 대다수 축구 팬은 '파벨 네드베드'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네드베드는 유벤투스의 레전드이며, 지금도 팀의 부회장으로서 은퇴 후에도 유벤투스와 연을 이어가고 있다.
네드베드가 현역 은퇴를 선언한 지 일 년 만에 유벤투스는 또 한 명의 네드베드를 영입했다. 동유럽 출신에 신장도 비슷했다. 금발 머리 휘날리며, 측면에서 번개 같은 움직임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 선수. 네드베드와 너무 달랐다. 빠르고 잘 차는데, 기술까지 좋은 네드베드와 달리 일정한 패턴에 발목이 잡혔다.
축구계 슈가맨을 찾아서 이번 시간 주인공은 한때 '제2의 네드베드'로 불렸던 세르비아 출신 윙어 밀로스 크라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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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시치는 누구?
1984년생이다. 세르비아의 보이보디나 클럽에서 프로 데뷔해, 1군 무대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2004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그는 러시아 강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했다. 모스크바 그리고 세르비아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을 무기로 주가 상승했다. 덕분에 2010년 네드베드 은퇴 이후 측면 구심점을 잃은 유벤투스 영입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세리에A 무대에 입성했다.
여기서 잠깐. 네드베드는 주로 왼쪽에서 뛰었지만, 크라시치는 유벤투스 시절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스타일은 비슷할 수 있지만, 네드베드와는 비슷하면서도 여러모로 다른 선수였다.
시즌 초반만 해도 굉장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그렇게 터키와 프랑스를 거쳐 2015년부터 폴란드 리그로 무대를 옮겼고, 2018년 1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 선정 이유
기대감은 상당했다. 초반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패턴이 너무 뻔했다. 직선적인 선수였다. 네드베드와 자주 비교되지만, 네드베드는 발도 빠른데 기술도 좋은 선수였다. 반면 크라시치의 경우 드리블은 효율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강점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시즌 초반이야 상대가 크라시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당했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공략법이 나왔다.
아르연 로번처럼 알고도 당하는 선수면 모를까, 크라시치는 모두가 아는 선수이기 때문에 막히고 말았다. 2010/2011시즌 전반기만 해도, 유벤투스를 대표하는 윙어로 꼽혔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여러 차례 고전했다. 콘테 감독이 부임한 2011/2012시즌부터는 아예 전력 외 자원이 됐다. 당시 유벤투스는 무패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1/2012시즌 후반기 들어서는 선발이나 교체 출전은 물론, 소집 명단에도 뽑히지 않았다.
크라시치 영입으로 내심 네드베드 재림을 기대했던 유벤투스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이적이 됐다. 크라시치는 빅리그에서 실패한 윙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2012년 페네르바체와 바스티아(2013/2014시즌)를 거쳐 2015년에는 폴란드 리그의 레히아 그단스크로 이적해 2018년 12월 현역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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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기는 언제
유벤투스 이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크라시치 커리어 하이 시즌은 2008/2009시즌과 2009/2010시즌이다.
2008/2009시즌에는 컵대회 포함 총 39경기에 나와 9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세르비아 대표팀의 오른쪽 주전 윙어로 낙점되며,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행을 도왔다. 그 다음 시즌에는 25경기에 나와 6골을 가동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 예선에서만 4골을 가동하며 CSKA 모스크바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세비야를 제압한 CSKA 모스크바는 8강에서 해당 시즌 대회 우승팀 인테르에 2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했지만, 세르비아의 본선 탈락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호주와의 최종전에서는 교체 아웃됐지만, 이전 두 경기에서는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월드컵 이후에는 대표팀 소집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1년 11월 친선전 2연전 이후에는 대표팀과의 연도 멀어졌다.
# 축구계 슈가맨을 찾아서 다음 주자는 누구
남미 출신 대표 꽃미남 중 한 명. 5대 리그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인 팀에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잠재력은 좋았지만, 끝내 터뜨리지 못했다. 이후 프리미어리그로 둥지를 옮겼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 부족했다. 한 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클럽에서도 몸 담았다. 이후 저니맨이 된 그는 2016년부터는 유소년팀 시절 뛰었던 친정팀에서 활약 중이다. 참고로 한국 나이 40살이다.
사진 = 게티 이미지/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