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그라운드 안팎에서 각종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오랜 기간 부진에 빠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FIFA 랭킹 13위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네 가지 측면에서 수확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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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4-2, 간격 문제 해소하다
최근 한국 대표팀의 문제는 바로 간격에 있었다. 수비와 공격 사이의 간격이 넓다 보니 상대에게 쉽게 공간을 허용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이 꺼낸 해결책은 바로 플랫형 4-4-2였다. 참고로 한국 대표팀이 마지막으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건 지난 2016년 3월 27일, 태국과의 평가전으로, 당시 이정협과 석현준의 장신 공격수 투톱을 활용한 바 있다.
플랫형 4-4-2는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2명의 공격수를 일자형으로 배치한 형태로 이 포메이션의 강점은 바로 각각의 공간을 겹치지 않게 균등 분배해 모든 구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자신이 맡은 구역만 통제하면 되기에 전술운용이 쉽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GOAL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4-4-2를 가장 현대적으로 잘 활용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이에 대해 "4-4-2 포메이션은 어떤 상황에도 이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4-4-2 포메이션을 활용할 경우 2명의 공격수와 2명의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2명의 중앙 수비수가 그라운드의 60%를 커버할 수 있다. 나머지 40%는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수비수가 커버한다. 즉, 수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4-4-2의 경우 라인과 라인 간의 구별이 명확하다 보니 라인 간의 간격 유지가 용이하다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라인들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동시에 올리거나 내리기가 용이해진다. 당연히 4-4-2는 공수 전환 및 압박에 있어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1980~90년대 밀란 제너레이션(황금기)을 구축했던 아리고 사키가 바로 4-4-2 포메이션을 통해 현대식 압박 축구의 근간을 마련했다.
이 철학을 물려받은 이가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지도하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다. 시메오네는 압박을 극대화하면서 좌우 측면에 중앙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배치해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에 있어 열세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상황에 따라 수비 시엔 상대를 좌우 상하에서 동시에 압박하면서 에워싸는 형태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아틀레티코와 (수준 차이는 있을 수 있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좁은 간격 속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대를 에워싸면서 콜롬비아를 괴롭혔다. 게다가 소유권을 뺏을 시 빠른 수공 전환에 이은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콜롬비아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신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콜롬비아는 남미팀이고, 세계적인 강호다. 일대일 싸움에선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키 포인트는 협력수비다. 콜롬비아와 파라과이의 경기 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구했다. 4-4-2 형태로 가야만 콜롬비아의 움직임을 파악해 우리 안에 가두면서 상대의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이재성과 권창훈을 측면에 배치해 수비할 땐 좁히고, 공격할 땐 넓혔다. 젊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주장 기성용 역시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해 간격 유지가 잘 됐다.덕분에 쓸때 없이 많이 뛸 필요가 없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고, 이근호도 "간격이 좁아졌다. 월드컵에 대비해 수비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전방에 위치한 손흥민부터 골키퍼 김승규까지 간격을 좁혀서 힘들었지만 많이 뛰면서 압박하고 뺏어 역습을 주문했는데 다들 잘 수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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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근호-손흥민 투톱 가동, 손흥민에 날개 달다
이근호와 손흥민을 투톱으로 가동한 것도 속칭 대박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그 동안 대표팀에서 주로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당연히 골문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볼을 터치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대팀 역시 손흥민 집중 견제에 나섰기에 매번 먼 거리를 볼을 가지고 돌파를 감행하거나 무리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야 했다.
이는 손흥민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유럽 빅리그에서 연신 골을 넣으며 맹활약을 펼치는 것과는 별개로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손흥민이었다. 실제 손흥민은 콜롬비아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A매치 59경기에 출전해 19골에 그쳤다. 지난 달 10일, 유럽 원정으로 치른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페널티 킥 골을 넣었지만 필드골을 넣은 건 지금으로부터 13개월 전이었던 작년 10월 6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조별 리그 최종 예선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투톱 배치와 함께 골문에서 가까워지면서 득점 찬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상대팀 수비수들도 손흥민만 견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더해 이근호는 성실하면서도 투지 있게 뛰는 선수다. 이근호는 경기 내내 폭넓은 움직임을 통해 궂은 일을 하며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이근호와 손흥민은 모두 최전방과 측면을 모두 커버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공격 스위칭으로 이루어졌다. 이근호와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상대 수비를 유인하면 권창훈과 이재성이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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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분경 이근호가 콜롬비아 왼쪽 측면 수비수 윌리암 테시요 뒤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가로채기를 유발하자 루즈볼을 잡아낸 이재성이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다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이근호에게 패스를 내주었다. 이를 받은 이근호는 상대 다리 사이로 빼는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며 콜롬비아 수비진을 흔들어놓았다.
곧바로 2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최철순의 전진 패스를 손흥민이 영리하게 뒤로 내주면서 중앙으로 달려들어갔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근호는 곧바로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들다 크로스를 올렸다. 상대 수비수가 헤딩으로 먼저 걷어냈으나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김진수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는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선제골 역시 이근호와 권창훈,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에서 터져나왔다. 10분경 권창훈이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다 측면으로 빠진 이근호에게 패스를 내주었다. 이근호가 손흥민을 보고 크로스를 올린 것이 권창훈 가슴에 맞고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터닝 동작으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를 동시에 현혹시킨 후 정교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KFA38분경엔 스로인 공격 찬스에서 왼쪽 측면에 위치하고 있던 손흥민이 재차 내주었고, 이를 김진수가 정교한 왼발 크로스로 올린 걸 이근호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신태용 감독은 이근호와 손흥민의 투톱 배치에 대해 "손흥민 활용법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월드컵 예선에선 당장의 본선 진출이 중요했기에 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나 예선 이후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많이 연구했다"라고 밝혔다.
이근호는 "흥민이도 스트라이커를 본 적이 있고 프리롤 움직임을 좋아한다. 나 역시 4-4-2에서 투톱을 좋아한다. 서로 움직임을 보고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꾼 게 잘 이루어져서 편했다"라며 투톱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에 손흥민은 "내가 혼자 만든 골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근호 형이 많이 뛰어주면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근호 형이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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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이스 킬러 고요한
콜롬비아전에 가장 예상 외의 선택은 이근호와 손흥민의 투톱도, 오랜만에 가동한 4-4-2 포메이션도 아닌 바로 고요한 중앙 미드필더 배치에 있었다.
물론 고요한은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종종 소화하던 선수로 2016 시즌을 기점으로 중앙 미드필더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럼에도 고요한하면 측면 수비수와 측면 미드필더를 동시에 아우르는 오른쪽 측면 스페셜리스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대표팀에서도 줄곧 측면으로 출전했다. 최종 훈련 과정에서도 기성용과 함께 구자철이 주전군 조끼를 입었다. 그러하기에 고요한이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로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고요한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잦은 파울과 뛰어난 수비로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괴롭히며 꽁꽁 묶는 역할을 수행했다. 고요한의 파울에 하메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후방이나 측면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하메스는 세트피스 전담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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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킨 이유에 대해 "FC 서울 경기를 많이 봤다. 볼 때마다 고요한이 K리그에서 제일 공을 더럽게 찬다고 말하곤 했다. 하메스는 몸싸움을 싫어하는 선수이다. 그래서 거칠게 밀어붙이면 신경질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으니 꼭 붙어다니라고 주문했다. 오늘 100% 주문사항을 이행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메스가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면 고요한에게 가장 근접하게 맨투맨 수비를 시켰다. 하메스가 측면이나 후방으로 빠지면 권창훈과 이재성에게 맨투맨 수비를 시켰다. 이 부분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고요한 역시 "하메스를 괴롭히라는 임무를 맡았는데 잘한 것 같다. 준비하는 동안 하메스 영상을 많이 봤다. 유명한 선수라 긴장됐지만 괴롭히려 노력했다. 막상 부딪치니 곧바로 신경질을 내는 걸 보고 더 괴롭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분명 고요한은 전문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콜롬비아전을 통해 에이스 킬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월드컵 상대국 중 콜롬비아처럼 에이스 의존도가 큰 팀을 상대로 고요한을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

4. 자신감을 회복하다
무엇보다도 콜롬비아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자신감 획득에 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월 28일,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1-0 승) 이후 6경기 무승의 부진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감독 교체가 이루어졌고, FIFA 랭킹 역시 62위로 추락했다.
게다가 신태용호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월드컵 조별 리그 최종 예선 2경기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일관하면서 2경기 모두 0-0 무승부와 함께 자력이 아닌 이란의 도움을 받아 본선에 진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관련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신뢰를 잃고 말았다. 지난 달, 러시아와 2군 모로코로 이어지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연달아 2골 차 이상의 완패(러시아전 2-4 패, 모로코전 1-3 패)를 당하며 사기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국내 축구팬들의 신뢰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이제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르비아와의 평가전과 내년 3월까지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다. 오늘 승리는 비단 나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이번 승리가 대표팀 분위기 반전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수들 역시 모두 오랜만의 승리에 기쁨을 전했다. 손흥민은 "골을 넣은 것보다 콜롬비아라는 강팀을 이겼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 안 좋은 분위기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가장 기쁘다"라고 밝혔고, 이근호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승리해 너무 기쁘다. 다들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내용까지 괜찮아서 더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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