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rling Manchester City Liverpool 2021Getty

'PL 데뷔 9년' 스털링, 월드 클래스에 도전한다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케빈 데 브라이너의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면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이번 시즌 공식 대회 100득점을 달성했다. 이로써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한 1부 리그 팀은 12시즌 모두 100골 이상을 득점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맨시티에 이르기까지 과르디올라는 수비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전술가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그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변한다.

"스털링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선수다". 1월 당시 스털링의 득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과르디올라는 단호하게 답했다. 이 기자회견 이틀 전에 스털링은 브라이튼을 상대로 페널티킥 골을 득점했고, 당시 기준 최근 18경기에서 단 3골만을 기록 중이었다. "스털링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제껏 이뤄온 일들은 불가능했다". 이 한마디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과르디올라의 지도 하에서 맨시티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여섯 차례 차지했다. 2017/18 시즌에는 PL 역대 최초로 승점 100점 고지에 도달했고, 이어진 2018/19 시즌에는 잉글랜드 국내 대회 트레블을 사상 최초로 이뤄냈다.

이번 시즌에는 현재 PL에서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승점 14점 차 선두를 달리고 있고, 리그컵에서는 결승에 올라 있으며, FA컵에서도 준결승에 올라 또다시 잉글랜드의 모든 대회를 휩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8강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한다.

스털링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비호를 받은 이후 공식 대회 9경기에서 6골을 득점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 중 한 골은 전 소속팀인 리버풀 원정에서 넣으며 맨시티에 짜릿한 4-1 승리를 안겼고, 2월에는 아스널을 상대로 이른 시점에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더비에서는 두 번의 좋은 득점 기회를 놓치며 0-2 패배를 막지 못했고, 맨시티가 사우샘프턴을 5-2로 대파한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켜야 했다. 이어진 풀럼전에선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불화설을 연결됐고, 과르디올라와 스털링 모두 이를 부인했다. 과르디올라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항변했고, 스털링은 "몇몇 미친 루머들이 떠돌고 있는데 이는 다 거짓이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렇듯 PL 데뷔 9주년을 맞이한 26세의 스털링은 뜻밖의 논란들을 낳기도 했지만, 대회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선수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 시어러와 루니를 추격하는 스털링

다사다난했던 리버풀에서의 마지막 시즌 막바지와 맨시티 입단 초기를 제외하면, 스털링은 2012년 3월 24일 당시 17세 107일의 나이로 PL에 데뷔한 이후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스털링은 대회 통산 284경기에 출전해 95골 49도움으로 144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만 27세가 되기 이전 기준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 8위에 자리했다. 참고로 데이비드 베컴(128)이 9위다(하단 도표 참조).

스털링은 12월 8일이 돼야 만 27세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웨인 루니(215), 앨런 시어러(172), 해리 케인(163), 티에리 앙리(162), 로비 파울러(162), 마이클 오언(156), 로멜루 루카쿠(148) 중 몇몇은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나이와 상관 없이 대회 역사상 최다 공격포인트는 시어러의 차지다. 시어러는 260골 65도움으로 325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2위는 311개(208골 103도움)의 루니다.

스털링은 이제 전성기를 맞이할 게 분명하다. 현재 95골을 기록 중이니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92골)와 사디오 마네(91골)보다 앞서 PL 통산 100골을 득점하는 역대 30번째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100골-100도움도 가능성이 있는데, PL 역사상 이를 해낸 선수는 루니와 프랭크 램파드뿐이다. 스털링의 전체적인 기록을 보면 지금의 활약을 유지할 시 시어러, 루니와 같은 역대 최고 선수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세 이전 PL 공격포인트 TOP 10OPTA


# 쉬운 기회는 놓친다?

그러나 스털링이 월드 클래스 선수가 맞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건 바로 골문 앞에서 쉬운 기회를 놓친다는 비판이다.

스털링은 2019/20 시즌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공식 대회 31골을 넣었고, 이 중  PL에서만 20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 시즌의 마지막 기억은 스털링이 올랭피크 리옹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 당시 골대 앞 4미터도 안 되는 지점에서 득점 기회를 날려버린 장면이었다. 1-2로 뒤처졌던 맨시티는 스털링이 기회를 놓친 직후 실점을 허용했고, 그대로 맨시티는 탈락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순간이었다.

승점 100점을 달성한 2017/28 시즌 당시에도 스털링은 번리와의 경기 당시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의 마무리로 득점 기회를 놓쳤고, 맨유와의 더비에서도 두 번의 기회를 놓친 끝에 맨시티가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3으로 역전패를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리그 우승을 라이벌 앞에서 확정 지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로 말았다. 이렇듯 그가 자주 골을 터트리는 선수라는 것과는 별개로 골 결정력은 때때로 신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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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장면들만큼이나 스털링의 골 결정력이 정말로 나쁠까? 스털링의 PL 데뷔 시점을 기준으로 그보다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164골), 해리 케인(159골), 제이미 바디(115골), 로멜루 루카쿠(113골)뿐이다.

문제는 스털링의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에 있다. 그의 득점 전환율은 15.9%로, 자신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위의 다섯 명 중 가장 높은 득점 전환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바디(22.2%)이고, 스털링 다음으로 득점 전환율이 안 좋은 선수는 루카쿠(16.7%)이다.

이번에는 스털링 데뷔 시점 이래로 PL에서 50골 이상 득점한 선수 31명을 살펴보겠다. 스털링의 득점 전환율은 31명 중 중위권에 해당하는 15위이다. 꼴찌는 8.7%의 크리스티앙 벤테케다. OPTA가 '결정적인 기회'로 분류하는 슈팅의 득점 전환율을 보면, 스털링은 공동 22위로 떨어진다. 총 149번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66골만을 득점했고(44.3%), 83번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확실히 스털링은 결정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면 스털링의 결정력이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시어러와 루니에 근접한 공격포인트를 올리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털링의 PL 득점 대부분은 지난 세 시즌에 집중돼 있다. 2017/18 시즌에 18골, 2018/19 시즌에 17골, 지난 시즌에는 20골을 득점했다. 이 세 시즌이 스털링의 PL 최다 득점 시즌들이다. 바로 이 세 시즌 모두 스털링의 득점 전환율은 20%가 넘는다. 특히 2018/19 시즌이 22%로 가장 높다. 이 세 시즌을 제외하고 20% 이상의 득점 전환율을 기록했던 건 리버풀이 우승에 도전했던 2013/14 시즌의 25%(9/45)가 유일하다. 결정적인 기회에서의 득점 전환율은 2018/19 시즌 당시 60%로 매우 높았고, 2017/18 시즌에도 53.8%에 달했다. 이는 최고 수준 공격수다운 기록이다.

문제는 이번 시즌 득점 전환율이 17%(9/53)로 다소 떨어졌고, 결정적인 기회에서의 득점 전환율도 33%(6/18)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세 시즌 연속 발전곡선을 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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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어넣기의 예술

스털링을 향한 또 하나의 비판은 ‘밀어넣기’로만 골을 넣는다는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전술 덕분에 쉽게 만들어지는 숱한 득점 기회들 속에서 골대 앞 밀어넣기로 골을 넣으면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전설적인 공격수인 게리 리네커는 이러한 비판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골을 넣는 게 그렇게 쉽다면 왜 모든 선수가 스털링만큼 골을 넣지 못하냐는 이야기다. 앞에서 다뤘던 쉬운 기회를 놓치는 장면이 골잡이로서 스털링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골 냄새를 맡고 쉬운 기회를 찾아서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은 스털링의 가장 뛰어난 장점 중 하나가 된다.

맨시티 입단 이래로 스털링의 경기당 슈팅 횟수는 시즌별로 2.3회에서 3.3회를 오갔다. 그러나 90분당 기대 득점(xG)을 보면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세 시즌에 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18 시즌에는 90분당 0.56xG를 기록, 또 다른 주전 윙어였던 르로이 사네(0.21xG)를 압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했던 이전 시즌에는 스털링이 0.28xG, 사네가 0.27xG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2019/20 시즌을 보면 리야드 마레즈가 경기당 슈팅 횟수에서 스털링을 3.4대 3.3으로 앞서지만, 90분당 기대 득점은 스털링이 0.64xG로 마레즈의 0.36xG를 크게 앞선다. 이번 시즌에는 마레즈가 스털링보다 자주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90분당 기대득점은 여전히 스털링이 0.42xG로 마레즈의 0.21xG를 압도하고 있다. 이 기록은 페널티 지역에서 위협적이고 성실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스털링이 자신과 같은 포지션의 동료보다 훨씬 좋은 득점 기회를 찾아 움직이면서 포착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2019/20 스털링 xGOPTA

또한 점유율 위주의 축구를 펼치는 과르디올라는 예상 밖의 요소를 더해줄 수 있는 공격수를 선호한다. 바로 그 역할을 스털링이 맡고 있다. 공을 잡고 달릴 때 가장 능숙한 모습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리라는 기대를 낳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스털링은 맨시티 입단 이후 PL에서 캐리(공을 갖고 5m 이상 이동) 후 슈팅 관여(자신이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것)가 251회로 이 기간 5위를 기록 중이다(하단 도표 참조).

스털링의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그냥 골대로 차!”라고 소리를 치곤 한다. 그 말대로 스털링은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 에버턴과의 FA컵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서는 4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그 중 둘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이번 시즌 스털링은 90분당 2.3회의 슈팅을 기록 중이다. 페널티 지역 안까지 들어와 너무 많은 터치를 가져가다가 슈팅하기 전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이는 것도 스털링의 좋지 않은 습관 중 하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는 경기마다 5회 이상의 슈팅을 시도한다. 물론 이 둘은 단지 슈팅만 많이 시도하는 선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한 슈팅이 스타 공격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스털링도 자신의 플레이를 약간만 조정한다면 장점들을 더 잘 살리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털링은 지난 시즌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자신이 ‘월드 클래스’라고 주장했고, 9년간 PL에서 남긴 기록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메시, 아구에로에 이어 과르디올라 밑에서 100골을 득점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는 기록만으로도 근거는 충분할지 모르겠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이 가능한 맨시티가 앞으로 2주간 까다로운 일정을 앞둔 가운데, 스털링이 분발해서 완벽한 활약을 펼친다면 남은 일정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번역: 이용훈(스태츠퍼폼)

2015/16 시즌 이래로 PL 캐리 후 슈팅 관여 TOP 5O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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