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amptonGetty Images

'포그바 집중 공략' 사우샘프턴, 맨유 발목 잡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사우샘프턴이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상대로 랄프 하젠휘틀 감독의 장기인 강도 높은 압박 축구를 백분 살리면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사우샘프턴이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5라운드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맨유의 발목을 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맨유는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으나 경기 종료 직전 실점으로 5위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경기에서 사우샘프턴은 하젠휘틀 감독의 전매특허인 4-2-2-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대니 잉스와 체 아담스가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고, 네이선 레드먼드와 스튜어트 암스트롱이 이선에서 투톱을 보조했으며, 오리올 로메우와 제임스 워드-프라우스가 중원을 구축했다. 라이언 버트란드와 카일 워커-피터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얀 베드라넥과 잭 스티븐스가 중앙 수비수 듀오를 형성했다. 골문은 알렉스 매카시 골키퍼가 지켰다.

Southampton Starting vs Manchester Unitedhttps://www.buildlineup.com/

기본적인 전형 자체는 4-2-2-2였으나 중앙 수비수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 상대 진영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감행하면서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혔다(하단 사우샘프턴 선수들 평균 위치 그래프 참조). 사실상 좌우 측면 수비수들은 측면 미드필더처럼 전진했고, 암스트롱은 중원 싸움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레드먼드는 잉스-아담스와 함께 강도 높은 전방 압박으로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역습을 감행했다(반면 맨유 선수들 중 평균 위치에서 하프 라인을 넘긴 선수는 4명이었고, 왼쪽 측면 수비수 루크 쇼는 하프 라인에 걸쳐있었다). 

Manchester United vs Southampton Average PositionsOPTA

이를 위해 사우샘프턴 선수들은 많은 활동량과 전력질주를 반복해야 했다. 실제 이 경기에서 사우샘프턴 선수들은 무려 116.18km의 활동량을 자랑했다. 맨유(109.13km)보다 무려 7km를 더 뛴 사우샘프턴이었다. 전력질주 횟수 역시 111회로 맨유(104회)보다 많았다.

심지어 활동 구역(Action Areas: 맨유 수비 지역과 중원 지역, 그리고 사우샘프턴 수비 지역으로 그라운드를 3등분해 해당 진영에서의 점유율을 보는 스탯)을 보더라도 맨유 수비 지역에서의 점유율이 33.8%에 달했던 데 반면 사우샘프턴 수비 지역에서의 점유율은 24.6% 밖에 되지 않았다. 맨유 수비 지역에서 상당 부분의 플레이가 진행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맨유 선수들은 사우샘프턴의 강한 압박에 말려 고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슈팅 숫자에선 8대9로 하나 더 적었고, 심지어 전체 점유율에서도 47.6%대52.4%로 사우샘프턴에게 열세를 보인 맨유이다.

특히 사우샘프턴 선수들은 맨유의 후방 플레이메이킹을 책임지고 있는 폴 포그바를 집중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샘프턴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11분경, 포그바가 위험 지역에서 볼을 끌다가 잉스에게 가로채기를 당했고, 레드먼드가 올린 크로스를 암스트롱이 잡아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후에도 포그바는 사우샘프턴 선수들의 집중 공략에 당하면서 소유권을 자주 내주는 우를 범하다가 결국 63분경, 가장 먼저 교체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포그바는 기본적으로 볼을 끄는 유형이다 보니 사우샘프턴과 상성상 극악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경기에서 포그바의 패스 성공률은 77.1%로 상당히 저조한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도 소유권을 잃은 횟수는 16회로 마커스 래쉬포드(17회), 브루노 페르난데스(17회) 다음으로 많았다. 다만 래쉬포드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브루노는 84분까지 뛰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래쉬포드(왼쪽 측면 공격수)와 브루노(공격형 미드필더)는 포그바보다 윗선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기에 역할상 더 자주 소유권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이다. 반면 포그바는 안정적인 볼배급을 요하는 포지션이다. 이는 포그바가 이 경기에서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하지만 사우샘프턴전 이전까지 최근 공식 대회 5연승 포함 17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던 맨유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맨유는 20분경, 포그바의 크로스를 받은 최전방 공격수 앙토니 마르시알이 키핑하다가 패스를 내준 걸 래쉬포드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서 곧바로 3분 뒤에 브루노의 패스를 받은 마르시알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눈깜빡할 사이에 역전에 성공한 맨유였다.

비록 역전을 허용했으나 사우샘프턴 선수들은 후반 들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했다. 후반만 놓고 보면 슈팅 숫자에서 7대3으로 맨유보다 2배 이상 더 많았던 사우샘프턴이었다. 게다가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수비형 미드필더 로메우를 빼고 공격수 마이클 오바페미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패하지 않겠다는 공격 강화를 통해 이 경기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사우샘프턴이었다.

이에 더해 사우샘프턴은 거친 플레이를 통해 브루노를 위시한 맨유 선수들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후반 30분경, 쇼가 부상(이는 선수 본인이 크로스를 올리다가 접질리면서 당한 부상이기에 사우샘프턴의 거친 플레이와는 무방하다)으로 브랜던 윌리엄스로 교체된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규 시간 종료 직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윌리엄스가 워커-피터스와 충돌해 안면에 피를 흘리면서 교체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추가 시간 동안 선수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우샘프턴을 상대해야 했던 맨유였다.

어느덧 경기는 추가 시간 5분도 지난 시점이었다. 사우샘프턴은 마지막 공격 찬스에서 워드-프라우스가 올린 코너킥을 베드라넥이 맨유 수비형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와의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타점 높은 백헤딩으로 연결한 걸 오바페미가 몸을 날린 오른발 슈팅으로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이와 함께 양 팀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는 맨유가 2006/07 시즌 이래로 EPL에서 가장 늦은 시간에 실점한 골이었다.

하젠휘틀은 이미 분데스리가 감독 시절부터도 강도 높은 압박을 극대화한 4-2-2-2 포메이션으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그는 이를 통해 잉골슈타트를 2부 리가 우승(2014/15)으로 이끌면서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승격을 견인했고, 2015/16 시즌엔 11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이어진 2016/17 시즌엔 승격팀 RB 라이프치히 지휘봉을 잡은 그는 팀을 2위로 이끌면서 승격팀 돌풍을 견인했다. 라이프치히가 당시 기록한 승점 67점은 분데스리가 역대 승격팀 최고 승점 2위에 해당했다(역대 승격팀 최고 승점은 1997/98 시즌 카이저슬라우턴이 기록한 68점으로 이들은 승격하자마자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역사를 썼다). 반면 하젠휘틀이 떠나자 잉골슈타트는 곧바로 강등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6위에 그치면서 라이프치히와 결별한 그는 2018년 12월 5일, 당시 강등권에 있었던 사우샘프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EPL 잔류를 위해 본인이 선호하는 전술인 4-2-2-2가 아닌 수비수 5명을 배치하는 수비적인 스리백을 통해 생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통해 사우샘프턴은 16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문제는 이번 시즌이었다. 시즌이 새로 시작됐음에도 하젠휘틀은 수비적인 스리백을 활용했고, 본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전술을 쓰다 보니 삐걱대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레스터 시티와의 10라운드에선 기록적인 0-9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12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강등권인 19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대로 경질은 기정사실로 보였다. 실제 하젠휘틀은 당시 경질 1순위 유력 감독으로 거론됐다.

사우샘프턴은 사실 12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강등권인 19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히 레스터 시티와의 10라운드에선 기록적인 0-9 대패를 당하면서 무너지는 듯싶었다. 하젠휘틀 감독은 자연스럽게 경질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었다.

위기의 순간 하젠휘틀 감독은 아스널과의 13라운드 경기에서 본인의 장기인 4-2-2-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는 주효했다. 사우샘프턴은 이를 기점으로 EPL 23경기에서 11승 4무 8패로 승점 37점을 올리면서 해당 기준 EPL 전체에서 6번째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아스널과 2-2 무승부(13라운드)를 시작으로 첼시(19라운드 2-0 승), 토트넘(21라운드 1-0 승), 레스터 시티(22라운드 2-1 승), 맨시티(33라운드 1-0 승)를 연달아 잡으면서 강팀 킬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보다도 하젠휘틀표 4-2-2-2 전술이 더 녹아들 것으로 보이는 새 시즌이 더 기대가 되는 사우샘프턴이다.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