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 GuardiolaGetty Images

펩의 전술 실책... 맨시티 탈락 야기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이 올랭피크 리옹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전술적인 패착을 저지르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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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주제 알발라데에서 열린 리옹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리옹은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 2차전에서 재미를 봤던 수비적인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와 카를 토코 에캄비가 투톱으로 나섰고, 막스웰 코르넷과 레오 뒤부아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으며, 브루누 기마랑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 배치된 가운데 우셈 아우아르와 막상스 카케레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형성했다. 마르셀루를 중심으로 마르사우와 제이슨 드나예르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구축했다. 골문은 앙토니 로페스 골키퍼가 지켰다.

Man City Starting vs Lyonhttps://www.buildlineup.com/

맨시티 역시 리옹과 마찬가지로 수비적인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가브리엘 제수스와 라힘 스털링이 투톱으로 나섰고,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으며, 로드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가운데 일카이 귄도간과 케빈 데 브라위너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형성했다. 에릭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아이메릭 라포르테와 페르난지뉴가 스리백을 구축했다. 골문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지켰다.

맨시티의 경우 예상 외의 포메이션이었다. 상대는 프랑스 리그 앙 7위팀인 리옹으로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한 팀들 중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그런 리옹을 상대로 갑자기 평소 쓰지 않던 수비적은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맨시티가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한 수 위의 팀이고, 수비보다도 공격에 능한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전술적인 선택이었다.

Man City Starting vs Lyonhttps://www.buildlineup.com/

당연히 리옹 입장에선 맨시티가 먼저 수비적으로 나선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리옹은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맨시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결국 맨시티는 30분경까지 단 한 번의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 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리옹이 먼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전반 23분경, 마르사우가 롱패스를 넘겨준 걸 에캄비가 잡아내자 가르시아가 태클로 저지했으나 뒤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코르넷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맨시티는 데 브라위너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으나 리옹의 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격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스털링과 제수스, 데 브라위너가 자주 리옹의 밀집 수비에 고립되기 일쑤였다.

결국 펩은 55분경, 페르난지뉴를 빼고 리야드 마레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기존 본인들이 즐겨쓰던 4-3-3으로 전환했다. 제수스가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했고, 스털링과 마레즈가 좌우 측면에 서면서 스리톱을 형성했다. 로드리를 중심으로 귄도간과 데 브라위너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Man City Subs vs Lyonhttps://www.buildlineup.com/

이는 주효했다. 55분경까지 맨시티의 슈팅 숫자는 5회가 전부였으나 이후 35분 동안 무려 13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리옹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69분경, 마레즈의 로빙 패스를 스털링이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연결했고, 이를 데 브라위너가 정교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맨시티이다. 마레즈 교체 투입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동점골을 허용하자 리옹은 70분경, 기마랑스를 빼고 티아구 멘데스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74분경엔 뒤부아와 데파이를 빼고 케니 테테와 무사 뎀벨레를 투입했다. 지친 선수들을 빼면서 활기를 넣겠다는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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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의 연이은 교체에도 공격을 주도한 건 맨시티였다. 하지만 맨시티는 두 차례나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에서 제수스와 스털링이 마무리 짓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77분경 스털링이 올려준 크로스를 제수스가 노마크 상태에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빗맞으면서 골대를 벗어났다. 85분경엔 제수스의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스털링이 골문 앞에서 노마크 상태에서 논스톱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훌쩍 넘어갔다. 

스포츠판에는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실점으로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에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다. 리옹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77분경, 제수스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리옹은 역습 과정에서 아우아르의 스루 패스를 받은 뎀벨레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다시 리드를 잡아나갔다. 이어서 스털링이 85분경 완벽한 득점 찬스를 놓치자 리옹은 곧바로 역습 과정에서 아우아르의 슈팅을 에데르송 골키퍼가 막아내자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뎀벨레가 빈 골대에 가볍게 볼을 밀어넣었다. 이대로 경기는 리옹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 경기에서 제수스와 스털링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펩은 무려 55분 동안 맨시티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서 끌려다니는 경기를 해야 했던 맨시티였다.

펩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이러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펩의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그는 2008년 처음으로 1군 감독에 부임한 이후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 포함 7시즌 연속 준결승에 진출한 감독이다. 짧은 감독 경력 동안 무려 2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린 명장이다.

문제는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원정에서 항상 평소하던 전술이 아닌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오다가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았다는 데에 있다. 

실제 펩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원정에서 7승 10무 10패로 승률 25.9%의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홈에서 이겨내면서 바르사에선 4시즌 동안 감독 직을 유지하면서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2번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어낸 것이고, 바이에른에선 3시즌 연속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이는 바르사가 역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극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바이에른 역시 레알 마드리드, 바르사와 함께 레바뮌으로 불리면서 3강으로 분류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분명 펩이 지도하던 당시의 바르사나 바이에른보다 전력 면에서 약점이 있다. 즉 원정에서의 패배는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국 맨시티는 2016/17 시즌 모나코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1차전 홈 5-3 대승에도 불구하고 2차전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2017/18 시즌 8강에선 1차전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에게 0-3 대패를 당하면서 2차전 역시 무기력하게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2018/19 시즌 역시 8강 1차전 원정에서 토트넘에게 0-1로 패했기에 2차전 홈에서 4-3 승리에도 원정골 우선 원칙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8강전은 이전과 달리 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중립지인 포르투갈에서 단판으로 치러졌다. 1, 2차전 형식이었다면 홈에서 만회가 가능했겠지만 단판이었기에 그의 전술적인 패착은 맨시티 탈락에 있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이전까지는 펩이 탈락할 때마다 상대팀이 강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바르사 시절엔 당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인테르(2009/10)와 첼시(2011/12)에게 탈락했다. 바이에른에선 레알 마드리드(2013/14)와 바르사(2014/1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015/16)에게 탈락했다. 무엇보다도 바르사와 바이에른에선 최소 준결승에 진출했다. 

2016/17 시즌엔 돌풍의 팀 모나코에게 16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했으나 당시엔 맨시티 데뷔 시즌이라는 점이 정상 참작이 될 수 있었다. 2017/18 시즌과 2018/19 시즌은 같은 리그여서 서로를 잘 아는 리버풀과 토트넘에게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은 8강 진출팀들 중 가장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에게 그것도 수비적인 전술을 가용했다가 탈락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탈락의 책임은 전적으로 펩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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