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ri BarcelonaGetty Images

페드리,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마에스트로

이 문단은 빠르게 읽어야 한다: 16세의 페드리는 라스 팔마스에서 데뷔한 바로 다음 시즌에 바르사라는 구단과 계약했고, 임대가 유력했으나 이제는 바르사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스페인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 모든 일이 16세에서 18세 사이에 일어났다.

자, 이제 한숨을 돌리고 설명을 해보겠다. 지난 시즌 개막전, 라스 팔마스의 선발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을 때 페르디의 나이는 고작 만 16세에 불과했다. 아무리 스페인이라도 2부 리그에서는 정교한 패스 축구 대신 선이 굵은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페드리는 신체적으로 그런 환경에서 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었지만, 페드리는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을 뛰어넘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선수였다. 10대의 나이에 이미 경기 흐름을 읽는 데 능숙해 알맞은 타이밍에 알맞은 공간으로 움직이고, 왜소한 체구를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부족한 체격을 보완했다.

그럼에도 페드리가 바르사 1군에서 뛰리라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 프리 시즌 바르사에 합류했지만, 원래 계획은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라스 팔마스에서 최소 1년, 최대 몇 년까지도 뛸 수 있었으나 이 계획은 곧 사라졌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팀의 방향을 젊은 선수 위주로 바꾸면서 페드리는 바르사 1군 생활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8월 프로 데뷔 이래로 페드리의 프로 경력은 계속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동안 바르사는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후계자를 유스 팀에서 찾아왔다. 하지만 정작 유스 팀에서는 그들의 뒤를 이을 만한 재능이 등장하지 않았고, 외부 영입인 페드리가 예상 밖의 대안이 됐다. 5백만 유로(한화 약 66억)에 불과한 이적료에 영입한 그가 이전 세대가 보여줬던 미드필드의 영광을 재현할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이다.

페드리는 쿠만 감독이 지휘한 바르사의 공식 대회 43경기 중 42경기에 출전했다. 유일하게 결장한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 치렀던 조별 리그 5차전 페렌츠바로스 원정이었다. 교체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바르사가 전반 28분 만에 3-0으로 앞서자 휴식을 준 것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페드리는 이미 바르사의 주전이자 핵심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공식 대회 42경기에서 총 2,850분을 소화한 페드리는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 소속 10대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 시즌이 되기 전까지는 아직 만 19세도 되지 않는 선수가 남긴 기록이라 더욱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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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드리는 무엇때문에 특별한가

한마디로 페드리는 1) 어리고 2) 잘한다. 이제 세부적인 이야기를 다뤄보겠다.

페드리가 바르사에서 확실하게 재능을 드러내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비교되는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니에스타다. 페드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니에스타를 우상으로 삼고 따라해왔다. 오죽하면 이니에스타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겠다고 아버지를 조른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비록 헤어스타일은 따라하지 못했지만, 페드리는 우상의 여러가지 장점들을 닮아가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소심한 편인데, 경기에 투입되면 재미를 느낀다"고 인정하는 페드리인데, 이니에스타도 비슷한 기질의 선수였다. 무엇보다 지능적인 플레이를 닮은 것이 미드필더로서 가장 큰 미덕이다.

이니에스타는 스페인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골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의 결승골을 득점한 선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하게 골을 넣거나 득점 기회를 만드는 선수는 아니었다. 페드리의 바르사 데뷔 시즌도 그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공식 대회 3골 6도움이라는 기록이 훌륭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페드리의 장점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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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리 같은 선수가 점유율 위주의 축구를 하는 바르사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시퀀스 데이터를 살펴봐야 페드리의 플레이를 분석할 수 있다. 시퀀스는 특정팀이 소유권을 가져온 이후부터 상대 수비 또는 슈팅 등으로 공격이 마무리되기 전까지의 플레이에 관여한 것을 수치화한 스탯이다.

이번 시즌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에서 900분 이상을 소화한 미드필더 중 페드리는 90분당 슈팅 시퀀스에 가장 많이 가담하고 있다(6.2회). 이는 곧 페드리가 직접 슈팅까지 관여하지 않더라도, 바르사의 공격 흐름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하단 그래프 참조).

게다가 페드리가 가담한 슈팅 시퀀스의 기대 득점(xG) 값을 살펴보면 얼마나 골에 가까운 공격을 시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페드리가 관여한 시퀀스는 90분당 0.8xG로, 900분 이상 출전한 미드필더 중 3위를 기록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바르사 팀 동료인 프렝키 데 용에게 근소하게 뒤처진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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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페드리의 장점은 어떤 상황에서 공을 잡았을 때도 능력을 발휘하는 다재다능함에 있다. 빌드업 과정에서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서 패스를 받아 바르사가 소유권을 이어가게 해준다.

빌드업 플레이를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는 패스가 10회 이상 이어진 오픈 플레이 시퀀스로, 이 시퀀스가 얼마나 자주 슈팅으로 마무리되거나 상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끝났는지를 확인해보았다. 페드리는 해당 시퀀스에서 90분당 3.8회로 900분 이상 출전한 미드필더 중 2위에 해당했다. 1위는 팀 동료인 세르히오 부스케츠(4.3회)로, 그는 페드리보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는 미드필더다.

이에 대해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호르헤 발다노는 '엘 파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페드리가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역할에 잘 녹아들며 주위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고 있어서, 때때로 상대 페널티 박스 지역 안으로 들어가서도 골대가 있다는 걸 잊고 계속 패스를 한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이는 페드리의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표현한 것이다. 발다노는 페드리가 "한 번만 둘러봐도 경기 흐름을 폭넓게 이해하는 선수"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페드리가 마치 자율 주행처럼 패스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건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패스를 공급하는 능력 또한 아주 뛰어나다.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의 3도움이라는 기록만으로는 페드리의 창의성을 설명할 수 없다. 바르사 같이 공격 재능이 즐비한 팀이더라도 득점 기회가 곧 골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페드리는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멀티 찬스 관여' 12회로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15회)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시퀀스 데이터와 연관이 있는데, 한 선수가 시퀀스에 여러 차례 관여한 끝에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준 기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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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리의 킬러 패스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데이터는 간접 기회 창출이다. 이는 페드리의 패스를 받은 동료가 도움이나 기회 창출을 해낸 기록을 의미한다.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페드리(26회)보다 간접 기회 창출이 많은 바르사 선수는 리오넬 메시(58회)뿐이다.

바르사가 경기장 어느 지역에서 공을 잡든 페드리는 플레이에 관여한다. 빌드업에서부터 파이널 서드 지역 기회 창출까지, 그에 더해 공격에서나 수비에서나 단순히 공을 지켜내는 플레이라도 페드리는 이미 바르사의 핵심으로 관여하고 있다.

작년 10월 페렌츠바로스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불과 만 17세 330일의 나이로 챔피언스 리그 첫 골을 득점한 페드리는 경기가 끝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스페인에서 합법적으로 차량조차 소유할 수 없을 만큼 어린 선수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카나리 제도에서 자라난 페드리는 바르사를 지켜보는 수백만 명의 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동안 이니에스타와 메시 같은 선수들을 우상으로 삼았을 어린 선수들은 너무나 많다. 페드리가 특별한 점은 자신이 우러러봤던 무대 위로 올라왔을 뿐만 아니라 벌써 메시와 최고 수준의 호흡까지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메시와 페드리는 축구계에서 쌓아온 경험부터 이뤄온 업적까지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르지만 축구 언어만큼은 공유하고 있다. 바르사의 마스터인 메시에게 새로운 견습생이 생긴 셈이다. 어쩌면 페드리는 스페인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는 선수다.

번역: 이용훈(스태츠퍼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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