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주중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 결장한 토니 크로스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왜 자신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지를 입증해냈다.
없어야 비로소 더 소중한 걸 느끼게 하는 유형의 선수가 있다. 크로스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정교한 킥과 넓은 시야 및 영리한 축구 지능으로 볼배급을 책임지는 선수이기에 없을 때면 팀의 패스 플레이가 예전만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팽팽한 접전이 이루어지는 강팀과의 빅매치에선 크로스와 같은 선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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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는 주중, 베르나베우 홈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 결장했다. 크로스가 레알에 입단한 2014/15 시즌 이래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결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심지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적조차 없다. 6시즌 동안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29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레알의 챔피언스 리그 3연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크로스였다.
크로스가 빠지자 이번 시즌 내내 준수한 활약을 펼치던 카세미루와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평상시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크로스의 부재로 후방 빌드업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았던 카세미루는 패스 성공률이 76.3%로 저조했고, 결국 경기 막판 카세미루의 백패스 미스에서 팀의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퇴장이 발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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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전에 크로스가 이례적으로 결장하자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이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심지어 크로스가 워밍업조차 하지 않자 부상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당연히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크로스가 부상 때문에 결장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예상 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부상 때문은 아니다. 전술적인 이유에서였다. 크로스는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지만 난 맨시티전을 위해 다른 선수를 선택해야 했다. 크로스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에 과거 레알 마드리드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알바로 베니토는 크로스의 결장에 대해 스페인 라디오 채널 '카데나 세르'에 출연해선 "크로스는 워밍업도 하지 않았다. 난 TV를 통해 지단의 답변을 보았다. 그 답변에서 난 레알 마드리드에 무언가 변화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크로스 위기설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말, 레알은 곧바로 바르사와 엘 클라시코 더비를 치러야 했다. 안 그래도 레알은 지난 주말, 레반테 원정에서 0-1로 패하면서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15경기 무패 행진(10승 5무)에 제동이 걸리며 1위 자리를 바르사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어서 주중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패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조기 탈락 위기에 직면한 레알이다. 라 리가 우승을 위해서도,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였다.
지단 감독은 바르사전에 주중 맨시티전과 비교해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선수들로 경기에 나섰다. 한 명은 페를랑 망디 대신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마르셀루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 대신 선발 출전한 크로스였다. 선수들의 위치도 다소 변경이 있었다. 맨시티전엔 이스코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고, 카세미루를 중심으로 발베르데와 모드리치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형성했다면 이번 바르사전에선 발베르데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고, 카세미루 중심으로 크로스와 이스코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크로스가 출전하자 레알 중원은 다시 살아났다. 비록 슈팅이 계속 뜨는 문제를 노출했으나(이로 인해 슈팅 3회가 전부 유효 슈팅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레알 선수들 중 가장 많은 66회의 패스를 시도하면서 무려 65회의 패스를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배달하면서 98.5%라는 경이적인 패스 성공률(당연히 해당 부분 전체 1위)을 자랑했다.
크로스의 가세로 후방 빌드업 부담을 덜게 된 카세미루는 수비에 집중하면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가로채기에 더해 3회의 태클 성공과 1회의 걷어내기를 기록했다. 이스코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슈팅 2회를 모두 유효 슈팅으로 가져갔고,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도 3회를 기록했다.
천금같은 결승골도 크로스의 발에서 터져나왔다. 71분경, 비니시우스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크로스가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를 받은 비니시우스가 슈팅을 가져간 게 바르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 다리 맞고 굴절되어 골로 연결된 것. 이에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열심히 뛰었고, 패스가 나에게 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패턴의 패스는 크로스와 내가 줄곧 훈련에서 연습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니시우스는 만 19세 233일에 결승골을 넣으면서 리오넬 메시)2007년 3월 당시 만 19세 259일)를 제치고 21세기 들어 라 리가 엘 클라시코 더비 최연소 득점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크로스의 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골이었다.
이렇듯 크로스는 주중 맨시티와의 경기에선 레알 이적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결장이라는 아픔을 맛봐야 했으나 주말 엘 클라시코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면서 왜 자신이 팀에 필요한 지를 만천하에 알렸다. 크로스는 레알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