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아부다비] 서호정 기자 = 손흥민 1명의 투입으로 팀이 펼치는 축구의 질이 달라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여론의 우려와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흥민을 중국전에 선발 투입한 이유는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확인됐다.
16일 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 투입했다. 사흘 전 소속팀 토트넘에서 리그 경기에 풀타임을 소화하고 UAE로 날아온 손흥민이 선발로 나선다는 소식은 파장이 컸다. 체력 안배를 위해 가급적 쓰지 않고, 써도 후반에 투입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예상이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2선 중앙에 배치했다. 황의조 아래에서 전체 공격을 조율하고, 직접 가담해 득점 과정에 참여하는 역할이었다. 1, 2차전에서 구자철 그리고 후반 교체 상황에 따라 황인범이 맡았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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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이 2선 중앙의 역할은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구자철은 예리한 슛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미스가 많았다. 황인범은 연게는 좋았지만 상대 수비의 직접적인 압박과 충돌에 어려움을 겪었다. 황의조 활용이 온전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손흥민이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모든 문제가 풀렸다. 체력과 컨디션을 우려해 템포를 천천히 가져가고, 전력 질주를 최대한 줄인 모습이었지만 손흥민이 공을 잡거나 흐름에 따라 움직이며 속도와 날카로움, 세기가 달라졌다.
전반 6분 손흥민은 지능적인 플레이로 팀에 찬스를 열어줬다. 상대 공격을 하프라인 위에서 차단한 공이 넘어오자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손흥민은 움직임을 멈추며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역이용했다. 황의조가 중국 수비보다 앞서 침투하며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전반 8분에는 직접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려 김민재의 위협적인 헤딩 슛을 이끌었다.
전반 12분에 페널티킥을 얻는 장면은 손흥민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문환이 측면에서 낮게 올려 준 크로스를 잡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의 밀집 수비 사이를 돌파했다. 터치 한번으로 정쯔의 수비 범위에서 빠져 나온 손흥민은 시커의 무리한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 알 자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불었다. 키커로 나선 황의조는 침착한 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23분에는 정확하고 간결한 연계를 보여줬다.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잡자마자 돌아서며 공간으로 패스했고 황의조에게 연결됐다. 황의조가 페널티박스에서 장기인 오른발 감아차기를 했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Goal Korea_KFA후반 6분에는 손흥민의 코너킥을 김민재가 강력한 헤딩 슛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뽑았다. 골 세리머니를 하는 김민재에게 천천히 다가간 손흥민은 으쓱했다. 김민재는 포옹을 한 뒤 손흥민과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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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8분에도 손흥민은 좁은 공간에서의 빠른 돌파로 또 한번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막바지 코너킥을 차기 위해 손흥민이 이동하자 관중석 전체가 일어나 환호했다. 한국 응원단 뿐만 아니라 중국 팬들까지 반응할 정도로 손흥민은 확실한 월드스타였다.
손흥민은 후반 42분 구자철과 교체되며 나갔다. 예상보다 긴 출전이었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날 손흥민이 체력과 몸 상태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긴 거리의 스프린트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이다. 상대 수비와 충돌해 부상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장면도 굳이 시도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운동량과 페이스를 조절하는 모습이 더 무서웠다.
최대한 심플하게, 그러면서 황의조와 황희찬, 이청용 등을 살리는 플레이를 한 것만으로도 벤투호의 플레이는 더 정확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손흥민 효과를 확인하며 조별리그 전승과 조 1위를 챙긴 벤투호는 토너먼트에서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