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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타워' 홀란드-쇠를로트, 노르웨이 대승 견인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노르웨이가 엘링 홀란드와 알렉산더 쇠를로트, 두 장신 공격수를 동시에 세우는 더블 포스트 전술을 통해 상대 골문을 맹폭하면서 5-1로 북아일랜드를 대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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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윈저 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의 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 B시드 1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노르웨이는 요즘 축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신 공격수 두 명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더블 포스트'를 가동했다. 바로 194cm의 홀란드와 193cm의 쇠를로트가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것. 기본적으로 투톱은 장신 공격수 한 명과 발 빠른 공격수 한 명을 배치하는 형태의 '빅 앤 스몰(장신과 단신 공격수)'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과거 휴스턴 로케츠가 224cm의 랄프 샘슨과 213cm의 하킴 올라주원, 두 명의 센터를 동시에 가동해 1985/86 시즌 NBA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트윈 타워'라고 불렸던 것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노르웨이가 더블 포스트 전술을 구사하게 된 배경은 지난 오스트리아와의 네이션스 컵 1차전에 기인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노르웨이는 홀란드와 조슈아 킹(181cm)을 투톱으로 선발 출전시켰으나 2실점을 허용하면서 패색이 짙어지자 후반 19분경, 킹 대신 쇠를로트를 투입했고, 그는 교체 출전한 지 단 2분 만에 땅볼 크로스로 홀란드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비록 노르웨이는 오스트리아에게 1-2로 패했으나 이 경기를 통해 둘의 공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과감하게 북아일랜드 상대로 둘을 처음으로 동시에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이 경기 이전까지 둘은 단 한 경기도 그라운드 위에서 같이 뛴 적이 없었다(애당초 홀란드는 이전까지 A매치 3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공격 방식은 장신 공격수 두 명을 살린 롱볼 위주로 풀어나갔다. 다만 둘 사이에 역할 분담은 분명 있었다. 기본적으로 쇠를로트가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경합하면서 직접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면 장신임에도 스피드가 빠른 홀란드가 좌우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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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홀란드가 아래로 내려와서 측면으로 패스를 연결한 걸 오버래핑해 올라온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마르 엘랍델라위가 뒤로 패스를 내주었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슈테판 요한센의 크로스를 먼 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오던 왼쪽 측면 미드필더 모하메드 엘유누시가 가슴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북아일랜드 수비수들은 골문 앞에 위치하고 있었던 장신 공격수 쇠를로트와 골문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던 홀란드를 의식하다가 먼 포스트에 있었던 엘유누시에게 노마크 슈팅 찬스를 헌납했다. 비록 홀란드와 쇠를로트가 직접적으로 골에 관여한 건 아니지만 홀란드는 기점이 되는 패스를 측면에 제공했고, 둘의 높이가 상대 수비의 시선을 뺏는 효과를 발휘한 것.

북아일랜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분경, 중앙 수비수 대니 발라드의 롱패스를 원톱 공격수 코너 워싱턴이 슈팅으로 가져간 걸 노르웨이 수문장 루네 야르스테인이 선방했으나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공격형 미드필더 패트릭 맥네어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후 홀란드와 쇠를로트 트윈 타워의 득점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실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2분 뒤에 홀란드의 골로 다시 앞서나갔다. 중앙 수비수 에벤 호블란드가 롱패스를 올린 걸 쇠를로트가 헤딩으로 떨군 게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되자 홀란드가 환상적인 왼발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쇠를로트의 높이와 홀란드의 강력한 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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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9분경, 요한센의 패스를 받은 홀란드가 반대편 측면으로 길게 패스를 열어주었고, 오버래핑해 올라온 왼쪽 측면 수비수 하이탐 알레사미의 크로스를 쇠를로트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3-1로 마무리한 노르웨이이다.

후반에도 트윈 타워의 득점 행진은 그칠 줄을 몰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요한센이 롱패스를 올리자 수비수 뒤에 있었던 홀란드가 빠른 스피드로 제치고 들어가선 패스를 받아서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쇠를로트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이어서 후반 12분경, 요한센의 롱패스를 쇠를로트가 원터치 패스로 연결한 걸 엘압델라위가 헤딩 패스로 밀어주었고, 이를 받은 홀란드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5-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홀란드는 지난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한 데 이어 이 경기에서도 2골 1도움을 올리면서 왜 본인이 '차세대 괴물 공격수'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2020년 들어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노르웨이 대표팀 소속으로 공식 대회 20경기에 출전해 18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한 홀란드이다. 

쇠를로트 역시 이전 A매치 19경기에서 2골에 그쳤으나 최근 5경기에서 6골 1도움을 올리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수비가 단단한 팀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유로 2016에 역사상 최초로 본선에 진출해 16강에 오르며 북아일랜드 축구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북아일랜드는 유로 본선 조별 리그와 16강전까지 총 4경기에서 단 3실점 만을 허용하면서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수비에 강점이 있는 북아일랜드가 노르웨이의 트윈 타워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1-5 대패를 당했다. 북아일랜드가 전반전에만 3실점을 허용한 건 2012년 6월,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르웨이의 트윈 타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데에는 홀란드의 능력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그는 194cm의 장신에도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를 바탕으로 동선을 상당히 넓게 가져가면서 '빅 앤 스몰' 투톱에서 스몰이 맡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북아일랜드전에서 홀란드는 슈팅을 2회 밖에 가져가지 않았으나(대신 2번의 슈팅이 모두 골이었다)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하면서 쇠를로트에게 많은 슈팅 찬스를 제공해 주었다. 

쇠를로트는 홀란드처럼 빠른 건 아니지만 선수 경력을 통틀어 간헐적으로 좌우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을 정도로 측면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이다. 교체 출전했던 지난 오스트리아전에선 쇠를로트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정교한 크로스로 홀란드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무엇보다도 쇠를로트는 정교한 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도 그는 6회의 슈팅 중 4회를 유효 슈팅으로 가져갔다.

무엇보다도 홀란드-쇠를로트 트윈 타워의 가장 큰 무서움은 바로 제공권에 있다. 쇠를로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공중볼을 획득했고, 홀란드는 4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둘 덕에 노르웨이는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공중볼 획득 횟수에서 22대13으로 크게 앞설 수 있었다. 둘의 높이는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rling Haaland & Alexander SorlothSquawka Football

노르웨이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에 무려 56년 만(1938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처음)에 진출한 데 이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6강에 이어 유로 2000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럽 선수권 본선에 진출하면서 황금기를 구축했다. 해당 시기의 노르웨이는 요스테인 플로(192cm)와 토레 안드레 플로(193cm) 형제와 사촌인 호바르 플로(187cm), 그리고 얀 아게 피요르토프트(192cm) 같은 장신 공격수들이 공격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당시를 일컬어 '플로 시대'라고 지칭하고 있다(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쇠를로트의 부친인 괴란 쇠를로트도 1994년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다).

이후 노르웨이는 유로 2000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대회 본선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쇠를로트(만 24세)가 절정에 오른 득점력을 자랑하면서 터키 쉬페르 리그 득점왕(트라브존스포르 소속으로 24골)에 올랐고, 괴물 공격수 홀란드(만 20세)가 등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력이 있는 공격진을 자랑하고 있다. 만 22세 수비수 크리스토퍼 아예르도 노르웨이 대표팀 수비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더해 비록 이번 대표팀 명단에선 제외됐으나 천재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틴 외데고르(만 21세)도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수준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번 북아일랜드전엔 결장했으나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산데르 베르게(만 22세)도 대표팀에서의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수비에 다소 약점이 있긴 하지만 젊은 자원들의 호흡이 한층 더 무르익기 시작한다면 노르웨이도 다시금 북유럽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홀란드와 쇠를로트 더블 포스트 시스템이 자리잡는다면 정통파 장신 공격수 기근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축구판에 신선한 충격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Norway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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