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울월드컵경기장] 서호정 기자 = 올 시즌 첫 경인더비. 인천 유나이티드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리그 5연패로 욘 안데르센 감독이 물러난 데다 4부 리그 격인 K3의 청주FC에게 당한 FA컵 32강전 패배까지 6연패.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벼랑 끝에 선 임중용 감독대행의 선택은 수비 강화였다. 무실점이 목표였고, 측면을 이용한 차분한 역습으로 골까지 노리는 전술적 준비를 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무실점으로 선두 탈환을 노리던 FC서울의 발목을 잡으며 0-0 무승부, 승점 1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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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팬들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결과였다. 올 시즌 인천은 전 경기에서 실점을 했다. 리그 7경기에서 15실점으로 최다 실점 팀이었다. 청주FC에게마저 실점하며 패한 부분은 충격이었다. 수비수 출신인 임중용 감독대행과 박용호 코치가 중심이 돼 서울전 수비 전략을 다시 짰다.
그 중심으로 프로 2년차 김정호가 있었다. 부노자와 센터백 콤비로 서울전에 나선 김정호는 최근 연속 골을 성공시키며 리그 적응을 마친 대형 공격수 페시치를 막는 임무를 맡았다. 힘과 높이, 근성이 좋은 김정호는 페시치를 묶으며 무실점 수비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양한 방법으로 페시치를 괴롭힌 김정호였다. 정면 대결에서는 힘과 스피드로, 타이밍이 늦으면 교묘한 반칙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김정호는 “최근 계속 골을 넣고 있었고, 위협적인 선수라는 건 모두가 아는 부분이다. 일단 실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영상을 많이 보고 분석하며 잘 대처했다”라며 비결을 설명했다.
인천 축구의 오랜 색깔인 끈끈함과 절실함도 경기 내내 잘 보여줬다. 특히 후반에 볼 경합 과정에서 페시치의 발이 올라오는데도 두려워하지 않고 머리를 먼저 갖다 대 처리한 장면은 그 동안 인천이 잊고 있던 투혼을 끌어올린 장면이었다.
김정호는 “끈끈하지 않으면 인천이 아니다. 어느 순간 그게 무너졌던 것 같다. 매 경기 실점하고, 최다 실점 팀이 됐다. 수비수로서 부끄러운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공이 뜨자마자 발보다 머리가 빠른 타이밍이어서 본능적으로 갖다 댔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라며 그 장면을 돌아봤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인천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안데르센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충격의 FA컵 패배로 부담이 더 커졌다. 서울전 무승부는 그래서 의미가 깊었다. 김정호는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된 뒤 팀 분위기가 새로워졌고, FA컵 패배를 자극제 삼아 서울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중용 코치님이 감독대행이 되시며 팀이 다시 뭉쳤다. 오늘 임중용 감독님 생일이었는데, 정말 연패를 끊고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찬스가 많았고, 운이 따랐다면 승점 3점도 딸 수 있었던 경기였다. 앞으로 더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엔 승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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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실점 경기는 임중용 감독대행이 강조한 전환점을 만들 중요한 단서다. 시즌 말미 인천이 늘 생존왕으로 거듭난 바탕은 구성원이 누구든 강한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만든 탄탄한 수비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프로 1년차에 그 경험을 한 김정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8경기 만에 첫 무실점을 하게 됐다. 이런 끈끈함을 다가오는 성남전에서 계속 추구하고, 단합해서 무실점을 이어가야 한다. 공격진에 부상자가 많은데 그 선수들이 다가오면 분명 좋아질 것이다. 그들이 모두 돌아오기 전까지 수비진이 버텨주고 싶다. 지금의 고난 또한 과정이다. 시즌은 길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지 않다 생각하고 절실하게 뛰겠다. 그래야 인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