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l Matip

'통산 6번째 챔스 우승' 리버풀, 수비는 우승을 가져온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리버풀이 토트넘과의 결승전에서 수비의 힘으로 통산 6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리버풀이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통산 6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이상 5회)를 제치고 최다 우승 3위 팀으로 등극했다.

결과 자체는 리버풀이 2-0으로 승리하긴 했으나 내용 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경기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토트넘 수비형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리버풀은 의도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면서 공격 자체를 자제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리버풀은 공격진과 미드필드 라인에서 실수가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잦았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버풀은 이 경기 점유율에서 토트넘에게 35대65로 크게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게다가 패스 성공률은 64%로 끔찍한 수준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철저히 고립됐고, 중앙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은 61분을 소화하는 동안 볼 터치 15회가 전부였다. 파비뉴 역시 볼 터치 28회에 패스 성공률은 63.6%로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선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리버풀 허리 라인에서 주장인 조던 헨더슨이 고군분투했으나 그 역시 패스 성공률은 70.8%로 떨어지는 편이었다.

참고로 점유율에서 밀리고도 결승전에서 승리한 건 2009/10 시즌 인테르 이후 처음이다(첼시가 2011/12 시즌에 마찬가지로 점유율에서 밀리고도 우승을 차지했으나 승부차기 끝에 승리였기에 기록상으로는 무승부로 표기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리버풀은 슈팅 숫자에서 14대16으로 근소하게나마 밀리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유효 슈팅에선 3대8로 토트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리버풀엔 안정적인 포백이 있었다. 특히 전반전 리버풀의 수비는 완벽 그 자체였다. 반면 토트넘은 전반전 내내 리버풀의 수비에 꽁꽁 묶이면서 이렇다할 슈팅 찬스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제 토트넘이 전반전에 기록한 슈팅은 2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2번의 슈팅은 모두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다소 무모한 중거리 슈팅이었다.

토트넘은 전반전 내내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리버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빠른 발과 뛰어난 예측 수비로 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해냈다. 그나마 9분경 손흥민이 한 차레 양발 드리블로 제치고 들어갔으나 중앙 수비수 조엘 마팁이 커버하면서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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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 토트넘이 공세적으로 나서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후반 12분경 피르미누를 빼고 디보크 오리기를 교체 출전한 데 이어 후반 16분경 바이날둠 대신 제임스 밀너를 투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에 토트넘 역시 후반 20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 대신 측면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어서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는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 대신 최전방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진 토트넘이다.

이는 주효했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총 16회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중 10회의 슈팅이 후반 27분 이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토트넘이 기록한 유효 슈팅 8회가 전부 후반 27분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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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버풀 수비 라인은 토트넘의 파상공세에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엔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다. 먼저 알리송은 후반 35분경 손흥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펀칭으로 쳐낸 데 이어 왼쪽 측면 수비수 대니 로즈의 크로스에 이은 모우라의 슈팅도 차분하게 잡아냈다. 후반 38분경엔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토트넘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토트넘이 골을 넣지 못하는 틈을 타 리버풀은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마팁이 내준 패스를 오리기가 잡아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하나는 마팁이었다. 그는 오리기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걷어내기를 무려 14회나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양 팀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수치였다(전체 2위는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더베이렐트로 6회). 좌우 측면 수비수인 앤드류 로버트슨과 아놀드는 안정적인 수비에 더해 날카로운 킥을 바탕으로 양질의 크로스와 슈팅을 시도하면서 부진하던 리버풀 공격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Joel Matip

그럼에도 여전히 리버풀 수비의 중심을 잡은 선수는 다름 아닌 버질 판 다이크였다. 그는 이번 결승전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쳐보이면서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드리블 돌파를 1회도 허용하지 않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1080분)을 기록한 선수로 우뚝 섰다. 단순히 챔피언스 리그 만이 아닌 이번 시즌 공식 대회 64경기에서 단 한 번의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은 괴력을 과시한 판 다이크이다.

알리송 골키퍼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결승전에서 무려 8회의 선방을 기록했다. 이는 축구 통계업체 OPTA에서 기록들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3/04 시즌 이래로 결승전 한 경기 최다 선방에 해당한다.

이렇듯 리버풀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후반 토트넘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2004/05 시즌 이스탄불에서의 기적적인 우승 이후 14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22실점으로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함) 최소 실점팀다운 모습이었다.

전설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은 과거 "공격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수비는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다"는 명언을 했다. 물론 장기 레이스인 리그에선 공격이 강한 팀이 우승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단기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챔피언스 리그에선 여전히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한다는 속성은 유효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리버풀의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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