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e Tottenham 2020Getty

토트넘 vs 웨스트 햄, 사소한 실수들이 모여 기적이 연출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트넘 핫스퍼가 웨스트 햄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서나가다가 경기 막판 3실점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는 웨스트 햄의 기민한 전술 변화와 토트넘의 사소한 실수들이 겹치면서 발생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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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핫스퍼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웨스트 햄과의 2020/21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5라운드에서 먼저 3골을 넣으면서 승기를 잡았음에도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3실점을 허용하면서 3-3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플랜A로 활용하고 있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고, 탕기 은돔벨레를 중심으로 손흥민과 스티븐 베르흐베인이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무사 시소코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세르히오 레길론과 세르지 오리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다빈손 산체스와 토비 알더베이렐트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주장인 우고 요리스 골키퍼가 지켰다.

토트넘 선발 라인업 vs 웨스트 햄https://www.buildlineup.com/

토트넘은 경기 시작 45초 만에 손흥민의 선제골로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했다. 수비 진영까지 깊게 내려온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이 길게 롱패스를 넘겨준 걸 손흥민이 받아선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선 접는 동작에 이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최근 토트넘이 재미를 보고 있는 케인을 플레이메이커처럼 활용하면서 손흥민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 것.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곧바로 8분경, 이번엔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웨스트 햄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를 제치고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첫 2골을 합작해낸 손흥민과 케인이었다.

다시 토트넘은 16분경, 3번째 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패스를 열어준 걸 오버래핑해 올라온 레길론이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케인이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번에도 손흥민이 골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고, 케인이 마무리했다.

이 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수비적인 파이브백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3실점을 허용하면서 경기 시작 전에 들고 나온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웨스트 햄은 이제 더이상 수비수 5명이나 배치한 채 수비만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웨스트 햄 선발 라인업 vs 토트넘https://www.buildlineup.com/

이에 데이빗 모예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파이브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는 스리백의 왼쪽 중앙 수비수 역할을 담당했던 아론 크레스웰이 원래 포백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였기에 교체 없이도 가능했던 전술 변화였다. 대신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지던 아서 마수아쿠가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고, 파블로 포르날스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5-4-1에서 4-2-3-1로 전환한 웨스트 햄이었다.

이 변화는 효과를 발휘했다. 전반전 웨스트 햄의 슈팅 숫자는 4회가 전부였다. 하지만 후반 9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후반 시작과 동시에 10분 사이에 6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파상공세를 감행했던 웨스트 햄이었다.

웨스트 햄 후반전 라인업 vs 토트넘https://www.buildlineup.com/

이러한 가운데 토트넘은 후반 27분경, 베르흐베인과 은돔벨레 대신 가레스 베일과 해리 윙크스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윙크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대신 호이비에르가 전진 배치됐다. 이어서 경기 종료 10분(후반 35분)을 남기고는 손흥민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빠지고 루카스 모우라가 투입됐다.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의 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3-0으로 승기를 잡았기에 오랜 기간 출전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베일을 교체 카드로 활용하기엔 최적의 경기였다. 손흥민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부상이 있었던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은돔벨레 대신 윙크스를 투입한 건 수비 강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토트넘 교체 vs 웨스트 햄https://www.buildlineup.com/

결과적으로 토트넘의 교체 카드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먼저 베일은 18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 동안 소유권을 잃은 횟수가 무려 5회에 달했다. 분당으로 따지면 0.3회로 이 경기 토트넘 선수들 중 최다에 해당했다. 게다가 패스 성공률 역시 50%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베일이 자꾸 소유권을 잃다 보니 웨스트 햄은 한결 마음 놓고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윙크스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도 실패로 돌아갔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안정적인 볼배급과 수비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하지만 윙크스의 패스 성공률은 75%로 토트넘 미드필더들 중에선 가장 떨어졌고(시소코 91.3%, 호이비에르 89.6%, 은돔벨레 85.1%), 수비적으로도 기여한 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볼 경합 승률은 0%였다. 마지막 순간 볼터치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도 다름 아닌 윙크스였다.

모우라는 볼터치 1회에 그쳤을 정도로 사실상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도리어 모우라가 손흥민을 대신해 교체 투입되자 이 시점부터 웨스트 햄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지던 블라디미르 쿠팔이 대놓고 측면 공격수처럼 올라가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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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웨스트 햄의 교체 카드는 모두 대박을 쳤다. 웨스트 햄은 후반 32분경 안토니오와 포르날스를 빼고 안드리 야르몰렌코와 마누엘 란시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 쪽에 변화를 가져왔다. 야르몰렌코는 2번째 골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고, 란시니는 동점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후반 37분경, 크레스웰의 간접 프리킥을 중앙 수비수 파비안 발부에나가 헤딩 골로 가져가면서 추격에 나선 웨스트 햄은 후반 40분경 야르몰렌코의 키핑에 이은 노룩 패스를 쿠팔이 크로스로 올린 걸 산체스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가 자책골을 넣는 실수를 범하면서 점수 차를 1골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야르몰렌코의 센스와 쿠팔의 공격 가담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정규 시간도 끝나고 추가 시간 3분경(90+3분), 웨스트 햄의 프리킥 공격 상황에서 윙크스의 볼 터치가 길게 흘러나온 걸 란시니가 가로채선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물론 토트넘 입장에선 이래저래 운이 없었던 경기였다. 특히 란시니의 중거리 슈팅은 이번 시즌 EPL 최고의 골 후보로 손색이 없는 골이었다. 참고로 동점골이 된 란시니 슈팅의 기대 득점은 0.02에 불과했다(상단 그래프 참조). 그 지점, 그 상황에서 찬 슈팅이 골이 될 확률은 통계적으로 2%에 불과했다는 소리다.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골이었다.

그럼에도 토트넘의 교체 카드가 다소 안일했고, 선수들 역시 막판 방심했다고 할 수 있다. 당위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교체 출전한 선수들의 무리뉴 감독의 믿음에 화답하지 않았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3실점 중 2실점이 본인들의 실수로 나온 건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모예스는 빠른 전술 변화와 효과적인 교체 카드 활용으로 기적을 연출해냈다. EPL 역사상 80분경까지 0-3으로 지고 있던 팀이 패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사소한 변화들과 실수들이 쌓이면 기적을 연출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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